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외환은행 매각 관련 재판의 결과를 보고 외환은행 재매각의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금융 당국의 입장을 결과적으로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에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금산분리 정책이 국내 대형은행을 외국 자본에 넘길 수밖에 없도록 하는 문제를 낳고 있어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법원 판결 전에 승인할 수 없다는 금융 당국의 입장이 국내 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기회를 막고 론스타가 HSBC에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금융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틈을 이용해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론스타와 HSBC가 론스타에 대한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법원 1심 판결을 염두에 두고 조건부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연내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론스타가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외환은행을 6개월 안에 팔아야 하고 적격 판정을 받으면 애초부터 은행 인수 자격이 없다는 비난에서 자유롭게 된다.
또 론스타로서는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시한인 내년 4월30일 안에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외화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에서 무죄 선고가 나오면 외환은행 매각 명분을 갖게 되고 유죄 선고를 받더라도 항소하지 않아 확정되면 강제 매각의 절차를 밟게 되기 때문에 손해 볼 것이 없는 계약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1심 판결이 5월 이후로 늦어지면 HSBC와 맺은 계약 기간을 연장하거나 외환은행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국내외 은행과 다시 협상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론스타가 HSBC와 계약한 외환은행 지분 51.02%의 매각 금액은 예상보다 비싼 63억달러(약 5조 9천억 원)로, 이미 몸값도 높여 놓은 상황이다. 주당 매각 가격은 1만 8천45원으로 국민은행이 지난해 5월 제시했던 1만 5천200원보다 높다.
작년말과 올해 3월에 2003년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을 때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론스타의 '먹튀'를 막기 위해 외환은행 매각중지 명령 등을 내릴 것을 요구했으며 지금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당시 감사원은 외환은행 매각이 위법 부당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대법원 판례 등을 볼 때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에 대한 금융감독위원회의 직권 취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매각 중지 명령을 내릴 법적 근거는 없다"며 "직권 취소도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와야 가능하지 혐의만 갖고 처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누가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든간에 차별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뿐이지 론스타에 허를 찔렸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산분리 정책을 완화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자본이 금산분리에 발목이 잡힌 사이에 대형 은행들이 줄줄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고 있고 앞으로 민영화를 추진 중인 우리은행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주장이다. 국내 자본이 오히려 외국 자본에 비해 역차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정부에 "금융산업의 꽃인 은행이 대부분 외국 자본에 장악되고 유일한 토종 은행인 우리은행이 현행 제도가 유지되면 외국인이 주인으로 바뀔 수 있다"며 금산분리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무역협회는 오히려 국내 금융회사와 산업자본이 함께 해외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금산분리 정책을 일부 완화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는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태의 본질은 법령상의 국내 자본 역차별이 아니라 법령을 자의적으로 집행한 관치금융에 있다"며 "국내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국적을 불문하고 4%를 초과해 주식을 보유할 수 없고 금융자본이면 국내 자본이든 해외 자본이든 은행 소유의 길이 열려있다"고 주장했다.
또 "HSBC가 외환은행 인수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은 재판 결과의 확정 때까지 인수 승인을 할 수 없다는 금융 당국의 태도로 국민.하나은행, 농협 등 국내 은행이 외환은행 인수 경쟁에 뛰어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사회 일각의 반외자 정서에 근거한 '먹튀' 논란이 지금과 같은 사태를 부추긴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며 "정서에 의존하기 보다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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