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서울의 잠실 올림픽 경기장 부근 도로가 어느날 갑자기 대형버스들의 불법 주차장이 돼버렸습니다. 무조건 몰아내자니, 그 사연이 아주 복잡합니다.
정유미 기자의 기동취재입니다.
<기자>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탄천주차장 옆 도로입니다.
버스 수십 대가 줄지어 주차돼 있습니다.
올림픽대로 진출입로인데, 도로 절반을 버스들이 막고 있어 차량들이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곳은 수해가 났을 때 차량들이 비상대피하는 장소입니다.
[버스기사 : 이 사람들 이렇게 세워놓으면, 미리 세워놓으면 난리나지, 비가 오면...]
대부분 동서울터미널에 있어야 할 버스들입니다.
터미널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주변 주택가에 불법 주차를 하다가, 이달 초 CCTV 단속이 시작되자 이 곳으로 옮겨온 것입니다.
[버스기사 : ((단속)하면서 다들 어디로 가셨어요?) 어딜 가긴, 다 딴 데 갔지. 다른 데로 다 도망가야지, 뭐... 주차비 물기 싫다 이래서...탄천에...]
다음 날 밤 구청 직원이 단속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줄지어 서있던 버스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구청 관계자 : (어떻게 이렇게 오늘 갑자기 한번에 다 빠질 수가 있냔 말예요.) 그 많은 차를 어디다 보낼 수도 없잖아요, 저희가. 오늘은 연락한 게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단속은 티내기에 불과했습니다.
[주차장 직원 : (그날 관리공단에서 전화가 온거죠?) 그럼, 집어넣으라고... 오전부터, 아침부터 전화 왔지.]
버스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다시 주택가 이면도로로 흩어졌습니다.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버스회사 관계자 : 돈 주고라도 어디 갈 데 있으면 합법적으로 대고 싶은데... (경기도에 차고지가 없으세요?) 있어요. 차고지를 갔다가 또 그 이튿날 아침에 운행하기 위해 거기 가서 다시 끌고 올라오고 이러면 그보다도 더 큰 낭비가 어딨습니까, 기름이.]
해당 구청은 버스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용주차장 부지를 찾고 있다고 하지만, 언제 될 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오갈 데 없는 버스들은 오늘도 단속을 피해 숨바꼭질 주차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