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SBS 뉴스에서는 불행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빚에 몰리거나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자살하고, 생활전선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는가 하면, 방치된 채 죽음을 맞은 어린이도 있습니다. 이런 뉴스는 벼랑 끝에 몰린 서민들의 삶을 가까스로 지탱하던 사회적 연대의 끈이 끊어졌음을 말해줍니다.
지난 주 SBS 8시뉴스에 따르면 제이유의 다단계 사업에 손을 댔다가 큰 빚을 진 30대 가장이 노모와 어린 두 딸을 승용차에 태우고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전화사기를 당해 큰 돈을 날린 70대 노인이 목을 매 숨졌습니다. 차들이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국도 갓길까지 진출한 생계형 노점상들이 차량에 받히는 참변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아직도 지난 해 수해 복구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인제 지역 주민들은 올 장마철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입원 중이고, 어머니는 집을 나가 빈집에 혼자 남겨 진 4살 난 아기가 숨진 지 몇 달 만에 발견되었습니다. 사설 환전소에 강도가 들어 여직원을 살해하고 금고를 털어 달아났습니다. 이런 사건들은 개별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혼자 돌출한 사건이 아닙니다. 사회의 양극화, 그리고 오래 지속되어 온 경제 위축, 이로 인한 가정과 사회의 해체가 필연적으로 불러 온 사건들입니다.
뉴스는 이들을 사건기사로만 보도하지 말고, 심층적인 탐사보도의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시청자들이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의 싹을 발견할 수 있도록 밝은 뉴스를 발굴하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SBS 뉴스가 지난 7일 보도한,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60대 여성이 4백억 원 대 부동산을 대학병원에 기부했다는 소식은 부자들의 과시적 소비에 싸늘하게 식은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 준 뉴스였습니다. 돈이 없어서 사채시장으로 내몰리는 서민들을 위해 무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이른바 '마이크로 크레딧'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9일 뉴스는 빚에 짓눌려 있는 수많은 서민들에게 복음과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반면에 우리 경제의 저성장 추세가 고착되는 것을 걱정한 지난 10일 뉴스는 초점을 잘 못 잡았습니다. 뉴스는 호황기에 10%가까웠던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진 채 미미하게 상승하고 있는 현상에 초점을 맞춰 저성장 추세의 고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예상보다 0.1%포인트 높은 4.5%로 잡았다는 이날 뉴스의 초점은 저성장 추세의 고착이 아니라 온 국민이 고대하던, 경기회복의 조짐이 보인다는 사실에 맞춰져야 했습니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비정규직을 직장에서 몰아내는 법이 되고 있는 현실의 총체적 책임은 이런 사태에 대한 어떤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방치한 정부 쪽에 있습니다. SBS 뉴스는 이랜드의 비정규직 문제를 비교적 적극적으로 보도해 왔습니다. 그러나 민주노총까지 가담하여 사업장 점거 농성에 들어가자 분석보다는 현상을 보도하는 데 그치는 노사문제 보도의 한계를 다시 드러냈습니다.
SBS 8시뉴스는 지난 8일 이랜드의 비정규직 직원 대량해고가 결국 노조원들의 매장 점거사태로 번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민주노총이 가세하면서 이랜드 사태는 재계와 노동계의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으며, 사측과 노측의 입장차로 노사 갈등은 갈수록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민주노총 위원장과 노동부 장관이 만났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고, 이랜드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않았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뉴스는 이랜드 사태가 비정규직 보호법을 둘러싼 전체 노사 양측의 대리전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면서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하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미 알려진 노사 양쪽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에 그쳤습니다. 뉴스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중재노력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SBS 8시뉴스는 보도하지 않았지만, 이랜드 사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의원 등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들은 12일 비정규직법의 연내 재개정을 촉구하면서 각 당의 대선후보들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홍준표 위원장은 9월 정기국회에서 비정규직법을 다시 논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으며, 한국노총도 비정규직법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한 보완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뉴코아-이랜드 투쟁 지원을 위한 법률단체 연석회의'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는 '뉴코아-이랜드 비정규 노동자 탄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1년이 지나면 다른 사람 이름으로 계약서를 쓰도록 해 여성노동자들이 언니나 친구의 이름을 빌려 계약서를 쓰는 기이한 사태도 벌어졌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단순한 중재자가 아니라 문제를 촉발시킨 당사자이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자입니다. 이 책임에는 국회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 보호법 입법과정에서 이법이 악용될 위험에 대한 노동계의 문제 제기는 철저히 외면당했습니다. 뉴스는 노사 간에 주고받는 요구사항들과 갈등의 양상만을 추적하지 말고, 이랜드 사태의 배경과 정치권의 움직임을 밀착 보도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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