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탈레반이 특유의 '언론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다는 견해도 있어 섣불리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맞교환 제의는 이번 사태의 장기화가 점쳐진 가운데 긍정적 신호로 풀이된다는 것이 외신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탈레반은 사태 초기 한국군의 철수하지 않으면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하다가 이어 인질 석방협상 시한을 3차례나 연장하면서 탈레반 포로 23명의 석방을 촉구한 뒤 납치한 한국인과의 통화를 대가로 10만달러를 요구하는 등 금전적 요구까지 들고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4일 막바지 협상에서 금전 요구를 접고 8명의 포로 명단을 아프간 정부 협상단에 전달, 자신들의 목표가 아프간측에 붙잡힌 탈레반 포로들을 돌려받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같은 수의 한국인 인질과 맞교환을 전격 제안한 것이다. 특히 포로 8명을 돌려받을 경우 추가 맞교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탈레반이 입장을 선회하기 시작한 배경은 무엇보다 테러집단이라는 안팎의 비난여론이 거세지면서 사태의 장기화를 막고 핵심 포로를 돌려받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그간 침묵으로 일관하던 미국이 23일 한국인 인질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 탈레반에 부담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점점 냉랭해지고 있는 자국내 여론도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6년 전 미국에 의해 축출된 뒤 권토중래를 노리던 탈레반으로서는 자국 여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한국인 납치사건이 발생한 아프간 중부 가즈니 주 에서는 이날 주민 1천여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한국인들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단체로 시가지를 행진하며 여성을 납치하는 행위는 이슬람 율법과 아프간 문화를 거스르는 비인간적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한국인들의 석방을 호소했다.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여성 18명을 포함해 23명에 달하는 인질들의 관리 문제도 탈레반에게는 큰 부담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도 앞서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질 관리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탈레반이 과격하지만 이슬람 교리를 중시하는 만큼 18명에 달하는 여성 인질을 무리하게 장기간 억류할 경우 국제사회는 물론 이슬람 내에서도 거센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탈레반은 여성에 대해 극단적인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이슬람 율법과 전통적인 관습에 따라 여성에게 신체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지난 4월에 납치된 프랑스인 납치사건 때에도 여성 1명을 우선 석방했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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