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된 한국인 인질 석방교섭이 우려했던 `인질 피살'과 탈레반 무장세력간 노선차이 등으로 교착상태를 면치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26일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정책실장을 대통령 특사로 현지에 파견하는 한편 피랍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 납치세력별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등 협상전술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석방교섭 `답보'..장기화 양상 =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26일 이날 밤 기자들과 만나 "무장단체의 성격이 통일돼 있고 정리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납치단체 내부에 강경.온건파가 대립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송 장관은 이어 무장세력과의 석방협상에서 구사해온 이른바 `유효한 수단'에 대해 "상황이 바뀌기 때문에 한번 강구한 수단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어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한국인 피랍자를 억류하고 있는 무장단체 내부 강경.온건파 사이의 요구조건이 서로 다르고 지휘계통도 명확하지 못해 석방교섭이 매우 어렵게 진행돼 왔음을 우회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그동안 탈레반 무장세력 내부에서 인질 몸값을 받으면 석방할 수 있다는 온건파와 탈레반 수감자와의 맞교환을 주장하는 강경파가 대립하면서 아프간 및 우리 정부와의 석방교섭에 혼선이 빚어져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납치세력간 의견 대립은 피랍자 8명에 대한 석방이 최종 성사단계 직전까지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던 25일 봉사단 인솔자인 배형규씨가 피살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인질을 억류하고 있는 무장세력들이 통일된 지휘체계 아래에 있다면 석방이 성사되기 직전에 인질을 살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외신과 정보당국 등에 따르면 현재 한국인 피랍자들은 2개의 지방 탈레반 무장세력과 중앙 탈레반의 지휘를 받고 있는 무장세력 등 모두 3개 부류의 무장세력에 나뉘어 분산 수용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협상시한을 언론에 밝히며 인질살해를 위협해 온 자칭 탈레반 대변인인 유수프 아마디가 속한 납치단체는 중앙 탈레반의 명령을 받고 있는 강경파로, 나머지 2곳은 온건파로 분류되고 있다.
◇ 정부, 교섭전술 재정비 = 그동안 아프간 정부를 전면에 내세워 교섭을 벌여왔던 정부는 내부적으로 교섭전술 재정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밤 배형규씨가 갑자기 살해당하는 돌발상황이 발생한 데다 무장세력 내부 균열과 노선차이가 빚어지면서 석방교섭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로서는 무장세력 내부의 다양한 성향을 대변하는 이들과 인내심을 갖고 동시다발 접촉을 벌이면서 인질석방과 돌발사태 예방이라는 `투-트랙'(Two-track) 교섭을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이날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정책실장을 대통령 특사로 현지에 파견한 것은 사태해결을 위한 `총력외교'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탈레반 무장세력과의 석방교섭에서 성과를 이끌어내려면 아프간 정부와의 고위급 협력이 절실하고 무장세력에게도 `우리 정부가 사태해결을 위해 최대한 성의를 보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성이 있다는 상황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특사인 백 실장은 현지에서 활동해온 조중표 외교부 제1차관과 함께 아프간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납치단체와의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아프간 정부 및 주변 우방들과 긴밀히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동시에 `물질적 대가'를 받고 인질들을 석방하려는 세력과 `탈레반 수감자 석방'을 관철하려는 세력의 특성을 감안해 효율적으로 분리대응하는 석방교섭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피랍사태 해결을 위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제외하고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려 한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피랍자 석방을 위해 총력전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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