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러시아 국민들은 '머니(Money)'가 어떤 의미인지를 새삼 깨닫고 있다.
98년 러시아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경제 붐은 '오일 머니'에 편승, 시장 경제체제에 적응해 가는 러시아 국민들의 어깨를 활짝 펴게 했다.
씀씀이도 전보다 나아졌고 대도시에서는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을 가는 것이 이제 일상이 돼 가고 있다.
하지만 '돈'의 위력은 이들 보다 러시아 갑부들이 더 절실히 느끼고 있으며 그것을 보란 듯 즐기고 있다.
소위 러시아 신흥 갑부로 불리는 '노브이 루스키'.
이들은 영국 런던의 대저택과 프랑스 남동부 지중해 휴양지의 빌라를 구입하고 유명 건강 리조트에서 돈을 아낌없이 쓰고 있다.
러시아 NTV는 최근 이들이 알프스에서 프랑스를 거쳐 이젠 베네치아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국인이 거의 살고 있지 않은 베네치아에 돈뭉치를 가진 외국인들이 찾아와 집을 사고 있는데 대다수 외국인은 바로 러시아인이라는 것.
집값은 오르고 있고 베네치아의 많은 집주인들이 집을 팔고 고향을 떠나고 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특히 러시아인들은 거의 가격흥정도 하지 않고 집을 사고 한사람이 집을 구입하면 가까운 지인들이 몰려와서 또 집을 산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유명한 호수는 러시아인과 미국인 대자본가의 도박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벌써 약 10개의 역사적인 빌라들이 러시아 부자들 손에 넘어갔다.
모스크바 근교에는 백만장자도 못 가는 억만장자만 갈 수 있는 백화점이 있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일반인들은 그곳에 들어갈 수도 없기에 무슨 물건을 파는지 조차 알 수 없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러시아의 억만장자 수는 2002년 7명에서 2007년 53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문제는 러시아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면 할수록 빈부의 격차는 더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 통계청이 9일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 모스크바 소득 수준 상위 10%와 하위 10%간 소득 격차가 41배 차이가 났다.
현재 전문가들은 한달 수입이 가족 구성원 1인당 2만500 루블(약 75만원) 이상인 사람들을 부유층으로, 최저 생계비인 3천291 루블(약 12만원)에 못 미치는 사람들을 빈곤층으로 분류하고 있다.
러시아에는 현재 10만 명 가량의 백만장자가 있으며 이들의 3분의 1이 모스크바에서 활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루슬란 그린베르그는 "소득 갭이 10배 이상이면 사회적 무질서를 가져 올 수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에서 10~12배 정도의 갭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사회적 무질서 초래되지 않은 이유는 그들의 철학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