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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서 쌍둥이 '선별 낙태' 도덕성 논란

바티칸, '나치식 인종개량' 비판

이탈리아의 한 병원에서 의사가 쌍둥이 태아 가운데 다운 증후군을 지닌 태아를 제거하려다 실수로 정상 태아를 들어 낸 사고가 발 생한 뒤, '선별 낙태' 문제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이번 의료 사고는 1978년 이탈리아에서 합법화된 낙태에 관한 논쟁을 재점화하는 계기도 됐다.

이탈리아에서는 임신 90일째 까지 낙태가 허용되고, 산모가 위험에 처하는 등의 경우엔 이 기간이 지나도 낙태가 가능하다.

밀라노 소재 산파올로 병원에서 산부인과 의사 안나 마리아 마르코니가 임신 18주의 38세 여성을 상대로 의료 사고를 낸 때는 지난 6월이다.

의료 사고 뒤 다운 증후군을 지닌 태아도 역시 제거됐다.

마르코니는 산모가 양수검사 뒤 수술을 요청했고 수술 전 마지막 초음파 검사 때와 수술 시행 사이의 기간에 태아들이 자궁에서 위치를 맞바꿨다며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고 난감해 했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산모는 현지 신문과 인터뷰에서 자신과 남편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서 쌍둥이를 기대하던 행복감이 비탄으로 바뀌었다고 항의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마르코니 부부는 변호사와 법적 문제를 상의하고 있다.
의료 사고가 알려지자 바티칸 신문인 옵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아무도 다른 생명을 제거할 권리와 어떤 동기이든 신의 자리를 대신할 권리를 갖지 못한다"며 선별 낙태는 완벽주의 문화에서 파생된 우생학(인종개량)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가톨릭의사협회도 선별 낙태는 이기주의 문화의 산물이라고 비난했고, 기독교민주당 소속 정치인 루카 볼론테는 병원의 실수는 유아 살해 행위와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비가톨릭 신자인 저명한 산부인과 의사인 카를로 플라미그니는 낙태 허용법을 폐지한다면 이는 한 운전자가 졸음 운전으로 사고를 냈다고 해서 고속도로 전체를 폐쇄하는 조치와 같은 것이라며 주장했다.

낙태를 찬성하는 급진당의 리나 베르나르디니는 만약 낙태 반대 캠페인이 성공한다면 부모가 될 사람들은 낙태의 권리 뿐 아니라 출산 결함을 경고하는 출산 전 진단의 권리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를 낸 병원 당국의 내부 조사에서는 절차상의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리비아 투르코 이탈리아 보건장관은 현존 낙태법은 "매우 현명하다"며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부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연간 낙태 건수가 1982년 23만 4천801건에서 2005년 12만 9천588 건으로 줄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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