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 위원장이 4일 합의·발표한 '10.4선언'은 제1항에서 "남과 북은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며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중시하고 모든 것 을 이에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했다.
2000년 6.15공동선언에 등장한 이래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줄곧 강조하고 있는 '우리민족끼리'가 이번 10.4 선언에서도 주요개념의 하나로 포함된 것이다.
6.15선언 제1항에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된 이후, 북한은 남북관계가 대결관계에서 교류협력 관계로 전환됐다며 '우리민족끼리'를 이런 시대적 변화를 반영할 뿐 아니라 의존해야 할 핵심 개념으로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남측과의 장관급회담, 군사당국 회담,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등 당국 간 회의는 물론 사회.문화분야의 민간교류에서도 우리민족끼리를 앞세우고 있으며 국제스포츠대회에서의 단일팀 구성이나 공동 입장, 노동절과 8.15 남공동행사 등도 전부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구현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우리민족끼리' 이념을 강조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의 고립과 경제난에서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대북 포용정책을 펴고 있는 남한을 '탈출구'로 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대 후원국인 중국이 있지만, 우리민족끼리는 남한에 대해 같은 민족으로서 국제무대에서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방패 역할과 경제재건 지원을 기대하는 실리주의의 명분으로 안성맞춤인 것이다.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남북협력을 통한 공동번영을 추구한다는 기본 원칙과 아울러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단계 높은 실질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지난 8월 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전하면서 "수뇌상봉(정상회담)은 7년전 이룩된 성과를 전제로 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반복하는 회담이 아니다"며 이번 정상회담이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러한 북한의 속내와 별개로, 남측 입장에서도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우리민족끼리'와 유사한 '민족공조' 개념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 개념과 함께 활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선언에 대한 해설자료에서, 회담 때 북측이 '우리민족끼리'를 주장한 데 대해 노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민족공조와 국제공조를 병행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우리의 노력에 의해 남북관계 진전은 물론 6자회담 및 북미 북일관계 개선에 기여했음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민족공조와 국제공조 모두 필요한 개념이라는 입장으로 대응한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북한이 강조하는 우리민족끼리 이념은 한국과 미국의 공조에 균열을 내거나 남한 사회에서 대북관계와 관련, 이념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엿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고, 이때문에 '우리민족끼리'라는 용어 자체가 남남갈등의 소재가 되고 있다.
북한은 특히 2001년 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간의 각종 회담자리에서 '민족공조'와 '국제공조' 사이의 양자택일을 압박함으로써 남남갈등을 키우기도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은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새로운 남북관계 시대에 맞는 이데올로기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이 우리민족끼리를 편협한 실리추구나 수구적인 민족주의가 아닌 열린 민족주의를 반영 하는 정신으로 발전시켜 이번 합의사항의 실천은 물론 남북관계 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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