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틀 뒤면 새로운 정당이 하나 생깁니다. 제가 지난해 10월에 다시 정치부로 온 뒤 세 번째로 만들어지는 정당입니다. 열린우리당에서 탈당한 의원들이 중도통합신당을 만들었다가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통합민주당이 됐고 이제 추가로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과 시민세력이 모여서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것을 만들게 됐습니다.
지난번 통합신당의 창당 과정도 그랬지만 이번에 민주신당을 만드는 과정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입니다. 당을 만드는 사람들 스스로도 '기네스북'에 오를 일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그러다보니 창당을 이틀 앞두고도 당 대표를 누구로 할 것인지도 정하지 못했습니다. 전당대회에서 경선을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추대를 하기로 했는데 추대할 사람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름대로 절박한 사정, 궁박한 형편이야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정말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대선을 목전에 둔 만큼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금방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그 쪽으로 힘이 쏠리겠지요. 하지만 당 대표는 그래도 당의 얼굴 아닙니까? 그런 사람을 아직도 정하지 못할 정도라면, 그것도 창당 준비위에서 원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대표직을 맡지 않겠다고 사양하고 있고 말리고 싶은 사람들만 서로 하겠다는 형국이니...
그래서 당 대표 선정은 중앙당 창당대회 당일 오전에야 확정될 것 같습니다. 지금 들리는 말로는 시민사회 출신과 누구나 알만한 기존 정치권 인사 한 명씩 해서 공동대표 체제로 간다고 합니다. 아마 발표가 되면 또 시끄러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른바 구시대 인물, 요즘 말로 Old Boy의 귀환으로 비쳐서야 '신당'이라고 내세우기도 어려울 터이니까요.
여하튼 그렇게 해서 신당은 의석 80석이 넘는 원내 2당으로 이번 일요일에 출범하게 됐습니다. 정말 혼란스러운 우리 정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한나라당은 유혈이 낭자한 진검승부로 경선전을 치러가고 있고, 다른 한 쪽은 온통 이합집산으로 어지럽기 짝이 없는 것, 그것이 대선을 불과 5개월도 남겨놓고 있지 않은 우리 정치의 현주소입니다.
딱한 일은 하나 더 있습니다. 불과 6개월 사이에 이번 신당 창당으로 네번째 당적을 갖게 된 의원들 일입니다. 이것 또한 기록감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런 일이 언제 또 있었겠습니까. 언론들에서는 이들이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었다는 것이 대세라고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통합민주당 소속인 이분들은 이르면 오늘 오후 중으로 탈당을 할 것라고 합니다.
통합신당 출신이 20명인데 이 가운데 19명이 탈당을 하고 한 명은 남습니다. 국민중심당 공동대표를 지내다가 통합민주당 출범 때 당적을 옮겼던 신국환 의원입니다. 다 가는데 왜 남느냐고요? 열린우리당과는 절대로 합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만 신당에 합류할 수 있다는 박상천 공동대표와 뜻이 일치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분도 대통합론자입니다.
그런데 왜 혼자만 남을까요? 개인적인 정치적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국환 의원은 대선 주자입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상태입니다. 아직은 뚜렷한 지지도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신당은 이달 말까지 예비경선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8명 안쪽으로 후보를 걸러낼 예정인데 이 안에 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신 의원의 통합민주당 잔류를 이런 측면에서 해석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물론 신 의원이 혼자서 잔류를 선택한 속내야 본인이 아니고서야 어찌 알겠습니까.
신당의 당헌, 정강정책 등은 대체로 얼기설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워낙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신당의 깃발 아래 모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합이라는 것을 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잡탕'이라고 공격하고 있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당의 정체성을 놓고 내부 논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천정배 의원의 경우에는 당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세우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과 다를 게 뭐냐며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한 때 당에 불참하는 방안까지 논의했을 정도입니다.
정당이 무엇인지를 인터넷 사전으로 찾아봤습니다. "정치권력의 획득을 목표로 정견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공통된 정책에 입각하여 일반적 이익을 증진시키고자 결합한 정치결사"가 정당이라고 합니다. 지금 창당을 목전에 둔 신당이 이 조건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겁니다.
가장 단적인 예로 한미자유무역협정, 즉 한미 FTA만 하더라도 절대 불가를 외치며 20여일을 단식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적극적인 찬성론자도 있습니다. 정치권력을 획득하는 목표는 공유하고 있지만 정견과 정책도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존재하는 국내의 어느 정당이 이런 기준에 맞습니까.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책을 그냥 보여주고 이게 어느 당 정책이냐고 물으면 대답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어느 당이나 세부 정책 노선을 놓고 제 진영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답니다.
따라서 신당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지만 지금 손학규 전 지사 진영과 정동영 전 의장 진영, 그리고 천정배 의원 등 개혁파들 사이의 정책 노선에 대한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어서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손학규 전 지사 쪽에서는 범여권에 참여하라고 권유할 때는 언제고 막상 참여하고 나니 이런 식의 공격을 하느냐며 불편해 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신당은 5일 창당하겠지만 당분간은 진통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당이 한나라당과의 일전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제 세력을 이 당으로 모으는 유일하고도 강력한 추진력인 만큼 얼마나 깔끔하게 이런 잡음과 혼선을 정리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