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계좌추적 전문팀이 정윤재 전 청와대비서관의 비호의혹을 받고 있는 김상진(42)씨의 비자금 추적에 나선 가운데 김 씨의 치밀한 자금세탁 수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5일 부산지검에 따르면 김 씨는 부산 연제구 연산동 재개발사업과정에서 편취하거나 횡령한 돈을 주변 사람 5~6명 등 10여 명의 차명계좌를 통해 2중, 3중의 세탁과정을 거쳐 철저히 은닉해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 씨는 토지대금을 속여 받은 수표와 현금 등은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부산 금정구 부곡동 애플타워 5층 탕비실 2개의 금고속에 1주일 이상 보관했다.
지난 7월 검찰의 압수수색 때 이 금고속에서 4억 원의 신권 현금이 A4용지 등에 포장된 채 발견되기도 했다.
금고에 상당기간 돈을 보관한 것은 '받은 돈을 곧 바로 입출금을 하는 것보다 1주일 정도 시간을 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김 씨의 지시 때문이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마산의 모 상고 출신인 김 씨는 회계에 능통해 큰 돈은 물론 10만 원 단위의 작은 돈까지 자신이 직접관리했다는게 주변의 전언이다.
김 씨는 연산동 재개발사업에서 토지매매계약서와 철거용역계약서 등을 위조해 빼돌린 돈은 자신이 관리하는 차명계좌에 이체하고, 직접 받은 수표는 부산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농협, 하나은행 등 10여 곳이 넘는 금융기관을 전전하며 2천만원이 넘지 않는 범위에서 입금했다.
돈을 인출할때도 한번에 2천만 원이하로 나눠 여러 은행에서 인출했다.
이는 금융정보분석원에 이상거래로 적발되지 않도록 하려는 김 씨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라는게 검찰의 설명이다.
김 씨는 특히 수표로 입금한 돈을 현금으로 인출한 뒤 다시 수표로 바꾸고 이를 또 다시 현금으로 인출하는 등 계좌추적에 대비해 철저히 자금의 꼬리를 숨겼다.
검찰 관계자는 "김 씨는 범죄행위로 받은 돈을 은행에 입금했다 1만 원권으로 출금한 뒤 이를 다시 10만 원권, 100만 원권 수표로 바꾸고 또 다시 현금으로 인출하는 등 추적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철저한 세탁과정을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런 빈 틈 없는 자금세탁 때문에 검찰은 김 씨를 구속할 당시 관련 자료를 통해 빼돌린 돈의 대체적인 규모를 파악하고도 용처를 확인하는데는 실패했다.
검찰은 이번 보완수사의 핵심이 김 씨가 빼돌린 돈의 '소비처' 확인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검 자금추적 팀 수사관 6~7명을 대거 투입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에 파견된 팀은 지난해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입의혹 사건을 비롯, 굵직굵직한 금융사건 수사에 투입돼 큰 성과를 올린 베테랑 수사관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빼돌린 자금의 '소비처'를 반드시 밝히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예사롭지 않은 만큼 김씨의 교묘한 자금빼돌리기도 결국 꼬리가 잡힐 것으로 예상되지만 '소비처'가 정.관계로 드러날 경우 일파만파의 파장을 몰고 올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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