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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승희 "조순형도 탈당해야"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수사 검사, 성역은 없다는 책의 저자, 16대 새천년 민주당 국회의원, 아직도 강원도 사투리 억양을 벗지 못한 촌사람, 대형 법무법인의 대표, 이렇게 쓰다 보니 함승희 전 의원을 수식하는 말이 참 많네요.

함승희 전 의원은 불과 그제(27일)까지만 해도 민주당 당적이었지만, 어제(28일)부로 민주당 당적을 벗었습니다.

16대 국회 때는 집권여당이었지만 탄핵바람에 민주당을 쪼개고 나간 열린우리당이 과반수의 집권여당이 됐을 때 불과 9석의 소수 정당으로 전락해버린 민주당 당적을 3년이상 지키고 있었던 셈이죠.

물론 함 전 의원은 잘 나가는 변호사여서 사는데는 아무 지장 없고, 의원직을 벗으니 오히려 자유롭게 살 수 있어 좋다고 할 정도로 여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오랜 민주당 지지자들의 심금을 울릴 글을 하나 올리고 민주당을 떠났습니다.

그의 탈당의 변은 "변절자들과 아무 이유 없이 함께 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가 기자들에게 보낸 <민주당의 법적 사멸>에 즈음하여라는 글을 요약해 보겠습니다.

"'하여가'를 부른 이방원보다 '단심가'를 부른 정몽주를 흠모하고, 병자호란 때 최명길의 항복문서를 찢으며 통곡했던 김상헌의 선비다운 강직함에 가슴 찡해했던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입니다. 모태인 민주당과 동료들을 배신하고 100년 가는 개혁당을 만들겠고 뛰쳐나갔던 그들이 지난 3년간의 국정실패의 책임을 일부 세력만의 책임인양 떠넘기고 또 다시 뛰쳐나와 구차스럽게 정치적 연명을 해보겠다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배신과 변절을 거듭하는 이들에게는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철학이나 소신, 의리, 책임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어떻게 하면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해보나하는 생각밖에 없어 보입니다. 배신자들과 지난 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웃으며 마주 대할 수는 없습니다. 17대 총선에서 탄핵바람을 타고 대량 생산된 이른바 '탄돌이'의 존재는 저들로 하여금 끊임없는 배신과 변절이라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불리해지면 소속정당이나 정파를 헌신짝 버리듯 하고 이합 집산하는 무리들이 온 나라에 득실거립니다. 과연 이 나라에서 소신과 철학으로 무장된 정치인으로 산다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인가, 가능한 일인가에 깊은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주당은 구차스러운 방법으로 정치적 연명을 도모하는 배신자 집단과 야합해 신당을 만듦으로서 조만간 법적 운명을 다하는 시한부 인생이 됐습니다. 그들이 지난 4년간 집권세력으로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고 역사 흐름을 왜곡한 과오와 실책을 앉아서 뒤집어 쓸 수는 없습니다. 이런 개탄스러운 현실은 비단 일부 정치인들의 기회주의적 처신 때문만은 아닙니다. 교활한 정치세력들의 선동과 조작에 현혹돼 갈대처럼 흔들리는 상당수 유권자들의 표심에도 그 책임의 일단이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출범 후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을 깨고 정치인들이 나갔을 때 받았던 배신감, 우리 헌법의 기본정신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시로 유린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행을 보다 못해 탄핵을 주도했다가 민주당 지지 세력에게 조차 외면당하면서 17대 총선에서 패했던 경험은 정치에 입문한 것 자체가 후회되리만치 아픈 추억입니다."

지금 범여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통합과 관련해 민주당을 깨고 나간 주역들의 진솔한 사과 없이 무조건 다시 합치는데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글입니다.

열린우리당 탈당파들이 만든 중도개혁통합신당과의 합당에도 반대한다는 내용입니다.

함 전 의원의 글은 역설적으로 범여권 대통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지금 열린우리당쪽에서는 "열린우리당과의 당대당 통합은 없다. 대통합하려면 당적을 던지고 나와라"는 통합민주당측 주장을 이른바 배제론이라며 공격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민주당쪽 사람들에게 분당의 기억은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이런 간극이 대통합의 가능성을 좁게 하고 있는 것이지요.

함 전 의원은 "정치적으로 봤을 때 탄핵은 실책이었지만 법적으로 보면 정당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10년쯤 지나면 조항만 있지 실례가 없었던 헌법 교과서에 노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유의미한 사례로 실릴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던 날 본회의장에서 울부짖던 열린우리당의 한 386의원과 화장실에서 마주쳤던 일화도 얘기하더군요.

"조금 전까지 절규하던 그 친구가 화장실에서 만났는데 헤 하고 웃더라. 그 때 내 마음에 일었던 사람에 대한 회의와 무서움이 지금도 생생하다"고도 했습니다.

함 전 의원의 말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검사 시절부터 윗사람에게 무조건 굽신대지 않던 기질 그대로 원칙과 사람다움을 강조하는 그의 모습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은 공감대를 찾는 것 같습니다.

지금 박상천 통합민주당 대표는 틈만 나면 함승희 전 의원 얘기를 한답니다.

고지식하지만 원칙을 포기하지 않고,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들이받는 그의 존재가 범여권 통합과정에서 민주당측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 측근은 전합니다.

그렇지만 함 전 의원은 당분간 정치판을 떠나 있게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의원에게 조만간 이런 얘기를 하겠다고 합니다.

"조선배도 탈당을 주도했던 사람인데, 분당 세력에 대한 분노를 얘기하던 사람인데, 어떻게 통합민주당에 그대로 있을 수 있는가? 탈당해서 국민의 국회의원으로 남는 게 옳다. "

그가 이런 내용을 또 한번 기자들에게 알린다면 그 역시 기사가 될 듯 싶습니다.

후배 원칙주의자가 선배 원칙주의자에게 탈당을 요구했다는 것 자체가 기사가 되는 것이죠.

그렇지만 함승희 전 의원도 정치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대통합의 흐름이 어떻게 잡혀가는지 지켜볼 생각도 있는 듯 했습니다.

대통합을 외치는 세력만이 옳다고 여겨지는 흐름속에서 열린우리당 대통합론자들에게 직격탄을 날린 함승희 전 의원의 결기가 범여권 내부에서는 작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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