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의 봉사단을 아프간에 파견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 샘물교회 피랍자 가족들에게 피랍소식이 전해진 이후 22일까지의 사흘은 그야말로 '피말리는 시간'이었다.
가족들은 살해경고에 이어 통첩시한 경과와 연장, 임박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현실과 지옥을 오가는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22일 분당 샘물교회와 가족들에 따르면 가족 중 대표단 일부는 대책본부가 마련된 교회 사무실에서 교회 사무처 직원들과 수시로 정부측과의 통로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여타 가족들은 주변 교육관이나 동료 신도 집에 모여있거나 자택에서 교회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석방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 봉사활동차 13일 출국 = 샘물교회 배형규(42) 부목사와 20-30대 신도 등 20명은 지난 13일 단기 봉사활동 차원에서 아프간으로 출국했다가 19일 피랍됐다.
피랍 다음날인 20일 낮 12시36분께 로이터통신을 통해 한국인 피랍사실이 보도된 뒤 정부로부터 이를 전해들은 사무처장인 권혁수(57) 장로를 중심으로 10여명의 신도가 교회로 모였다.
지난해 4월 봉사활동차 먼저 아프간으로 출국했던 교회 신도 채선화(39.여)씨는 피랍사태 당일 오후 3시께 남양주 집으로 전화를 걸어 "봉사단원과 연락이 두절됐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피랍자 차혜진(31)씨의 동생 차성민(30)씨 등 일부 가족은 교회 사무실로 나와 피랍가족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측과 연락통로를 개설했다.
◇탈레반 '살해경고'에 극도로 긴장 = 비교적 차분하던 교회측과 가족들의 분위기는 외신을 통해 탈레반이 '21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간)을 시한으로 '한국군이 즉각 철수하지 않으면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경고 하면서 급변했다.
서명희(29.간호사).경석(27.미용)씨 남매를 아프간으로 보낸 아버지 서정배(57)씨는 "외신보도가 오보였으면 좋겠다"며 "두 아이들이 혹시 무슨 일을 당하면 이 세상에 어떻게 살 수 있을까"라며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피랍가족 비상대책위원장 차씨는 "무시무시한 단어(살해경고)를 사용한 외신보도를 듣고 가슴이 너무 아파서..."라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피랍가족 "즉각 철군" 요구 = 탈레반측이 통첩시한으로 제시한 21일 오후 4시30분이 다가오면서 교회측, 특히 피랍자 가족들은 극도의 긴장상태로 빠져들었다.
통첩시한을 1시간 앞둔 오후 3시30분께 외교부와 연락이 두절되고 외신에서 살해경고 후속 보도가 나오자 교회 안팎은 한때 정신적 공항상태에 빠져들었다.
이어 오후 4시20분께 비대위원장 차성민씨가 교회 사무실 밖으로 나와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긴급 성명을 전격 발표하면서 소란이 일었다.
차씨는 격앙된 어조로 "(피랍자들이) 생각하기도 싫은 그런 일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올해 철군할 거라면 지금 당장 철군해야 한다. 가족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20명을 살려내주시길 바란다"고 말하다 결국 눈물을 흘렸다.
가족대표의 성명이 발표되는 시간, 11가족 18명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외교부 장관 면담을 위해 버스편으로 상경했다.
이어 오후 4시50분 외신에서 "독일인 인질 2명 중 1명을 살해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불안감은 공포감으로 변했다.
이런 가운데 통첩시한이 지나고 '연장'되면서 정부가 "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이고 있다"는 뜻을 전하자 가족들은 안정을 되찾아갔다.
21일 저녁에는 석방교섭 진척상황을 파악하면서 후속 협상 추이와 주일 상황에 대비하면서 교회 사무처와 가족 대표들은 수시로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또 통첩시한이 22일 오후11시30분으로 연장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단 한숨 돌린 표정으로 석방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피랍 4일째..첫 주일 = 22일 오전 샘물교회에서 열린 주일 예배에는 피랍자들의 가족.지인, 교인 등 300여명이 참석해 숙연한 분위기에서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봉사단원 김윤영(35)씨의 친구 이민영(36.주부)씨는 "보도를 통해 피랍 사실을 알고 많이 놀라고 안타까웠다"며 "윤영이를 포함한 피랍자들 모두 무사히 돌아오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프간 피랍 4일째인 22일 피랍자들이 속한 분당 샘물교회와 가족들은 2차 통첩시한이 다가오며 극도의 긴장감속에서도 국내외 언론에 석방을 애타게 호소하는 등 희망을 잃지 않았다.
피랍 이주연씨(27.여) 부모와 서명화.경석씨 부친 서정배씨 등 3명은 오후 1시부터 40여분간 아랍권의 유력 방송사인 알자지라와 인터뷰를 갖기도 했다.
이어 피랍자 가족 20여명은 22일 오후 처음으로 국내언론에 공개 인터뷰를 자청해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심경을 밝혔다.
이주연씨의 부모와 서정배씨 등 5명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 사랑을 품고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며 "머리털 하나 상하지 않고 조국과 가족의 품에 안기기를 기대한다"고 애끓는 마음을 토로했다.
가족 21명은 10여분간 피랍 관련 TV뉴스를 지켜보는 장면을 사진 및 동영상 촬영에 협조했다.
봉사단원의 아프간 입국을 주선한 한민족복지재단의 이사장이자 샘물교회 담임목사인 박은조 목사는 미국 선교행사에 참석했다 피랍소식을 듣고 21일 급히 귀국했다.
2차 통첩시한이 다가오면서 교회측과 피랍가족들의 심정은 전날 1차 통첩시한 때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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