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대통합 이 가시화된 가운데 이른바 동교동계 인사들의 역할론에 새삼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자 처한 정치적 여건 탓에 드러내놓고 전면에 나서진 못했지만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전령사' 역할을 자임, 물밑에서 활발히 움직이며 통합작업의 '숨은 공신'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이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것은 DJ의 '복심'으로 불리는 박지원 비서실장이다.
박 실장은 통합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과 대통합추진모임 정대철 대표를 비롯해 우리당과 우리당 탈당파, 통합민주당 인사들과 폭넓게 만나 '대통합 전도사'로 막후에서 분주하게 뛴 것으로 전해졌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우리당 의장,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 대선주자들과도 접촉을 가졌다는 후문이다.
또 김효석, 이낙연, 신중식 의원과 박준영 전남지사, 박광태 광주시장 등 통합민주당을 탈당했던 민주당 출신의 '대통합파' 8인과도 긴밀한 교감을 가져왔으며 DJ 차남 김홍업 의원의 탈당 과정에서도 상당부분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범여권 안팎에서는 이번 대통합작업과 관련, 'DJ 극본- 박 실장 연출'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실제로 박 실장은 거의 매일 오전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을 찾아 문안을 하고, 대통합과 관련한 의견도 교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동교동계로 분류되는 범여권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실장은 DJ가 주문한 대통합을 어떻게 구현할지에 이정표를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고 했고 또다른 의원은 "8인 회동에 '숨은 한 명'이 더 있었다. 바로 박 실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실장의 한 측근은 "4.25 무안·신안 선거 때부터 호남 민심을 주의 깊게 관찰한 결과 대통합이 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대통합의 원칙과 필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한 것일 뿐 정치 일선에 나선 차원은 전혀 아니다"며 "구체적 각론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었으며 김홍업 의원의 탈당도 박 실장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지 않느냐"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박 전 실장은 현재 사면만 됐을 뿐 복권이 돼지 않아 드러내 놓고 정치활동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교동계 좌장으로 불렸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도 지난달 박상천 대표를 만나 특정세력 배제론을 철회토록 설득하는 등 '이대로 가다간 다 죽는다'며 대통합을 강조해왔고 한화갑 전 대표도 물밑에서 바쁘게 움직였다고 한다.
대통합파 8인 모임의 일원으로 탈당한 정균환 전 의원과 박준영 전남지사, 박광태 광주시장도 모두 동교동계 핵심 멤버들로, 정 전 의원은 다음달 5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갖는 신당 창준위의 공동창준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들의 행보를 곱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다.
이들이 대통합 과정에서의 일정한 성과를 발판으로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통합민주당 한 관계자는 "동교동계가 대통합이라는 명분으로 탈당까지 부추기며 50년 전통의 민주당을 흔들고 있다"며 "해도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일부 민주당원들은 김홍업 의원의 탈당 등에 반발, 오는 30일 DJ의 동교동 사저앞에서 "더이상 민주당을 흔들지 말아달라"며 시위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동교동계의 막내격인 설훈 전 의원은 최근 손학규 캠프에 특보로 합류, 상황실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 전 의원의 손 캠프행은 '김심'의 향배와 맞물려 관심을 모으고 있으나 동교동계의 한 인사는 "개인의 선택 차원이지, 동교동계에서 특정주자를 조직접으로 돕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설 의원의 손 캠프 합류에 대해 한나라당 권기균 부대변인은 "2002년 대선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측의 20만달러 수수설을 허위로 유포해 유죄가 확정됐던 사람을 등용한 것은 공작정치와 마타도어의 망령을 되살리려는 음모"라면서 "그런 인물을 다시 정치권으로 불러들인 사람이 선진평화 세력을 표방하는 손 전 지사라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다"는 논평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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