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토, 일요일 뒤에 바로 붙는 바람에 모처럼 긴 연휴를 누릴 수 있게 되는군요. 이렇게 긴 추석 연휴를 노리는 기대작들이 이번 주에도 줄줄이 개봉됩니다. 예매율에서도 1위부터 4위까지 1-2% 차이 밖에 벌어지지 않아 박빙의 승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영화가 1위를 차지할지 관심이 많은 가운데 확실한 작품이 없는 관계로 예상만큼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본 얼티메이텀
영상미학이 어떻고 철학이 어떻고 하는 먹물 폼잡는 차원의 평가를 떠나 그냥 순수 관객으로서 극장에서 감동의 도가니에 휩싸였다가 DVD를 소장해놓고 가끔씩 다시 돌려보고, 케이블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다시 보는 영화들이 몇 개 있습니다. [스타워즈]시리즈와 리들리 스콧 감독의 전쟁영화 [블랙 호크 다운], [매트릭스 1편]같은 영화가 제게는 그러한데 본 시리즈 3편이 바로 그런 목록에 오를 만 합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제이슨 본이라는 멋진 캐릭터와 음모론에 기초한 탄탄한 이야기, 무엇보다도 혼을 빼놓는 추격 장면과 액션 장면은 여러번 반복해서 보아도 좀처럼 싫증이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007같이 멋진 턱시도에 명품으로 치장하고 다니며 곳곳에서 첩보활동에 바쁜 와중에도 미녀들과 꼭 로맨스를 만들어내는 첩보원이 아니라 최소한의 양심을 갖고 잃어버린 기억을 맞추려 애쓰고, 온갖 첨단장비로 무장하고 자신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거대 조직에 고작 핸드폰 정도로 맞서며 도망가기 보다는 적의 심장부로 뚜벅뚜벅 걸어들어가는 고독한 영웅상이 너무 매력적입니다. 고단하게 여기 저기 다니는 제이슨 본의 모습을 보면 왠지 ‘밥은 먹고 다니냐’며 챙겨주고 싶은 맘이 들 정도입니다.
엄청난 인파로 붐비는 런던 워털루 역에서의 공방과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 옥상을 무대로 펼쳐지는 모로코 탕헤르의 추격전, 뉴욕 도심 한복판에서의 차량 추격전은 촬영과 편집, 음악 등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을 무아지경에 빠뜨립니다. 본 시리즈1, 2편은 미국에서는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한국에서는 흥행성적이 신통치 않았었는데 이번에 선보이는 완결편인 3편은 어떤 성적을 거둘지 궁금하네요. 저는 속편 연장을 넘어 한 24부작 드라마 제작까지 간절히 바라고 싶습니다.
즐거운 인생
이준익 감독은 전작 ‘라디오 스타’에서도 음악에서 받는 영감을 중요시했었는데 이번에는 음악이 소재를 넘어 주제의 자리까지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바로 받은 느낌은 ‘이거 이혼을 조장하는 영화 아냐?’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은행에서 해고당하고 교사인 아내가 생계를 책임지는 집안의 무책임한 백수 가장 기영, 중고차 매매상을 하며 돈은 많이 벌지만 캐나다로 유학한 아들과 아내 뒷바라지 하느라 궁상맞게 살고 있는 혁수, 낮에는 퀵서비스,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아이들 학비 대느라 생활전선에 열심인 성욱, 이 세 사람은 대학시절 활화산이라는 밴드 멤버였는데, 멤버 가운데 하나였던 상우의 죽음을 맞이하고 다시 밴드를 조직하며 잊고 살던 젊음의 열정을 되살린다는 퍽이나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직장에서 또는 가정에서 꼭 그 자리에 있어야할 필수재가 아니라 언제든지 교체가 가능한 교체재로서 간당간당 매달려 있고, 하고 싶은 것과 해야하는 것의 괴리가 점점 심해지고, 그것을 걱정해야 하는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는 요즘, 어떻게 보면 ‘참 철없고 대책없는 영화로군’하고 넘겨버릴 수도 있지만 10%도 안되면서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세력을 조롱하고 90%가 넘는 이 사회의 비주류 편에 서있는 이준익 감독을 생각하면 주류에 진입해보려고, 낙오하지 않으려고 항상 긴장하며 아등바등 살지만말고 하고 싶은 것들, 옛날에 하고 싶었던 것들의 목록을 꺼내놓고 가능한 것만이라도 가끔씩 해보며,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즐겁게 살려는 노력마저 포기하지 말라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취미라고 했을때 우리나라는 취미 문화도 참 남다른 것 같습니다. 내가 즐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남을 더 의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남들이 다 한다니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억지로 스트레스 받아가며 배워야하고, 등산이나 자전거 같은 별로 돈 들어가지않는 서민풍의 취미도 좋은 기능보다는 비싼 상표를 추구하며 고가의 장비를 갖춰놓고 과시하는 세상이니 참 나라꼴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한번 오지랖 넓혀 고민해봤습니다. 죄송합니다.)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황당한 즉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기막힌 상황속에서 벌어지는 코미디에 강한 김상진 감독이 추석 연휴에 썩 어울리는 코미디를 들고 다시 찾았습니다. [귀신이 산다]에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동산 문제를 소시민의 내집마련이라는 틀에서 재미있게 풀어냈는데 이번에는 국밥집 사장 납치사건을 다뤘는데 이게 좀 일반적인 납치상황과는 다릅니다.
멍청하고 소심하고 순진한 3인방의 남자들, 각자 서민적인 사연 때문에 돈이 필요한 사람들로 국밥집 하나로 떼돈을 버는 권순분 여사를 납치해 몸값을 받기로 작정합니다. 납치에 성공하고 권 여사의 자식들에게 몸값을 받아내기 위해 연락을 취하는데 자식 세 명이 모두 미리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유산으로 나름대로 바쁘게 사느라 몸값 요구를 외면합니다. 이에 서운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 권 여사 납치범의 입장에서 몸값 500억 받기 프로젝트를 지휘하기 시작합니다.
유해진, 강성진, 박상면 등 익숙한 코믹 연기와 [화려한 휴가]에서 가장 짧은 분량 출연으로 가장 큰 감동을 준 바 있는 모두의 어머니같은 나문희 여사님의 연기가 빛을 발합니다. 예고편에는 노출되지 않지만 ‘여자 최홍만’으로 등장하는 거구의 여성과 숫자에 유달리 약하고 3인조 납치범 가운데 막내에게 반한 권 여사의 비서도 감칠맛 나는 캐릭터입니다. 후반 열차 액션 장면이 좀 지루하기는 한데 온 가족이 함께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봉태규, 정려원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두 얼굴의 여친]은 젊은층 관객들에게 인기가 좋을 것 같은데 보지 못했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하명중 감독의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와 러시아 전쟁영화 [제9중대]등이 개봉됩니다. 추석 시즌에 몇 십년째 자주 등장하는 성룡의 [러시아워4]가 10월 초에 개봉되는 것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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