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신당의 핵심 관계자는 언론과 정부 사이의 대치 국면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언론으로부터 점수를 딸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다며 속내를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언론인 출신인 정동채 사무총장이 팀장을 맡아서 대책을 준비했는데 문광위 소속인 정청래 의원이 적극 개입을 했다고 김효석 원내대표가 밝혔습니다.
하지만 대책이라고 보기는 뭔가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와 언론에 양다리 걸치기를 시도한 것인데 속을 들여다보면 정부는 크게 손해볼 일이 없는 반면에 언론 쪽에서는 본질적인 양보를 하라는 것이어서 편파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정동채 사무총장이 발표한 신당의 대책은 시설에 대한 것과 취재 접근권에 대한 것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먼저 시설에 관해서 보면 ■ 기왕의 합동 브리핑센터 설치 등은 공사가 완료되었거나 진행중인 상황으로 정부의 조치를 무산시킬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고, 대신에 ■ 서울중앙지검에 서울경찰청 같은 브리핑룸 겸 공동송고시설을 설치할 것을 요청하고, 또 ■ 송고실 부스 확대 위해 시내 중심부에 100석 정도 제3의 공동송고시설 설치 요청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취재 접근권에 관해서는 ■ 사전 약속을 전제로 실국장급 이상 면담취재 허용 요청하고, ■ 합동브리핑센터로 이전하는 것을 기자들이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홍보 담당부서를 통해서만 취재를 하도록 하고 또 면담 취재를 브리핑센터나 기타 정부가 정한 곳에서만 만나라는 문제의 총리훈령 11, 12조를 수정 또는 삭제하는 것을 요청한다는 겁니다.
정부가 예산 투입했으면 무조건 기정 사실화?
하지만 신당의 대책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먼저 시설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죠. 우선 합동브리핑센터 설치 등의 공사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한 것입니다. 정부가 50억 대의 예산을 투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실효성을 따지지도 않은 채 이를 기정사실화 하고 기자들에게 수용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정동채 총장에게 제가 "정부가 일방적으로 공사를 한 것을 그대로 기정사실화 하려는 것 아니냐"고 물었는데 정 총장은 "정부에서 일을 해봐서 아는데 일단 예산을 투입해서 일을 한 것을 되돌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상황 논리를 폈습니다.
문제는 그러한 조치가 합당한 것인지에 있는 것이고 합당하지 않은 조치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취하면서 예산을 지출했다면 부당한 예산지출이고 이에 대한 책임은 정부 또는 정책 책임자가 져야 하는 것이지 "기왕에 저지른 일이니 (문제가 있더라도) 그냥 가자"고 할 사안은 아니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자실의 위치나 취재 공간의 문제 또한 언론의 취재 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 또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함에 있어서 본질적인 부분의 하나라는 것입니다. 흔히 "기자실을 어떻게 하든 그것은 본질적인 부분이 아니고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며 다만 취재 접근권 보장 문제만 본질적인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정말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일방적인 주장일 뿐입니다.
취재 공간의 문제도 언론 자유의 본질적 부분
취재 접근권에는 취재를 위한 공간의 문제도 핵심적인 사항이고 오랜 관행으로 형성되어온 것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폐지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은 오만한 생각일 뿐입니다. 오랜 기간 형성되어 온 취재 관행을 권력을 가진 정부가 일방적으로 변경하면서 취재의 불편을 가져오고 그것이 일부 소규모 언론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더라도 상시적이고 조직적인 대정부 감시를 하고 있는 규모를 갖춘 언론에 대해 상당한 취재의 불편을 초래하는 것이라면 본질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측면을 고려하면 서울중앙지검에 브리핑룸 겸 공동송고시설 설치나 시내 중심부에 100석 정도의 공동송고시설 추가 설치 등은 전혀 본질에서 벗어난 대책일 뿐입니다.
다음으로 취재 접근권 관련 부분을 보겠습니다. 사전약속을 전제로 한 면담취재의 대상을 실국장급 이상으로 제한하는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과장급, 심의관급의 면담 취재가 실상을 파악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취재 경험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아마도 중앙일보 학술전문기자 출신인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제외하고...)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당의 대책은 실국장급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홍보담당자를 통해서 모든 취재를 하도록 한 총리훈령을 수정 또는 삭제하는 것을 정부에 요청한다면서 그 전제로 합동브리핑센터로 이전하는 것을 기자들이 수용하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달았다는 겁니다. 이는 정부의 일방적인 취재공간 통폐합을 통한 취재 관행 변경 조치를 수용하지 않으면 취재접근권 제한 완화를 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신당이 앞장서서 기자들에게 기자실 통폐합 및 통합 브리핑룸 사용을 압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하겠습니다.
정부가 권력으로 취재 관행 바꾸겠다고 나서도 되나?
제가 브리핑 도중 정동채 총장에게 "정부가 나서서 언론의 부처별 출입기자제 등 '취재 관행'을 바꾸려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습니다. 하지만 정 총장은 "대답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며 대책 발표문으로 대신하겠다고 했습니다. 발표문에는 이에 대한 문제 의식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정부에 대한 언론의 분노는 가라앉혀야겠고, 하지만 대통령과 각을 세울 용기는 없는 그런 신당의 어정쩡한 양다리 걸치기에 불과하다고 하겠습니다.
기자협회 취재환경개선특위 박상범 위원장에게 전화로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신당의 안은 언론연대에서 내놓은 안이랑 비슷하다. 기자들에게는 기자실 문제를 양보하도록 하고 정부에는 총리 훈령 부분을 양보하도록 중재를 하겠다는 거다. 그런데 이러한 중재는 편파적이다. 이미 정부는 총리 훈령 부분에 대해 양보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해오고 있다. 이미 양보할 수 있다는 부분을 양보하게 하면서 기자들에게 기자실 양보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기본적으로 두 가지 사안의 중요성에서도 비교가 안 된다.
특히 8월 31일 대통령이 대변인실을 통해서 취재를 하도록 자신이 지시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과천에서는 이미 공보관실 통해야만 면담 가능하고 또 1층 로비 옆의 민원실 같은 곳에서 면담 취재 하고 있다. 총리 훈령에 따라서 앞으로 일어날 일이 아니고 이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총리 훈령 없앤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신당측이 이걸 알고도 중재안이라고 냈으면 매우 편파적이다. 만약 몰랐다면 만나서 알려줄 용의가 있다."
기협 특위에서는 신당의 안을 반박하는 성명을 내겠다고 합니다.
국회는 예산 집행 감시하는 곳…예산 썼다고 기정사실화 시도 유감
다음으로 외교부를 출입하는 SBS의 박진원 기자에게 의견을 물어 봤습니다. 박 기자는 현재의 외교부 기자실과 국정홍보처와의 싸움에서 선봉에 서 있습니다.
"정부가 이미 예산을 집행했다고 해서 기정사실화 하려는 것은 예산 집행을 감시하고 심의해야 할 국회의원이 할 말이 아니다. 이미 예산 집행했으니까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은 정치권에서 할 말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신당의 대책은 이번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해법을 찾은 것이라기 보다는 당장 대선을 앞두고 언론 환경에서의 불편함을 회피해 보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아래는 신당이 발표한 '대책' 전문입니다. 참고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관련한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책
정부는 부처별 출입기자 관행을 없애고 개방형 브리핑제를 완성시킨다는 명목으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였으며, 선진화 방안에는 「합동 브리핑센터」설치운영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 「합동 브리핑센터」 설치 등은 공사가 완료되었거나 진행 중인 상황으로 정부 조치를 무산시킬 수 있는 단계가 아님.
* 과천청사의 경우, 공사는 완료된 상태이며, 건설교통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처(재경, 산자, 농림, 공정위, 노동, 환경, 과기, 보건복지) 기자단은 새로 설치된 송고실로 이전한 상태.
* 중앙청사는 2개의 브리핑실·종합기사 송고실 공사는 끝났고 2·3층의 추가 브리핑실 및 취재지원실 설치 공사가 중단되었다 다시 재개된 상태.
대통합민주신당은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과 관련하여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의견수렴을 하였다. 그 결과 대통합민주신당은 다음 사항을 정부에 정식으로 요청한다.
1. 검찰의 경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서울경찰청과 마찬가지의 브리핑룸 겸 共同송고시설을 설치하도록 정부에 요청한다.
2. 언론계에서 제기하는 「취재접근권」문제는 사전약속 전제아래 실·국장급 이상 간부진의 면담취재까지 허용할 것을 요청한다.
3. 합동브리핑센터로 이전하는 것을 기자들이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문제가 되는 총리훈령 11, 12조를 수정 또는 삭제하는 것을 정부에 요청한다.
* 제11조(원칙) : … 정책홍보담당부서와 협의하여 이뤄져야 한다. …
* 제12조(응대방식) : ①정책홍보관리실은 … 사전에 지원 전담창구를 지정하여 답변할 수 있다.
②면담취재는 合同브리핑센터 또는 정부기관의 장이 지정하는 일정한 장소에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 경우 「사전약속」문제는 記者들의 양식과 책임에 맡기고, 별도 확인 절차가 없도록 요청한다.
4. 송고실의 「부스」확대는 접근이 용이한 시내중심부에 100席 정도의 제3의 공동송고시설 설치를 정부에 요청한다.
<참고사항>
1. 개별면담·전화취재는 얼마든지 가능
- 정책홍보관실 경유하지 않고 개별 정책담당자와 사전 약속에 의해 면담·전화취재 가능
- 면담 장소도 접견실, 실·국장 방에서도 할 수 있음.
2. 기자등록은 원하지 않으면 않아도 되며, 등록 없이도 취재가능(출입증에 전자칩 등은 오래전 중단)
3. 「엠바고」와 「비보도」 요청은 부처 책임하에 실시하되 記者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各 부처가 기자들과 협의해 실시
2007년 9월 13일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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