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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셋째주 개봉영화-스타더스트, 만남의 광장

 [디 워]의 논란이 그칠 줄 모르면서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주일 먼저 개봉한 [화려한 휴가]도 뒷심을 받으며 꾸준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디 워]는 600만을 돌파했고, [화려한 휴가]는 500만을 돌파했습니다. 주변에 [디 워]를 보신 분들 가운데 '도대체 영화가 어떻길래 저 난리들인가?'하는 호기심에서 봤다는 분들도 많더군요. 이들 두 영화가 전체 1800여개 스크린 가운데 1100여개를 점유하고 있어 다른 영화들은 밀려나고 새로 개봉하는 영화들은 개봉관 잡기에 어려움을 겪고 아예 몇몇 영화들은 개봉을 뒤로 미루는 결단까지 해야 했습니다. 아날로그 액션의 매력으로 3백만 관객 돌파까지 파죽지세였던 [다이하드4.0]이 눈물을 머금고 접어야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작품성을 갖춘 몇몇 한국영화들이 꾸준한 입소문을 타고 조용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데 바로 [기담]과 [리턴]입니다. [리턴]은 꼼꼼하게 짜여진 구조로 누가 범인인가를 추적해가는 재미가 있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입니다. 개성있는 남자배우 4명의 연기대결도 볼만합니다. [기담]은 신인 감독 정가형제(두 감독은 사촌 지간입니다.)의 장편 데뷔작인데 신인답지 않은 매끄러운 세공 솜씨로, 색다른 공포는 물론 슬픈 연민의 정서까지 불러일으키는 상당히 탐미적인 성향의 공포영화입니다. 특히 편집의 리듬과 색채, 화면 구도 등에서 눈여겨 볼 부분이 많습니다. 여고괴담 이후 한국 공포영화는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며 인기를 끌다가 2-3년 사이에는 짜증나는 공포영화들로 넘쳐났습니다. '우리 영화는 색다른 공포를 보여준다.'고 떠들어대놓고 막상 보면 시끄러운 음향효과에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유사 사다코로 넘쳐나기만 하고 이야기의 짜임새도 논리적 타당성도 없는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기담]은 몰입해서 보게되고 보고나서 여운이 많이 남는 공포영화입니다. 특히 중간에 나오는 '중얼귀신'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 생각하면 밤에 화장실 가기 무서울 정도로 정말 소름이 오싹 끼치게 만드는 귀신으로 '전설의 고향'과 '사다코의 망령'을 뛰어넘는 독창성을 갖춘 귀신입니다. 중얼 귀신에게 당하는 어린 소녀 아사코를 연기한 고주연 양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풍부한 감성으로 공포의 극한을 생생하게 표현합니다. 흥행에 실패했던 [구미호 가족]에 나왔을때 '어릴 적 장진영'이라는 평을 들었는데, 정말 친자매처럼 외모가 많이 닮았습니다. 이번 주에도 볼만한 영화들이 많이 선보이는데 국적과 장르가 다양해서 모처럼 푸짐한 식탁이 차려지는 것 같습니다.

스타더스트(12세 이상 관람가)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미셸 파이퍼가 나온다고 해서 관심이 갑니다. 미셸 파이퍼는 특히 [아이 엠 샘] 이후 6년만에 스크린에 등장합니다. 우리 나이로 50세인데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매력이 남아있습니다. 돈들 쳐들여 관리를 잘한건지, 내면의 아름다움이 은은한 향기처럼 배어나와 그런건지...(그녀의 광팬이었던 저로서는 후자였으면 좋겠습니다.ㅋㅋ) .영국 출신 재능있는 매튜 본 감독이 닐 게이먼의 동명 판타지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는데, 원작의 재미있는 이야기와 풍부한 상상력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마법의 영토 스톰홀드에 신비의 별 하나가 떨어지는데 이 별은 아리따운 금발 여인 이베인(클레어 데인즈)으로 변합니다. 인간 마을의 평범한 청년 트리스탄(찰리 콕스)은 첫사랑 여인 빅토리아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저 하늘의 별을 따다 주겠소'라며 허무맹랑한 약속을 합니다. 그런데 별이 비록 마법의 세계지만 인간세계에 떨어졌으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 같아 인간에게 출입이 금지된 땅으로 들어갑니다. 신비의 마력을 지닌 이베인은 트리스탄 뿐 아니라 영원한 젊음을 얻으려는 늙은 마녀 라미아(미셸 파이퍼) 패거리들에게도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여기에 마법의 왕국 왕 자리를 차지하려는 여러 왕자들도 함께 쫓아다니니 영화는 서로 잡으려 따라다니는 추격전만으로도 흥미롭습니다. 여기에 하늘을 나는 배를 몰고 다니는 해적 선장 셰익스피어(로버트 드 니로)까지 등장하는데 우리 편인지 나쁜 편인지 도통 종잡기 어렵습니다.

 많은 등장 인물들과 풍부한 이야기거리 때문에 128분의 상영시간이 별로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특히 등장인물들 모두가 가끔씩 엉뚱하게 내비치는 쿨한 유머감각이 제일 마음에 듭니다. 절박한 상황에서 나오는 이런 유머는 마치 캡틴 잭 스패로우에게서 풍기는 매력처럼 영화를 슬픔이나 죽음도 아랑곳하지 않는 '쿨'한 감각을 표현합니다. 추악하게 늙은 마녀 분장을 보여주는 미셸 파이퍼 뿐 아니라 대배우 로버트 드 니로까지 심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스포일러가 될 우려가 있어서 자세히 언급하기는 어렵고 도대체 젊은 신인 감독이 대배우를 어떻게 설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두루두루 모든 연령대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재미있는 판타지 영화입니다.

만남의 광장(12세 이상 관람가)

 

 

매번 그렇고 그런 조폭 코미디나 만든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충무로, 이번에는 코미디는 코미디인데 기발한 착상에서 출발한 코미디입니다. 느끼한 표정이 압권인 배우 최성국의 아이디어가 원초였다는데 곁가지 살을 매끈하게 덧붙여 많이 웃기는 코미디가 나왔습니다.

 1980년 섬마을에서 전재산 탈탈털어 선생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상경한 공영탄, 서울역에 내리자마자 가방을 도둑맞고, 끌려간 경찰서에서 삼청교육대로 갈 수 있다는 말에 선생님 만들어주는 '교육대학'으로 착각하고 자진해서 입교한 뒤 비인간적인 훈련을 받다가 강원도 심심산골에 혼자 떨어집니다. 최북단에 위치한 '청솔리' 마을에서는 새로 선생님이 부임해 오기만을 학수 고대하고 있는데 진짜 선생님(류승범)은 길을 잘못들어 지뢰밭에서 황당한 노숙자 신세가 되고 공영탄이 얼떨결에 선생님 대접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 마을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들켜서는 안되는 커다란 비밀이 감춰져 있습니다.

 임창정은 기대만큼 자연스런 코믹연기를 보여주고, 드라마에서 20대 몸에 40대 아줌마가 들어온 역할을 천연덕스레 해낸 바 있는 박진희도 더욱 성숙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박진희라는 배우는 완벽하고 화려해서 범접하기 어려운 저 하늘의 스타같은 느낌이 아니라 친근하지만 은근한 매력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앙숙같던 두 남녀의 사랑이 구축되는 과정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마지막 절정부분에서 마을 사람들이 결단을 내리는 과정의 과잉 행동이 눈에 거슬립니다. 특히 가을 장면을 실제로는 추운 한겨울에 찍는 바람에 몇몇 씬에서 배우들이 대사할 때 입에서 마구 뿜어져 나오는 허연 입김은 많이 거슬립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은 웃음을 유발하는 인물은 류승범입니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는 난감한 상황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심리와 망가져가는 상태를 유머러스한 대사로 꾸려나갑니다. 두세번 웃던 관객들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류승범만 등장하면 웃음을 터뜨리더군요. 꼴통 또라이 연대장의 캐릭터는 군대 다녀온 분들이라면 한번씩은 겪어봤음직한 상관 모습이고 애드립의 대가인 임현식, 이한위의 무르익은 연기도 볼만합니다.  분단 문제를 소재로 한 비슷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나 [공동경비구역 JSA]만큼의 정서적 감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하지만 맘껏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전체 관람가)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쟈니 잉글리쉬]에서는 저 넥타이가 회전초밥집에서 고생하더니 이번에는 자동판매기와 한판 퍼포먼스를 벌입니다.)

명절 TV프로그램에서 우연히 발견한 미스터 빈은 코미디를 좋아하는 저에게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와 이후 저를 광팬으로 만들었습니다. 녹화해 놓고 돌려보고 명절 앞두고 이번에도 방영하는지 방송사에 문의전화까지 해봤습니다. 이후 그가 출연한 영화들을 빼놓지 않고 보아 왔는데요. 이번에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웃겨줍니다. 미스터 빈의 매력은 상대방이나 자신을 엄청난 곤경에 빠뜨리는데 그 의도가 불순하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기도 하면서, 어떨 때는 한없이 욕심많기도 한 사랑스러운 캐릭터입니다.

교회 경품 추첨행사에서 최신형 캠코더는 물론 칸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에 여행 티켓까지 당첨된 미스터 빈, 캠코더로 여행 일정 하나하나를 셀카로 자세하게 찍으며 파리까지 오지만 여기서부터 티켓을 잃어버리는 등 뒤죽박죽 소동을 일으키다가 급기야는 아버지를 잃어버린 러시아 소년과 동행하게 되는데 그만 아동 유괴 납치범으로까지 몰리게 됩니다. 우리의 미스터 빈, 과연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을지 상당히 걱정됩니다.

 타이틀 롤 첫 작품인 [빈]에서는 영국에서 미국으로 출장 온 엉터리 큐레이터 역할로 문화적 차이를 유머의 핵심 배경으로 깔며 막연하게 유럽문화를 동경하는 미국인의 '키치'적인 싸구려 취향을 은근히 비난했던 빈은 이번에는 자아도취 외에는 아무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는 엉터리 예술영화를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로드 무비 형식으로 별다른 대사없이 표정과 몸짓, 상황으로 웃기는 미스터 빈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되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계속 관객의 배꼽을 자극합니다. 

조디악(15세 이상 관람가)

 [세븐]과 [파이트 클럽] 등에서 독특한 영상미를 선보였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이번에는 1960년대 미국 사회를 공포로 몰아 넣었던 연쇄 살인범 이야기를 15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 담았습니다. 국내에서는 '미국판 살인의 추억'이라고 불려지는데 미제 사건인데다 범인을 쫓는 사람들의 끈질긴 집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유려한 영상미보다는 다큐멘터리적인 혹은 건조한 기법으로 영화가 전개되기 때문에 많은 집중력을 필요로 합니다. 이런 면에서는 얼마전 선보였던 [굿 셰퍼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몸 상태 좋을때 혼자 보면 좋을 영화 같습니다.

 이밖에 아기 북극곰과 바다 코끼리의 성장과정을 담아 교육 효과 만점인 자연 다큐멘터리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과 크로스 스캔들을 주제로 한 한국 멜로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독일 성장영화 [썸머 스톰], 일본 청춘멜로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동물 휴먼 드라마 [안녕, 쿠로] 등이 개봉됩니다. 좋은 영화들과 함께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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