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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를 어찌할꺼나?

장면 1.

지난 2002년 11월 25일 새벽0시 15분, 서울 라마다르네상스호텔 4층 토파즈홀.

새천년 민주당의 신계륜 후보비서실장과 국민통합 21의 민창기 홍보위원장이 국민앞에 후보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합니다.

"리서치 앤 리서치 노무현 46.8  정몽준 42.2

월드리서치 노무현 38.8 정몽준 37 (그러나 이회창 후보 지지도가 너무 낮게 나와 이 조사는 무효처리됩니다)

이 결과에 따라 노무현 후보가 단일후보로 확정됐습니다."

당시 후보단일화 추진단에서 활동하던 의원들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이건 너무 위험한 일이다.어떻게 여론조사를 갖고 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나?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시간은 없고 뾰족한 수가 없으니 이렇게라도 한 것이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있으면 안된다."

장면2.

지난 2000년 4.13총선 직후 신문들은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엉터리였다고 일제히 비판했습니다.

96년 15대 총선때도 비슷했습니다.

제 기억에 SBS도 그 다음날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사과 보도를 한 것 같습니다.

즉,총선 직전에 극적으로 발표된 남북정상회담 합의 사실 보도로 여당이었던 새천년 민주당이 1당이 될 것이라는 출구조사 결과와 달리 한나라당이 1당이 된 것이죠.

96년 총선때는 39개 지역구의 출구조사 결과가 틀리게 나와 각 당이 심하게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취재를 나갔던 강원도 춘천의 유종수 의원은

"SBS 출구조사에 떨어지는 걸로 나와 술 먹고 일찍 집에 가서 쉬고 있는데, 이 늦은 시간(다음날 새벽)에 불러내 인터뷰를 하자고 하네. 병주고 약준다 참..."하며 웃더군요.

장면 3.

지난 20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장입니다.

당원과 대의원, 국민참여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앞섰던 박근혜 후보가 여론조사에서의 8.9%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전체적으로 1.5%포인트라는 근소한 차이로 이명박 후보에게 패배했습니다.

깨끗한 승복 발언으로 주인공이 되기는 했지만, 직접투표에서는 이기고도 여론조사라는 간접적인 방식에서의 패배로 필생의 꿈을 이룰 기회를 잃은 것입니다.  

장면4.

어제(21일)대통합 민주신당과 민주당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한 민주신당에서는 아직 본경선의 규칙을 어떻게 할 지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를 반드시 포함시키자는 손학규 전 지사측과 다른 진영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민주당 역시 갑론을박끝에 여론조사를 15%의 비율로 반영시키기로 했습니다.

조순형 의원측을 제외하고 다른 주자들,특히 이인제 의원같은 경우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후보에 비해 새발의 피정도지만 어쨌든 범여권 후보 지지도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손학규, 조순형 두 사람에게 유리한 방식이라는 반발입니다.

여론조사가 뜨거운 감자가 된 셈입니다.

---- 지난 2002년 후보단일화과정에서 도입된 여론조사가 이렇게 우리 정치권의 화두로 부상했습니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어디까지나 참고용이라는 게 여론조사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의 말입니다.

여론조사가 곧 선거결과를 그대로 투영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과거의 경험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실제 투표한 것과 여론조사기관에 응답한 것이 일치하라는 법도 없습니다.

그런 여론조사를 갖고 대통령 후보를 결정한다는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5년 전과 달리 민심과 어긋난 결정을 보정하기 위해서 일정부분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뀌긴 했습니다만,

직접 투표에 참가한 사람은 단 한 표, 여론조사에 응답한 사람은 5표 정도 되는 불균형도 문제입니다.

범여권 정파들이 최종적으로 여론조사 문제를 어떻게 결론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만,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 과연 옳은지 그 것부터 여론조사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후보결정을 위한 여론조사는 폐기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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