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훈수정치'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우선 김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정세균 전 의장 등 열린우리당 전 지도부를 면담한 자리에서 "민주당이 정통성을 잃었다"고 말한 것으로 한겨레 신문이 25일 보도하면서 발언의 진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신문은 김 전 대통령이 정 전 의장등에게 "민주당의 정책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남북관계에서는 화해협력과 평화정책이었는데, 민주당이 햇볕정책을 부인했고 2차 정상회담도 반대했다"며 이렇게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측 최경환 비서관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전체가 정통성을 잃었다는 말씀이나 표현은 없었다"며 "북한 핵실험 때 햇볕정책을 비판하고 2차 남북정상회담을 반대한 일부 지도자에 대해 민주당의 전통과 맞느냐고 언급한 것이지 민주당의 정통성을 거론한 것은 아니다"며 보도내용을 부인했다.
일부 지도자는 2차 정상회담에 부정적 언급을 해온 민주당 대선주자 조순형 의원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교동 관계자는 "대선정국에서 면담을 요청해오는 대선주자나 당 지도자들에게 개인적으로 잘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격려하는 얘기를 하는 것을 일부 정치인들이 정파적 이익에 따라 지나치게 확대하고 왜곡하고 있어 곤혹스럽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민주신당과 민주당이 각각 후보경선을 치르면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김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를 붙잡고 어떻게든 유리하게 활용해보려는 정치권의 의도가 이 같은 진위공방으로 번지게된 것이라는 얘기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김 전 대통령측의 부인에도 불구, 한겨레신문이 언론의 정도를 벗어나 사실과 다르게 왜곡 보도를 했다"면서 "열린우리당 사람들은 민주신당을 만들어놓고도 동교동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니면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말을 갖다가 교묘하게 왜곡해 퍼트리는 행태를 계속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DJ를 곤경에 빠트리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유 대변인은 또 "민주당은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시키는 정당이며, 작년 북한 핵실험때도 북미대화와 남북대화를 통해 해결할 것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며 "오히려 노무현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대북송금 특검을 했고 북핵실험 직후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는데 열린우리당은 그런 노 대통령을 따르고 지원한 정당"이라고 반박했다.
진위 논란이 커지자 면담에 참석했던 윤호중 전 우리당 대변인은 "민주당 부분은 김 전 대통령측에서 비공개를 요청한 것인데 어떤 식으로 나가게 됐는 지 모르겠다"며 "김 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는 얘기인 것 같지도 않고 저희가 모셔왔던 사람으로서 도리인 것 같지도 않다"며 곤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또 같은 면담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이 "민주당 분당, 대북송금 특검, 안기부 X파일 미공개에 대해 우리당이 책임지고 국민에게 사과했어야 했다"며 우리당 전 지도부를 강하게 질책한 것도 민주신당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민주신당 추미애 경선후보는 지난 24일 부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북송금특검은 실수였고 오판이었다. 노 대통령은 대북송금특검과 관련,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역사적 책임이 있다"면서 "정권 초기 국정실수에 대해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김 전 대통령의 입장을 옹호했다. 추미애 후보는 휴일인 26일 오후 동교동을 방문한다.
반면 신기남 경선후보는 성명서를 통해 "대북송금 특검, 안기부 X파일 등의 경우 범여권내에서 그 처리방향의 적절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면서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 와서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대선정국에서 김 전 대통령의 `훈수정치'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는 데 대해 `DJ의 브레인'이었던 황태연 동국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DJ가 당파싸움에 개입하는 것은 우리 정치발전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황 교수는 DJ의 현실정치 개입 배경에 대해 "노무현 정권의 국정실패로 `힘의 공백' 상황이 생기면서 DJ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졌기때문"이라며 "열린우리당 정치인들이 자꾸 와서 살려달라고 하니까 DJ가 말려든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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