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하여 미국과 한나라당은 한국정부에 대해 힘든 과제를 주문했습니다. 지난 9일 SBS 8시뉴스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이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공식반응이며, 한나라당의 입장 역시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의제의 초점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얼핏 들으면 이런 주문은 특별하지 않은, 상식적인 요구처럼 들립니다.
하루 전인 8일 SBS 뉴스는 정부 스스로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결정적인 해법을 도출해 평화정착으로 이어간다는 청사진을 내 놨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뉴스는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불능 화와 6자회담의 진전을 이끌어간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 쪽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구상일 뿐입니다. 핵문제는 6자회담에서, 실제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풀어나가고, 남한과는 경제협력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 북한의 일관된 입장이었습니다. 정상회담의 목표가 한반도 비핵화의 ‘결정적인 해법’의 도출이라는 것을 정부 당국자가 밝혔다면, 정부의 회담 준비가 현실과 유리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반면에 그것이 SBS 뉴스의 자체판단이었다면 너무 들떠 있었거나 분석력의 빈곤을 드러낸 사례였습니다. 7년 2개월만의 2차 남북정상회담 성사로 SBS 뉴스가 얼마나 들떠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있습니다. 8일 뉴스가 “이번 정상회담의 모습을 미리 전망한다.”면서 정상회담의 일정은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한 남측 대표단이 2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시작된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아직 의제를 비롯하여 회담 절차, 방북경로 등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가상의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은 뉴스의 영역이 아닙니다. 이 뉴스의 허점은 다음 날 뉴스가 노 대통령이 육로로 평양에 가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함으로써 하루 만에 드러났습니다.
8일 SBS 뉴스는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대답을 시도했습니다. 뉴스가 던진 질문은 왜 2차 정상회담의 장소도 평양이어야 하는가, 왜 대선을 넉 달 앞둔 임기 말의 대통령이 서둘러 정상회담을 하려고 하는가, 정상회담 합의과정에서 뒷거래는 없었는가, 그리고 회담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SBS 뉴스는 회담장소로 북한이 평양을 고집한 가장 큰 이유는 서울 답방 시 보수단체들의 반발 가능성과 경호문제 때문이며, 남측 대통령들의 잇단 방북을 김정일 위원장의 위상 강화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여기서 뉴스는 지적해야할 핵심사항을 빠뜨렸습니다. 정상회담이 정례화 될 경우 회담장소가 평양으로 고착될 우려가 있으며, 남북 간의 균형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회담의 개최시점에 대한 평가와 관련하여 뉴스는 “대선용”이라는 한나라당의 상투적인 공격과 “국내정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청와대의 상투적인 방어를 나열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SBS 뉴스의 ‘뒷거래 의혹’ 보도는 실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한 기사였습니다. “정치적으로 남북이 무엇인가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거나 “일부에서는 북측의 행태를 볼 때 금전적 뒷거래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는 식입니다. 정상회담이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한 뉴스의 분석은 더욱 아리송했습니다. 범여권은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지만, 역풍을 경계하는 심리도 엿보이고,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중 정상회담이 누구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속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질문을 던졌으면, 심층 분석을 통해 시원한 대답을 내 놓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질문으로 끝나는 것이 시원찮은 대답으로 초점을 흐리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자주 일어나는 비실명 보도와 추적보도 부재도 뉴스가 극복해야 할 문제들입니다. 지난 7일 뉴스는 문화계의 유력인사이자 대학 교수인 K씨가 학력을 속였다고 보도했고, 8일 뉴스부터 본명을 밝혔습니다. 당사자가 학력위조를 시인했음에도 익명으로 보도한 것은 지나친 조심성이고, 무책임한 태도이기도 합니다. 지난 2005년 7월 SBS 뉴스는 일본 도쿄에 있는 조선인 초등학교가 도쿄도와의 소송에 휘말려 폐교위기에 빠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해 8월에는 일제 당시 강제징용을 당했던 동포들이 모여 사는 우토로 마을이 철거위기를 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초등학교 문제는 그해 9월 ‘SBS 스페셜’이 ‘나는 가요-도쿄 제2학교의 여름’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집중적으로 다뤄 방송위원회로부터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 두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으며, 특히 우토로 마을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나 2005년 이후 도쿄 제2학교와 우토로는 SBS 메인뉴스에서 사라졌습니다.
SBS 9일 뉴스는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과 한나라당 주문의 핵심을 제대로 짚었습니다. 뉴스가 분석한대로 미국은 비핵화 문제에 충분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에 대한 보상논의가 이뤄지는 것에 브레이크를 걸었고, 한나라당 역시 회담에서 재정에 부담을 줄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쐐기를 박은 것입니다. 뉴스는 북한과 미국, 그리고 야당의 요구사이에 끼인 정부가 정상회담을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가를 주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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