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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최후의 날

오늘(8월 17일) 아침 서울 영등포구 청과물시장안에 있는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확대간부회의가 열렸습니다. 최고위원들과 주요당직자들이 참석하는 회의입니다.

늘 열리는 회의 얘기를 왜 하느냐 하면 바로 오늘이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열리는 마지막 회의이기 때문입니다.

참석자들 입에서도 마지막이라는 말이 빠지지를 않았습니다.

정세균 의장의 얘기를 잠깐 살펴볼까요.

"오늘이 아마 우리당의 마지막 공식회의가 될 것 같습니다.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지난 4년동안 저는 이 당과 함께 했는데 개인적으로 영광도 있었지만 회한이 더 큽니다.

마지막 당의장으로 기록된다는 게 제 정치인생에서 결코 잊지못할 아픔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에게 신뢰를 드리지 못한 것이 가장 큰 과오였습니다.

마지막까지 이 자리를 지켜준 의원과 당직자 여러분에게 감사합니다.

생색 나지 않는 걸 알면서도 묵묵히 일하는 것 볼 때 가슴이 저렸습니다.

비록 열린우리당의 이름은 사라지겠지만 그 정신은 살아 숨쉴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당을 사랑해준 모든 분들께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 의장이 굳은 표정으로 이 말을 해나가는 동안 제 뒤에 있던 열린우리당 대변인실의 여직원은 흐느껴 울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여직원도 눈물을 감추지 못하더군요.

그 마음을 알 것도 같았습니다.

이어지는 장영달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지난날 열린우리당에서 마음대로 멋대로 언행을 했던 그런 풍습을 그대로 가지고 가서 똑같은 행동을 한다면 민주신당은 불가피하게 대정풍운동을 거쳐서 나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원내대표로서 개인적으로 참기힘든 수모의 세월이었습니다. 영광은 없고 수모와 험난한 시간들이 계속되는 6개월 18일이었습니다.

그 동안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지 못했는데, 마지막 회의에서 용서를 구합니다. 반성을 받아주길 바랍니다."

다른 최고위원들은 한마디 하라는 사회자 선병렬 의원의 말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다같이 일어나서 국민께 용서를 구하고 지지자들에게 감사하는 인사를 했는데요,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은 유재건 전 당의장은 잠시 눈가를 훔치기도 했습니다.

여직원들의 눈물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 2003년 11월 18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으로 가봅니다.

대의원과 각계 인사 1만 5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우리당은 힘차게 출발했습니다.

'새로운 정치' '잘사는 나라' '따뜻한 사회' '한반도 평화' 등 4대 강령과 국민참여와 통합의 정치 등 100대 기본정책을 채택했습니다.

김원기 초대 의장은  "깨끗한 정치의 출발은 지난 과오를 철저히 밝히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지역주의에 기생하고 안주해 명맥을 이어온 정치인들을 이 땅에서 남김없이 몰아내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며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 날은 비가 내렸습니다. 민주당을 깨고 나온 열린우리당의 창당소식에 당시 김성순 대변인은 "오늘 창밖에 내리는 빗물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슬픈 눈물입니다.비오는 날 모래성을 쌓지 말라”고 했고, 유종필 대변인도 “태어나지 말아야 할 정당의 탄생을 보면서 착잡한 심경을 금할 수 없습니다”고 논평했습니다.

47석으로 시작한 열린우리당은 창당 5개월뒤 실시된 17대 총선에서 152석으로 원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기적을 이뤄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어떤 행적을 보였는지는 여러분께서도 잘 아실 겁니다.

SBS의 경제프로그램에 등장했던 캐릭터 이름대로 '나잘난'행보가 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100년 정당은 커녕 3년 9개월 만에 쓸쓸하게 문을 닫게 됐습니다.

152석이었던 의석은 58석까지 줄었습니다.

내일 전당대회에서 민주신당과의 합당을 결의하고, 오는 20일 민주신당과 통합수임기구 합동회의를 열어 합당을 결정한 뒤 선관위에 등록하면 열린우리당은 세상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성경말씀에 "네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은 창대하리라"는 구절이 있는 걸로 압니다.

살면서 "조금 지나면 잘돼 있을 거야"라는 자기 믿음은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됩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그 반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시작은 훌륭했지만 나중은 초라해졌으니까요.

열린우리당의 당당했던 등장과 쓸쓸한 퇴장을 지켜보며 정치세력이나 개인 모두 한번쯤 자신을 되돌아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정세균 의장의 말처럼 열린우리당은 사라지되 그 정신은 살아숨쉬게 될까요?

창당하던 날은 비가 내렸지만 마지막 회의가 열린 오늘은 8월의 태양이 작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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