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과 그 측근들의 진흙탕 싸움을 보고 있자면, 정치라는 것은 얼굴이 여간 두껍지 않아서는 하기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은 바로 정치인들이 자초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은 판단 없이 양쪽의 주장만을 나열하는 보도를 통해 정치 불신을 더욱 악화시킵니다. 흔히 객관보도로 포장되기도 하는 이런 행태가 한나라당 후보 경선 보도에서 만연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는 다른 대부분의 신문 및 방송 뉴스와 마찬가지로 SBS 뉴스도 예외가 아닙니다. SBS 뉴스는 대선 선두주자인 한나라당 두 경선후보사이, 그리고 이명박 전 시장 쪽과 검찰사이의 논쟁을 중계방송만 했을 뿐, 이에 대한 독자적인 검증보도를 한 일이 없었습니다. 도곡동 땅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 중간발표가 있은 뒤, 아직 풀리지 않은 의혹을 분석한 지난 14일 SBS 8시뉴스에서 그 전형적인 사례를 봅니다. 뉴스는 진실을 가리기 위해서는 이 전 시장의 형인 이상은 씨의 돈 심부름을 한 이병모 씨에 대한 조사가 꼭 필요한 데 그가 왜 조사에 응하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뉴스는 바로 이어 "검찰에 두 차례 불려가 모두 20시간 조사받았다"는 이 씨의 주장과 "이 씨는 수사가 한창이던 2주 전부터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는 검찰의 주장을 소개하고는 이 부분에 대한 추적을 끝냈습니다. 검찰의 주장대로 이 씨에 대한 조사가 불가능했는지, 이 씨의 주장대로 오랜 시간 조사를 받았는지는 몇 마디 보충질문이면 가려질 수도 있는 문제였습니다.
SBS 뉴스는 또 수사결과 발표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었는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 논란에 대해서도 뉴스는 이명박 후보 측은 "수사결과를 후보경선에 임박하여 발표한 것은 경선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라고 주장한 반면, 검찰은 처음부터 경선 전 마무리를 목표로 했다는 입장이라는 설명으로 끝냈습니다. 16일 뉴스는 수사기록까지 공개하면 검찰이 왜 도곡동 땅에 대한 차명의혹을 제기하는지 국민들이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검찰관계자의 주장과 검찰이 다른 정보를 갖고 있다면 협박할 게 아니라 즉각 공개하길 요구한다는 이 후보의 반박을 아무런 보충 설명 없이 보도했습니다. 뉴스가 검찰의 정치적 의도에 대해 언급할 경우, 그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졌느냐를 분석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인 방향입니다. 한나라당 내부의 사건들을 검찰로 가져가 검찰을 경선에 끌어들인 것은 이명박 후보 쪽이었습니다. 그것은 명분상으로 옳지 않고, 전략적으로 위험한 카드였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반응에 정치적 의도가 실리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검찰은 이명박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과 이 후보에 대한 결정적인 타격을 기대하는 박근혜 후보 및 여권의 요구, 그리고 올 대선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부각되어 있는 이 후보에 대한 중압감 사이에서 어정쩡한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와 같은 복합적인 정치적 고려가 이번 수사 중간발표로 나온 것입니다.
지난 9일 밤 경기도 의왕시의 화장품 용기 공장에서 불이 나 여성근로자 6명이 목숨을 잃고, 2명이 다쳤습니다. SBS 뉴스는 화재로 사람들이 죽고 다치게 된 상황과 화재에 대한 아무런 방비도 없고, 비상구조차 없었던 공장의 실태를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또 희생자들이 모두 60대 이상의 여성들이었으며, 이들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이들 중에는 초등학생 손자의 학원 비를 벌기 위해 휴일도 없이 일하다 희생된 사람도 있고, 이들 대부분은 자식과 손자 생각에 잦은 야근을 견뎌 왔다고 보도했습니다. 화재사고로 인한 끔찍한 희생을 감동적인 휴먼 스토리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반면에 이번 화재사고는 영세공장의 근로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노동조건과 위험한 노동환경 하에서 일하고 있는가를 드러냈습니다. 인터넷 신문에 따르면 원진산업 노동자들은 월급 8~90만원을 받으며, 하루 12~3시간씩,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사회 최하층의 노동자가 가장 기본적인 노동법인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하는 현실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뉴스는 당연히 여기에 초점을 맞춰, 현실을 파헤쳤어야 합니다.
지난 11일 SBS 뉴스는 지난 5월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들에게 납치되어 88일째를 맞고 있는 한국인 선원 4명의 석방협상이 상당히 진전되어 최종 합의단계에 이르렀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인 선원들의 피랍소식은 지난 5월 16일과 다음 날 SBS 뉴스에서 보도했었습니다. 정부는 외교부내에 긴급 대책반을 구성하고 관계부처 당국자들로 구성된 테러대책 실무회의도 열었지만, 납치범들과의 석방협상은 주로 선주회사 쪽에서 맡았습니다. 뉴스에서도 그 이후 사건진행에 대한 추적이 없었습니다. 선원들에 대한 언론과 정부의 관심은 교회에서 아프간에 파송한 봉사단원들이 탈레반에 피랍되었을 때 보여 준 적극적인 관심과 너무 대조적이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양 후보 진영은 경선 승리에 지나치게 집착함으로써 경선 후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작고 좁은 시야의 지도자로 비칠 것인가를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도하는 뉴스 역시 이 싸움을 보는 뉴스자체의 관점과 자체의 판단을 갖지 않음으로써 정치는 물론 뉴스조차 불신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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