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3일 개막된다.
각 정당은 매년 그래 왔듯 이번 정기국회를 '민생국회'로 치르겠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10월초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기자실 통폐합 문제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어 뜨거운 정치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올 정기국회는 연말 대선을 목전에 두고 열리는 만큼, 원내 제1당의 위치에 오른 대통합민주신당과 지지율 1위 대선 후보를 보유하고 있는 한나라당간 대선 주도권 잡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민주신당은 이번 국회와 국감을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검증 무대로 치르겠다며 벼르고 있고,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임기 말 각종 권력비리 의혹을 전면에 내세워 '맞불'을 지르겠다는 태세이다.
양당간 힘겨루기로 정기국회의 하이라이트인 국감 일정조차 확정되지 못하는 등 출발부터 파행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정작 민생현안은 뒷전으로 밀린 채 대선의 해마다 반복됐던 '부실 국회' 고질병이 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검증' = 민주신당은 이 후보를 겨냥한 당 차원의 전방위적 검증에 총력전을 펼치기로 했다.
당 안팎에서 아예 '이명박 국회', '이명박 국감'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다.
민주신당은 근거없는 네거티브 공방 대신 정책 검증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장담하고 있으나 정책과 도덕성 문제를 낱낱이 파헤친다는 입장이어서 무차별적인 파상공세가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 후보의 주요 정책분야별 TF(태스크포스)를 구성, 경부대운하 공약과 '747 공약' (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 달성) 등의 허구성을 메니페스토에 입각해 밝히기로 했다.
상임위별로도 대운하 공약 및 도곡동 땅 매입 의혹(건교위),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및 부동산 투기 의혹(정무위), 서울시장 재임 시절 의혹(행자위)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 준비에 들어갈 방침이다.
민주신당이 한나라당의 국감 연기 요구를 '이명박 방탄 국회' 시도로 규정하면서 법대로 9월 10일 국감을 시작, 추석 전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는 하루빨리 이 후보에 대한 검증을 벌여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민주신당은 한나라당과의 합의가 끝내 불발된다면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과 연대, 일정을 강행키로 해 자칫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반쪽짜리 국감으로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한나라당은 국감 일정을 추석 뒤로 최대한 늦춰 '이명박 이슈'로 도배되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겠다며 맞서고 있다. 민주신당의 공세를 '제2의 김대업 사건'으로 규정, 상임위별로 예상되는 쟁점을 정리해 방어에 만전을 기한다는 전략이다.
정부 산하 기관의 대운하 보고서 작성, 이 후보 재산 추적 등 국정원과 검찰, 국세청을 총동원한 '이명박 죽이기' 시도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추궁할 방침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범여권 대선후보가 윤곽을 드러내면 해당 후보에 대한 검증을 시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참여정부 공과.임기말 비리의혹 = 한나라당은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의혹,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관련 비호 의혹 등 참여정부 임기 말 모럴 해저드와 권력비리의 실상에 초점을 맞춰가며 역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신정아 전 교수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범여권 대권주자가 연루됐을 가능성까지 흘리고 있다.
이 같은 한나라당의 움직임은 이 후보를 겨냥한 범여권의 집중포화에 대한 반작용 차원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에게 쏠린 화살을 청와대와 범여권으로 되돌림으로써 정기국회 및 국감의 소재를 분산시키겠다는 전략인 셈.
이와 맞물려 이치범 전 환경부 장관의 민주신당 이해찬 후보 캠프 합류를 둘러싼 임기말 레임덕 논란도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정윤재 특검', '신정아 특검' 주장으로 압박하고 있고 민주신당은 '이명박 특검' 카드로 반격을 가하고 있어 양당간 신경전이 고조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부동산 정책, 양극화 문제 등 참여정부의 정책적 과오도 집중적으로 거론키로 했다.
다만 민주신당은 참여정부의 정책과 관련해서는 잘못된 부분에 대해 먼저 나서 비판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정면돌파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남북정상회담 = 한나라당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대선판을 흔들려는 '정략적 카드'라는 점을 전면에 부각시키면서 추진절차의 문제점과 이면합의, 뒷거래 의혹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명시적 성과물이 나오지 않을 경우 퍼주기 의혹 등을 들어 정치쟁점화할 공산도 커 보인다.
정상회담 시기가 당초 8월말에서 대선을 2개월여 앞둔 10월초로 연기한 배경도 집중 추궁하기로 했다.
민주신당은 한나라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정상회담 연기론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면서 정상회담의 당위성과 성과를 대대적으로 알려나간다는 계획이다. 평화세력 대 수구냉전세력의 대립구도를 최대한 살리겠다는 것.
다른 한편으로는 정상회담에 대한 정치권의 초당적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정상회담의 의의 및 의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청와대와 여야 지도부간 회동도 추진키로 했다.
◇`취재 선진화 방안' =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정부의 '취재선진화 방안'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데는 5당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당별로 온도차가 확연해 진통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이번 국회를 '언론자유 수호' 국회로 명명하고 홍보처 폐지 법안 통과와 함께 취재선진화 방안을 주도한 국정홍보처장의 해임건의안을 관철시키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에 반해 민주신당은 부작용을 최대한 개선하는 방식으로 홍보처를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고 민주당과 민노당도 홍보처 폐지에는 반대하는 분위기이다.
홍보처장 해임 문제와 관해서도 민주신당 김효석 대표는 "홍보처장은 국무위원이 아니어서 해임 건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파면 촉구 결의안을 채택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 시기상조이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스탠스를 견지했다.
◇정치관계법.예산 = 대선을 앞두고 열리는 정기국회이니만큼 무엇보다 정치관계법 통과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흑색선전·허위폭로 제재, 대선 관련 특별수사부 설치를 비롯, 재외국민 투표권 부여, 대선 후보 유고시 선거 연기 등에 대한 정치관계법 개정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에 대한 대대적 검증을 준비하고 있는 민주신당이 난색을 표명할 것으로 보여 지루한 신경전만 이어질 공산이 크다.
예산심의와 관련, 정부와 범여권을 겨냥한 대선용 '선심성 예산' 논란이 한나라당 등에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올 연말 대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의원들간 예산 '샅바싸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편 취재선진화 방안과 관련된 국정홍보처 예산 55억 원의 예비비 지출을 둘러싸고 한나라당이 지출 승인을 강력 거부키로 했고, 민주신당도 예비비 추가 사용에 대한 중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예산 승인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민생국회 실종..부실 국회 전락하나 = 각 당은 하나같이 민생법안 통과를 최우선 원칙으로 내세웠다.
민주신당은 ▲비정규직 대책 ▲등유.프로판 가스 관련 특소세법 개정 ▲비축용 임대주택 건설을 골자로 한 임대주택법 개정 등을, 한나라당은 ▲대학 등록금 반값 인하 ▲LPG 특소세 인하 등을 핵?법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가까스로 개원 일정만 잡혔을 뿐 아직까지 구체적 의사일정은 확정되지 못하는 등 출발부터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국감 일정을 둘러싼 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의 힘겨루기로 여타 일정에 대한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네거티브 정쟁으로 국회 파행이 잦아지면서 정작 민생국회는 실종된 채 물리적으로 `축소 운영'이 불가피해 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학력위조 방지 대책이나 해외 파병 문제에 더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도 이번에 국회로 넘어올 것으로 보이지만 심도있는 논의는 애당초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각 당이 대선 일정에 올인하는 상황이다 보니 쟁점 현안에 대한 논의나 준비는 우선 순위에서 밀려 있는 형편이다.
한미 FTA 비준 문제만 하더라도 민주신당은 '국민 여론, 대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는 느슨한 원칙만 세워둔 채 당론을 결정하지 못했다.
한나라당도 원칙적 찬성 기조하에 대책을 철저히 점검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예산 심의 일정도 빠듯할 수밖에 없어 막판에 시간에 쫓긴 채 의사봉을 두드리는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민주신당은 10월 8~12일 각 당 대표 연설 및 대정부 질문을 진행한 뒤 11월 17일까지는 예산 심의를 완료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한나라당과 쉽사리 조율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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