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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한미 FTA 추가협상…탐색전 시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이 21일부터 사실상 시작돼 양국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과 22일 이틀 동안 서울에서 열릴 이번 협의는 미국 측이 자신들의 제의 내용에 대한 설명을 하고 우리 측은 미국의 진의를 파악하면서 어느 정도 상대가 우리의 요구를 수용해줄 수 있는 지를 살피는 탐색전 성격으로 열릴 전망이다.

 

◇ 한미 '속셈' 탐색

정부는 우선 이번 협의에서 웬디 커틀러 한미 FTA 미국 측 수석대표 등 미국 대표단을 상대로 제안내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 확인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미국 측이 지난 16일 통보한 7개 분야의 제안들 중 일부 불분명한 부분에 대해 미국 측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고 이번 협의 결과를 토대로 미국 측의 제안 내용이 우리 측에 실질적으로 미칠 영향과 기존 타결문의 균형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 측이 민주당의 영향력이 커진 의회와 합의한 신통상정책을 기존 협정문에 반영하기 위해 추가협의를 제의한 것인지, 아니면 이를 빌미로 자국 업계의 이익을 보호하고 기존 협정문 중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부분을 수정하려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해 대응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미국도 자신들의 제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우리 측의 반응을 살펴보고 우리 측이 제시할 카드가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될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美 노동·환경 압박 예상..예상외 카드 가능성

미국 측이 이번 협의에서 지난 16일 통보한 7개 분야의 제안들을 구체화해서 제시할 지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진행될 추가협상에서 7개 분야 중 노동과 환경 분야에 비중을 둘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미국과의 추가협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노동과 환경을 제외한 의약품, 필수적 안보, 정부 조달, 항만 안전, 투자 등 5개 분야의 제안 내용은 기존 협정문의 내용을 명확하게 하는 수준 정도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 측은 노동과 환경 분야에서 의무를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면 다른 분야와 같이 일반분쟁해결 절차를 적용하자고 수정 제의했다.

종전에는 협정을 위반하면 금전적 보상을 협정을 어긴 국가(피소국)의 노동이나 환경 여건 개선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었으나 미국 측 제의대로 되면 보상금을 상대국에 주거나 특혜관세 철폐 등 무역보복을 당할 수 있게 된다.

또 미국이 7개 분야를 한정해 추가협상 필요성을 제기해왔지만 과거 미국이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의 사례를 볼 때 요구가 추가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미국이 앞으로 쇠고기 위생검역처럼 FTA의 의제가 아닌 부분에서 요구를 해오거나 의회 비준 과정에서 '현안'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 韓 전문직 비자쿼터.지재권 등 역공 예상

추가협상에 나서는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지난 19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회의에서 "미국 측이 11개를 달라고 하면 우리도 11개를 요구하겠다"는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의 말에 밑지는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나타나있다.

재협상은 없다고 공언해왔던 정부가 추가협상을 수용한 만큼 미국에 끌려다니거나 밀릴 경우 국내 여론은 물론 국회의 비준 동의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정부는 역제안 카드를 내놓겠다는 의사를 숨기지는 않고 있다.

김종훈 한미 FTA 우리 측 수석대표는 지난달 한 방송 인터뷰에서 "(역제안을 할) 그런 것을 정부 안에서 생각하고 있다"면서 전문직 비자쿼터와 의약품, 지적 재산권 등의 항목에 대해 "(우리 측 추가협상 요구사항으로) 고려해보겠다"고 밝혀 이들 분야가 우선 순위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도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관점에서 우리 측의 역제안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역제안 카드에 포함해야 할 항목의 하나로 개성공단 문제를 들었다. 그는 "협정문에 역외가공지역으로 돼 있는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 역외가공지역 인정 조건을 좀 더 실현 가능성 있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며 "통일문제를 고려한다면 이는 상품협정 이상으로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정태인 교수는 국내에서 독소조항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투자자-국가제소(ISD) 등에서 ISD의 대상인 '투자'의 범위를 좁히는 문제 등을 거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 추가협상 길어질 수도

정부는 추가협상과 이달 30일에 있을 기존 협정문에 대한 서명을 분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추가협상이 길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정부는 한미 FTA 협상을 불과 1년여 만에 끝냈던 기조와 달리, 19일 권오규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서두르지 않고 충분한 검토 시간을 갖고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이미 서명과 추가협상의 분리가 분명해져 가는 이상 미국 측 제의의 세부 내용과 의도를 충분히 들어본 뒤 우리 측이 제시할 수 있는 카드와 저울질을 해서 무게 중심을 잡아도 늦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가협상을 마냥 오래 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미 FTA 협정문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가 다가오는 정기 국회에서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어 추가협상이 정기 국회 개회 이전에 마무리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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