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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군' 내세워 납치…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

<8뉴스>

<앵커>

문제의 탈레반 세력은, 그동안 외국인 납치를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한 무기로 사용해 왔습니다. 크게는 해당국 군부대의 철수를 요구하지만은, 진짜 목적은 다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한국인 납치의 진짜 의도는 무엇인지 송욱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기자>

지금까지 탈레반이 외국인을 납치한 뒤 내세운 가장 주요한 요구사항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외국군의 철수입니다.

실제로 탈레반은 한국인들에 앞서 납치한 독일인들을 "독일 정부가 병력 철수 협상을 거부했기 때문에 살해했다"고 밝혔습니다.

탈레반의 이런 요구는 재집권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파병된 외국 군대라는 판단에 비롯됩니다.

현재 아프간에는 미군 1만여 명과 나토군 3만 7천 명이 배치돼 탈레반 소탕 작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탈레반은 다국적군에 대한 아프간 국민들의 반감에 힘입어 지난 2001년 권좌에서 축출된 이래 가장 강력한 공세를 펼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프가니스탄 정부군과 탈레반군, 그리고 민간인까지 모두 4천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대대적 공세를 통해 아프간 남부와 동부에서는 탈레반이 과거의 세력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납치된 외국인 대부분이 파병 국가의 국민이었다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희수/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 중앙 정부가 카블 시내 이외에 완전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탈레반이 급속도로 세력을 회복해 가고 있습니다. 외국군이 철수해 나간다면 아프가니스탄의 종전의 집권 체제로 가져갈 수 있다는 강력한 희망이 있고...]

군부대 철수가 단시간 내에 결정할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기한을 촉박하게 잡은 것은 납치 목표가 동료 석방에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지난 3월 탈레반은 이탈리아 기자를 풀어주면서 탈레반 지도자 5명을 돌려 받았습니다.

우리 외교부도 지난 2월 탈레반 세력이 수감 중인 동료 석방 교섭을 위해 한국인을 납치하려 한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한국 기독교인들을 납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반 기독교 정서가 강한 아프가니스탄의 민심을 활용해 납치에 부정적인 여론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납치사건이 빈발하는 데는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도 큰 이유입니다.
 
한국인이 납치된 카불에서 칸다하르로 가는 길은 현지인들도 육로 통행을  꺼릴 정도로
위험한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과 석방 교섭에서 약세를 보여왔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조체제도 완벽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철군이든 동료대원 석방이든 어떤 요구조건이라 해도 실제 협상 과정은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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