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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헌법소원 강행 배경은?

"임기말 노대통령 발언권 위축 위기감 타개책"

청와대가 20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발언에 대한 선관위의 선거중립의무 위반 결정에 대해 헌법소원이라는 법적 대응카드로 맞서기로 방침을 굳힌 것은, 이번 사안을 헌법재판소로까지 가져가 법적 심판을 받아보겠다는 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8일 문제의 선거법 조항은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측면에서 "위헌"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헌정사상 대통령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헌법소원의 적법성, 타당성 여부 등을 둘러싼 논쟁도 불가피하다.

일부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는 '국민의 기본권이 공권력에 의해 침해된 경우에는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법 68조의 취지에 비춰볼 때 공권력 행사의 최고당사자인 대통령이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없다는 해석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헌법소원 절차에 들어갈 경우 선거법 9조의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 조항을 비롯,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허용 범위 등을 둘러싼 법리적 해석이 쟁점이 되겠지만, 나아가 과연 대통령이 헌법소원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는 논쟁까지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헌법소원을 강행하기로 한 것은, 선관위 판단을 일방적으로 수용할 경우 노 대통령의 임기말 정치적 발언권은 급격히 위축될 수 밖에 없으며, 대선 국면에서 제기되는 참여정부와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적 공세에 무력하게 노출될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때 청와대 내부에서 대통령이 헌법쟁송 절차에 들어간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법적 대응에 대한 신중한 기류도 없지 않았다.

대통령이 법적 구제 수단을 통해 문제를 푸는 방식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고민했고, 임기말 대통령 이 법적 쟁송에 당자자로 참여하는데 대한 여론 악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당시 "선례가 없고 대통령의 지위 문제가 있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선관위의 두번째 선거중립의무 위반 결정 이후 법적 대응을 미룰 수만은 없다는 쪽으로 기류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선관위 판단과 결정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원광대 특강이나 6.10 항쟁기념사, 한겨레 인터뷰의 경우 참여정부 평가포럼 특강 때보다 훨씬 발언수위를 낮춰 이 정도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해서 말했는 데 그것도 위반이라고 결정했다"며 "실제 선관위 결정에 대해 저희는 상당히 곤혹스럽고 난감하다"고 당혹감을 토로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노 대통령의 어떠한 정치적 발언이라도 계속 반복해서 선거법 위반 결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의 운신의 폭은 극도로 제약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법리적 논란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헌법소원 강행쪽으로 분위기가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실장은 "대통령이 헌법소원의 주체가 될 적격성이 있는지의 문제, 선관위의 조치가 처분성이 있는지 여부 등 여러 가지 법적으로 검토해야 될 점들이 많고, 애매한 점들이 많다"며 청와대도 헌법소원이 가져올 법적 논란을 인지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문 실장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국민 누구나가 갖고 있는 것이며, 대통령이기 때문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면 국민의 기본권인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기본적인 법적 근거를 제시했다.

법리적 논란에 대한 세부적 입장은 헌법소원을 제기할 때 명시적으로 정리해서 밝히겠다는 것이 청와대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할 경우 적합성 논란이 일겠지만 이번 사안의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며 "선거중립의무 준수요청이라는 선관위의 모호한 결정으로 대통령의 발언권이 묶여버리는 법적 문제를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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