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1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논의할 새 헌법은 타결될 경우 기존의 조약을 개정하는 '미니조약'의 형태로 축소될 전망이다.
당초 3년전 합의된 EU 헌법초안은 인권과 노동조건 등이 담긴 기본권 헌장에서부터 EU 국기와 국가까지 포함하는 유럽합중국의 야망을 담고 있다. EU의 법적지위를 회원국 주권보다 상위에 둠으로써 EU 전체 이익을 도모하려는 조항들이 많다.
하지만 2년 전 프랑스와 네덜란드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후 추진력을 잃어버렸다.
EU 순회의장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이 부결된 헌법초안을 살려내기 위한 차선책으로 제시한 방안이 바로 `미니조약'이다.
부결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국민투표를 피하기 위해 아예 헌법이란 이름을 버리고 기존의 EU 창설 조약을 단순히 개정한 모양새로 가자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미니조약이라고 EU 법규와 제도 등의 혁신을 위한 핵심조항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각에선 이름만 미니조약일뿐 종전 헌법초안의 주요내용들을 모두 담고있어 EU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헌법초안에서 빠질 조항들= 한번 실패한 국민투표를 피하기 위해 헌법이란 명칭과 함께 EU에 초국가적 지위를 부여하는 국가와 국기, 공휴일 등 상징물에 관한 조항이 삭제될 전망이다.
하지만 조항이 삭제된다고 푸른 색 바탕에 황금금 별 12개가 새겨진 EU 기나 EU의 노래인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아니며, 종전처럼 사용될 전망이다.
EU 법이 각 회원국 법률 보다 상위에 있다는 대목도 삭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항이 없더라도 EU 법이 상위에 있다는 사실이 달라지진 않는다.
EU 시민의 정치·경제·사회적 기본 권리를 담고 있는 기본권 헌장도 영국의 반대로 본문에선 빠진 채 부속문서로 수록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은 기본권 헌장이 자국의 노동·사회법은 물론 조세제도및 사회복지 체제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기본권 헌장을 받아들일 경우 기업의 근로자 해고 권한이 제한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영국법과 EU 법규 사이 충돌로 유럽사법재판소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헌법초안에서 살아남을 핵심조항들= 국제사회에서 EU의 역할을 높이기 위한 대통령과 외무장관직은 살아남을 전망이다.
EU 대통령직은 현재 27개 회원국이 6개월마다 돌아가며 맡는 순회의장직을 2년6개월 임기의 상임의장직으로 바꾸자는 제안으로 별다른 이견이 없다.
대통령직은 1회 연임이 허용된다.
임기 5년의 외무장관 직도 그대로 남을 전망이나 영국이 자국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칠 EU 외무장관의 광범위한 권한부여에 반대하고 있어 절충과정에서 이름과 역할 등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또 EU의 행정부격인 집행위원회의 집행위원 수롤 현 27명에서 18명으로 축소하자는 조항도 그대로 수용될 전망이다.
폴란드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이중다수결제는 EU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 역내 인구의 65%와 27개 회원국 중 15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주요 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폴란드는 이 제도 도입으로 과거 침략국의 악연을 지닌 역내 인구1위국 독일(8천만 명)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폴란드는 인구를 제곱근으로 계산해 의결권을 산출하자는 자국안이 받아들여지거나 아니면 죽을 각오가 돼있다고 배수진을 치고 있다.
하지만 야로슬라브 카친스키 폴란드 총리는 20일 EU 의사결정에 자국의 입김이 더 반영될 수 있다면 이중다수결제를 받아들일 수 있다며 절충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전에 재고를 요구하는 권한을 소수의견을 가진 회원국에 주거나 제도 도입 시기를 오는 2014년까지 연기하는 방안 등이 절충안으로 모색될 전망이다.
◇기타 쟁점조항= 네덜란드는 EU의 추가확장을 엄격히 제한하는 조항을 새 헌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스웨덴 등 확장 찬성 국가들이 반발할 것이 뻔해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사법분야 공조를 위해 거부권을 폐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영국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는 '옵트아웃' 등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이 검토될 전망이다.
EU가 국제조약에 회원국을 대표해 서명하거나 유엔안보리에 가입할 수 있도록 법적 인격체를 부여하는 조항도 영국, 네덜란드 등이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개별 회원국 의회에 EU가 통과시킨 법률을 거부할 권한을 주자는 폴란드, 체코, 네덜란드의 제안은 회원국 의회가 EU 집행위에 법안을 다시 제안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정도로 절충될 것으로 EU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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