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의원은 현재 통합민주당 공동대표입니다.
그런데 민주당 당적을 유지한 채 얼마전에 출범한 범여권 대통합신당 창당준비위원회에 참여했습니다.
지난 2월에는 동료의원 20여 명과 함께 열린우리당을 탈당했습니다.
바로 '중도개혁통합신당추진모임'이라는 교섭단체를 만들었고, 5월에는 '중도개혁통합신당'을 출범시켜 대표가 됐죠.
그리고 지난달에는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 '중도통합민주당'이라는 신당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김 대표는 다음달 5일 새로 출범하게 될 범여권 대통합신당으로 당적을 옮기겠다는 의사를 창준위 참여로 분명히 했습니다.
올 들어 7개월 사이에 네 곳의 당적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죠.
통합민주당 전체가 통합신당에 간다는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에는 통합민주당도 탈당해야 하니까 탈당도 두번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러다 보니 일부 신문에서는 계절에 따라 옮겨가는 철새가 아니라 거의 매달 당적을 바꾸는 정치달(月)새라는 비판까지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김한길 대표뿐 아니라 그와 함께 행보를 해온 다른 의원들도 이런 언론의 비판적 논조를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더군요.
김 대표측은 "우리가 무슨 그렇게 큰 잘못을 했다고 이러느냐?"고 저한테 항변하기도 했고요.
그러던 상황에서 김 대표의 보좌관이 메일로 이런 글을 보내왔습니다.
"지난 2월 6일 김한길은 동료의원 22명과 함께 집권여당을 탈당하는 전무후무한 집단탈당을 했다. 대통령의 집요한 반대와 회유를 뚫고 결행해 정치권 전체에 큰 충격을 줬다. 열린우리당의 틀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원내대료를 하면서 뼈저리게 확인했기 때문에 탈당을 결심한 것이다. 2월 28일 미적거리던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것도 결국은 추가탈당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즉, 김한길의 결단이 낳은 성과다.
무엇보다 3월 19일 손학규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하게 된 이유 중에 김한길 등의 집단탈당으로 정치지형의 변화가 시작됐다는 점도 있을 것으로 본다. 그때까지 열린우리당이 그대로 있었다면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은 어려웠을 것이다.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과의 당대당 통합은 민주당이 처음으로 대통합의 광장에 한 발 들여놓는 순간이었다. 김한길은 박상천 대표의 배제론도 압박작전으로 철회시켰다. 김한길이 지난 12일 정치신조나 마찬가지였던 불가 방침을 철회하고 열린우리당과의 당대당 통합까지 수용하며 대통합신당 참여의사를 밝힌 것은 내 주장만 하다가 아들의 목숨을 잃게 만들 수 없었던 솔로몬 재판정의 진짜 어머니 심정이었기 때문이다.
노자 도덕경에 대백약욕(大白若辱)이라고 했는데, 큰 결백이라도 일시적으로는 욕되게 보일 수 있다. 지금이 그렇다. 김한길의 잦은 당적변경은 개인의 사욕이나 영달을 위한 처신이 아니었다. 대통합을 위해 소리를 버리고 헌신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옷 갈아입고 화장 고쳐 딴 사람 행세하려는 격'이라는 지적도 실패를 반성하고 변화해서 대선에서 승리해 지지자들에게 보답하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는 김한길의 생각에서 보면 트집잡기일 뿐이다.
누가 대통합의 실현을 위해 자신을 버린 사람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기득권의 품에 안주하면서 마냥 시간을 흘려보낸 자들이 무슨 자격으로 풍찬노숙을 마다하지 않고 비난과 굴욕을 감내해온 사람들을 탓할 수 있겠는가?"
지난달 말에 김한길 대표와 그의 아내 탤런트 최명길 씨와 식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는데, 원래 애연가인 김 대표는 아내 앞에서도 쉴 새 없이 담배를 피우며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나보고 대권욕이 있다고들 한다. 내 정치를 하려고 한다는 거지. 그러나 나와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라.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그런데 내가 무언가 하면 다들 내 속셈이 따로 있다고들 하더라. 나하고 친한 정동영도 그런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분명한 것은 가만히 앉아서 열린우리당의 이름으로 심판받으라는 것은 한나라당의 논리요, 우리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열린우리당으로는 안되는 것 아닌가? 기자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옆에 있던 그의 아내가 헤어질 즈음에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정치 얘기, 정치인 얘기 그렇게 재미 없었는데 정치인하고 오래 살아서 그런지 이제는 재미 있어요. 요즘 부쩍 담배를 더 피는 것 같아 걱정스럽긴 해요"
정치인 김한길의 진정성이냐, 속셈이냐, 단어 하나의 차이가 그의 정치인생에도 큰 차이를 가져올 것 같습니다. 그 것이 판가름 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지도 않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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