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8월 1일, 미국에서는 9월 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심형래 감독의 [디 워]가 지난주 LA 현지 시사회와 기자회견 등의 행사를 가졌습니다. 이를 출장 취재하고 돌아와 뉴스 리포트를 만들기 위해 출근한 토요일, 바로 전날 아프카니스탄에서 한국인 20여명이 납치됐다는 소식에 보도국은 특보 체제가 가동돼 하루 종일 어수선했습니다. 제가 준비한 ‘디 워’ 관련 보도는 ‘중요하지도 않고 시급하지도 않기 때문’에 빠졌습니다. 같이 출장에 동행했던 타 방송사 기자들은 어찌 어찌 주말에 관련 리포트를 다 내보냈는지라 왠지 저만 결코 백조가 될 수 없는 미운오리새끼같은 심정에다 어정쩡하고 찜찜한 기분이 넘쳐나는데 납치된 분들과 주변 분들 심정 앞에서는 사치스런 감정이겠지요. 제발 한 분도 빠짐없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LA 시사회가 열린 아크라이트 극장)
[디 워]는 현지시간으로 17일 오후 할리우드의 한 극장에서 한국 언론들과 현지 관객들을 상대로 첫 시사회를 가졌습니다. 그 전날에는 미국 배급을 맡은 ‘프리스타일’ 사장과 마케팅을 맡은 ‘레이크 쇼어’사장, 예고편 제작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가졌고, 시사회가 끝난 뒤에는 편집, 음향 등 후반작업을 담당한 할리우드 스태프들이 역시 영화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가졌습니다. ‘프리스타일’은 [일루셔니스트]와 [아메리칸 혼팅]등을 배급해 흥행을 성공시킨 배급사로 ‘폭스’나 ‘워너’같은 메이저를 제외한 독립 배급사로는 가장 많은 영화를 배급하는 회사 가운데 하나라는 설명입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사무실 스케치 그림이 필요해서 이들의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LA 다운타운에서 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바다와 산이 함께 있는 ‘말리부’라는 유명한 도시 한켠에 아담하고 예쁜 건물에 자리잡은 단촐한 사무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악은 [아일랜드]와 [트랜스포머]로 유명한 스티븐 자브론스키, 편집은 [콘에어], [브로큰 애로우]를 맡았던 팀 앨버슨, 이무기 목소리를 만들어낸 음향은 [16블록]과 [제 5원소]를 작업했던 마크 맨지니 등 할리우드의 쟁쟁한 스탭들이 참여했습니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영화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수효과는 [고스트 라이더]나 [스파이더맨3]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하다”거나 “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영화를 처음 봤을때 뒤집어질 만큼 깜짝 놀랐다.” 등등... 이들이 ‘디 워’의 미국 개봉이라는 비즈니스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할리우드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이런 소리를 들으니 마구 흐뭇해지면서 영화에 무척 기대를 걸게 되더군요.
17일 시사회는 LA에서도 관람료가 비교적 비싸다는 ‘아크 라이트’극장의 가장 큰 상영관에서 열렸습니다. 92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상영시간에 막판 40분은 거대한 이무기와 날아다니는 괴물, 로켓포를 장착한 괴물과 악의 전사들이 LA 도심에서 닥치는 대로 파괴하다가 영화의 절정인 나쁜 이무기와 착한 드래곤과의 최후의 결전이 이어지면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소문으로만 떠돌던 ‘비주얼은 강하지만 이야기 구조가 취약하다. 그래서 영화는 재앙이 될 것이다’라는 말은 부분적으로는 맞고 일부는 틀린 듯 합니다. 비주얼은 6년이라는 제작기간의 첫 부분에 촬영하고 만든 7-8분 분량의 조선시대 부분은 확실히 컴퓨터 그래픽과 배우들의 연기가 어설픕니다. 그 외의 부분은 모든 면에서 할리우드 영화에 견줄만 합니다. 일단 다양한 이무기들의 질감과 움직임이 정교하고 실사와의 결합도 몰입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습니다. 아파치 헬기를 물어뜯고 고층빌딩 옥상을 감아올라가 표효하는 장면은 몸서리치게 무섭고, 착한 드래곤이 이무기와 결투한 뒤 승천하는 장면에서 드래곤의 디자인과 움직임은 위엄을 갖추고 있어 감정이입이 될만큼 카리스마를 갖췄습니다. 빠른 편집과 시간 단축으로 이야기 전개가 매끄럽지 못한 면이 있어 주인공들이 이무기와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남녀 주인공의 운명적인 만남에 동일시할만큼 감정이입이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못하지만 우리에게도 익숙한 조연과 단역들의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연기와 은근히 코믹한 몇몇 상황과 대사가 이를 벌충합니다.
제가 족집게 도사는 아니지만 국내 흥행 성적보다는 미국 개봉에서 더 나은 성과를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뻔히 알고 있는 이무기 전설이 미국 사람들에게는 신선하게 들리기 때문이라는 것도 있지만 한국 관객들이 전 세계에서 눈높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수준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준이라면 로봇이 따분한 설교를 늘어놓는 등 허술한 이야기 구조를 갖췄지만 놀랄만한 비주얼을 갖춘 [트랜스포머]가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기가 애매해집니다. 우리나라 관객들이 한국영화에는 엄격하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는 관대한 ‘이중기준’이 생겨나 굳어지는 현상은 정말 피해야 할 사항입니다.
한국에서 먼저 개봉하는 전략을 택한 것은 영화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순수 제작비 3백억 원은 한국에서 천만 명이 든다해도 회수할 수 없는 금액이고, 미국에서 먼저 개봉했는데 이것이 실패한다면 한국 시장은 더한 실패를 맛볼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 시장의 성패에 한국의 흥행 성적이 별다는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 제작사와 투자배급사의 전략적인 판단입니다. [디 워]가 미국 시장에서 일정 정도 성공을 거둔다면 침체에 빠져있는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이고 해외시장 개척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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