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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칼럼] 나눔의 미학

<8뉴스>

"우리나라도 도울 사람 많은데 왜 외국까지 도와야 하나요?"

제가 지난 7년간 긴급구호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도울 사람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먼저 돌봐야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차원에서는 보건복지부가, 민간차원에서는 수백 개의 사회복지 NGO가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제도와 조직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라도 우리끼리 힘을 합치면 얼마든지 도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도움이 필요한 나라 사람들은 천 원, 이천 원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합니다.

소말리아에서 설사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는 천 원짜리 링거 한 병이면 살릴 수 있고, 파키스탄 지진으로 무너진 산간지역 아이들은 2천 원짜리 담요 한 장이면 한겨울의 치명적인 저체온증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1950년 한국전쟁 직후부터 1990년까지 우리를 원조했던 나라에는 국내에 도울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40년간이나 한국을 도왔을까요?

분명히 그 나라에도 왜 한국까지 돕느냐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전폭적인 해외원조를 받았으니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인 지금 그 은혜의 빚을 갚아야한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부채감이나 의무감으로 누구를 돕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이웃이든 다른 나라든 남을 도울 때는 기껍고 즐거운 마음이야 합니다.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아이지만, 설사 같은 시시한 병으로 죽어갈 때 그 아이를 꼭 살리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도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오지여행과 긴급구호를 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정이 대단히 고품질이라는 것을 저는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 고품질 인정이 대한민국을 넘어서 전 세계로 뻗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아주 잘 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한비야/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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