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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추기경 "바지소송 보고 이민살이 고난 느껴"

"바지 소송을 보고 한인 동포들의 이민살이가 얼마나 고달플까 하는 걸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가톨릭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은 세계적인 뉴스가 된 한인 세탁업자에 대한 미국 판사의 터무니없는 손해배상 소송을 예로 들면서 해외 한인 교포들이 "제대로 따지지 못하고, 할 말도 다 하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얼마나 꿋꿋이 살아가고 있는가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워싱턴 대성당 성모자, 순교자 부조상 축복미사 집전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정진 추기경은 한인 가톨릭 신자들과의 모임에서 이같이 말하고 미국을 대표하는 최대 성당에 한복을 입은 예수와 성모 마리아, 한국 순교자들의 부조상을 설치한 것은 고난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온 한인들이 "이제 미국 사회의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주류로 진입했음을 드러내는 의미심장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정 추기경은 22일(현지시간) 5천 여 명의 한인들과 워싱턴 대교구 우얼 대주교를 비롯한 가톨릭 지도자, 이태식 주미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10만 여 명에 달하는 미국 내 한인 신자들이 4년여에 걸친 모금과 준비 끝에 완공한 한국 성모자, 순교자상 축복미사를 거행했다.

정 추기경은 한국 성모자, 순교자상의 워싱턴 대성당 설치는 또 "우리 신앙의 뿌리, 핏줄의 뿌리를 일깨워주기 위해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며 "성당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한인들이 얼마나 신실하고 성실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순교로 지킨 신앙, 선교로 꽃피우자'는 주제 아래 추진돼온 워싱턴 대성당 한국 성모자, 순교자 부조상 건립은 2003년 한인 이민 100주년을 맞아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가 워싱턴 대성당에 한국 신앙 상징물을 설치하도록 승인한 뒤, 4년여에 걸친 한인 교우들의 모금과 준비 끝에 이뤄졌다.

대성당 입구 왼쪽에 설치된 순교자상(최의순 작)은 한복을 입은 성모 마리아 양쪽으로 남녀 순교자가 순교 직전 절규하는 모습이며, 순교자들 머리 위에는 첫 한국인 신부인 김대건 성인이 선교사 영입을 위해 타고 다닌 고난의 돛단배와 순교자들이 갇혀있던 감옥의 쇠창살이 새겨져 있다.

대성당 입구 오른쪽에 들어선 성모자상(임송자 작)은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성모 마리아가 지켜보는 가운데 예수께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모습을 담았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는 성서 말씀을 표현한 이 작품에 나오는 예수와 마리아는 한국의 전통 옷을 입고 신발을 신었으며, 술 항아리도 전래의 오지그릇 형상이다.

워싱턴 국립대성당은 국가 전체를 대표한다는 의미에서 미국 내 특정 교구에 속해있지 않으며, 크기도 세계 7번째의 대규모여서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순례지이자 관광 명소로 꼽힌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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