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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교민들, 상황악화 대비 단계별 비상대책 마련

미얀마 반정부 시위로 사상자가 늘어나는 등 정세가 악화할 조짐을 보이자 800여명에 이르는 한국 교민들은 현지공관을 중심으로 철수계획 등 단계별 비상대책을 마련했다고 미얀마에 주재하는 국내기업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2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지에서는 연일 시내중심가를 따라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군부정권이 총격까지 불사하는 강경진압을 펼쳐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한국기업과 교민 피해는 없으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외출을 자제하는 등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교민이 시위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미얀마 사태를 외부에 알리려다 현지 당국의 체포령이 떨어지자 황급히 귀국했다"면서 자신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지 상황을 설명해 달라.

▲매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오전에 예불을 마친 스님들이 12시쯤 시내로 진출하면 시민들이 가세해 종교적 상징인 세라곤 파고다에서 중심가인 술레 파고다까지 행진을 한다. 이 과정에서 진압에 나선 군경과 돌을 던지며 저항하는 시위대 간에 충돌이 벌어져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어제는 시위대원 한명이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가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한국기업과 교민의 피해는 없나.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코트라와 대우인터내셔널 사무소를 제외하면 국내기업 사업장이 대부분 외곽에 위치해 있는데다 시위가 외국인이나 외국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어서 아직까지 별다른 피해는 없다. 이곳에도 불어닥친 한류의 덕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친근한 편이다. 다만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내려진 통행금지 조치로 인해 기업들이 야간작업을 할 수 없어 일부 생산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현지 정세를 우려한 해외 바이어로부터 오더를 받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교민 안전대책은 마련돼 있나.

▲어제 대사관을 중심으로 비상점검회의를 갖고 대부분의 교민들이 거주하는 수도 양곤을 10개 지역으로 나눠 비상연락망을 작성하는 한편 지역별 연락책임자를 선정했다. 현지상황을 △매점매석으로 생필품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일상생활의 불편이 가중되며 대규모 시위, 폭동의 개연성이 있어 신변의 위협이 발생하는 1단계 △전국적으로 시위가 확산되고 이에 대한 강경진압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며 약탈이 빈발하는 등 통제가 상실될 조짐을 보여 신변위협이 크게 증대되는 2단계 △시위, 폭동이 격화돼 사상자가 급증하고 치안부재 상황에 빠지는 3단계로 나눠 대응태세를 마련키로 했다. 1단계에서는 교민 철수를 준비하고 2단계에서는 철수를 시작하며 3단계에서는 완전 철수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아직 1단계 이전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교민 현황은.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 효성 등 대기업을 포함해 모두 52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 이 가운데 60% 가량이 봉제업체이며 나머지는 목재를 비롯한 원자재 취급업체등이다. 이들 기업 주재원과 가족, 자영업 종사자, 선교사 등을 포함해 교민은 모두 800명 가량에 이른다.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나.

▲1988년 민주화 시위 때 입은 피해가 워낙 커 이곳 시민들은 정권에 불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에 이를 표출하지 못했다. 이제 이런 두려움을 넘어 민중의 의사가 분출되기 시작한 것은 큰 변화다. 갈수록 시위에 가담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고 이들의 행동이 적극적이어서 진압 군경과의 공방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 당초 시위가 기름값 인상에 대한 항의에서 시작됐고 이 과정에서 일반 시민의 존경을 받는 승려들을 거칠게 진압하면서 시위가 격화된만큼 정부가 어떤 민생안정 대책을 내놓을지와 향후 시위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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