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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둘째주 개봉영화 - 슈렉3, 황진이

이번 주가 6월 첫째 주인지 둘째 주인지 헷갈리더니 현충일 휴일을 지내고 맞은 목요일이 마치 월요일처럼 느껴집니다. 8일 금요일 저녁 9시부터는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이 열리는데 저는 8시 뉴스에 중계차로 현장에서 보도하고 시상식이 끝난 뒤 그 결과를 아침뉴스용으로 제작해야되서 긴 금요일이 될 것 같습니다. 가장 오래됐고 인지도가 높은 영화상인데 시기가 조금 뜬금없다는 느낌입니다. 연말이나 연초 2, 3월쯤이 적당한 것 같은데...

이번 주에는 할리우드 에니메이션 [슈렉3]와 한국영화 [황진이]가 맞대결을 벌입니다. 현충일을 맞아 하루씩 당겨서 개봉을 했는데 예매율에서 더블 스코어 차이가 나더니 개봉 첫날 관객 수도 그만큼 차이가 납니다.

슈렉3

1편을 보는 순간부터 슈렉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열혈팬의 한사람으로서 [슈렉3]를 무척 기다렸습니다. 기자시사회가 공교롭게 황진이 금강산 시사회 취재와 겹치는 바람에 놓쳐서 아쉬워하다가 정식 개봉일 전날, 전야제 형식의 변칙 개봉 첫 회인 오후 5시 40분에 관람했습니다. 평일 오후인데 객석의 3분의 2 가까이 차더군요. 현충일 휴일 하루 동안 [슈렉3]는 배급사 집계에 따르면 전국 400여개 스크린에서 62만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스파이더맨3]와 [캐리비안의 해적3]가 각각 700개와 800여개 스크린으로 각각 50만, 79만명을 동원한 것에 비하면 아주 실속있는 수치입니다. 상영시간이 90분 남짓으로 짧다는 것도 톡톡히 한 몫 했습니다.

어린이뿐 아니라 많은 어른 팬들을 사로잡은 슈렉 시리즈 매력의 핵심은 주류 감성에 대한 과감한 비틀기와 패러디 정신입니다. 익숙한 동화의 관습적인 선과 악을 비틀고 조롱하고 유명한 영화 장면들을 재치있게 패러디하면서 심한 콤플렉스를 느낄 정도의 추악한 외모의 슈렉과 피오나 공주가 한없이 사랑스럽게 보이도록 만드는 마법을 부렸습니다. 3편은 1,2편 만큼은 신선하지 못하지만 충분히 즐길만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싶습니다.

슈렉의 장인인 개구리 왕이 숨을 거두며 슈렉에게 왕위를 물려주려하자 탐탁치 않게 여깁니다. 슈렉은 진흙이 무성한 늪가 오두막으로 돌아갈 꿈만 꾸고 있으니까요. 왕위 계승을 피하는 방법은 먼 곳에 있는 조카뻘 되는 친척 아더 왕자를 데려와 왕위에 앉히면 됩니다. 슈렉은 동키, 고양이와 함께 아더 왕을 찾아가는 여행을 떠나는데 피오나 공주는 슈렉에게 임신 사실을 알립니다. 한편 2편에서 갖은 수모를 겪었던 프린스 차밍은 후크 선장 등 동화속 모든 악당들을 규합해 머나먼 왕국을 접수하고 피오나 공주 등의 생명을 위협합니다.

전편보다 더욱 정교해진 기술력을 동원해 디지털로 만든 가상의 왕국은 더욱 그럴듯해 졌습니다. 2편에 잠깐 등장했던 백설공주는 공주병으로 깔끔이나 떨어대고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계속 잠에 골아 떨어집니다. 아더 왕자가 있는 곳을 고등학교로 설정하고 그 내부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보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미국 10대 문화를 패러디합니다. 왕따와 찐따, 공주병 깔끔이 들의 행태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개구리 왕이 임종을 맞으면서 얼굴을 일그러뜨릴때는 아이들 웃음이 제일 크게 터져 나왔습니다. 박치기로 벽을 부순 왕비마마가 살짝 맛이 가는 장면도 귀엽고 차밍 왕자가 거짓말 하면 코가 늘어나는 피노키오에게 슈렉의 행방을 묻자 거짓말을 안하기 위해 '확실히 안다고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모른다는 것을 알려드릴 수 없다.'는 식의 말장난도 재미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아빠가 되기를 두려워하는 슈렉이 악몽을 꾸는 장면이 제일 압권이고 탁월한 심리묘사라고 생각합니다. 후반부에 등장해 엔딩 크레딧까지 책임지는 슈렉 베이비들의 귀여운 재롱까지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악당들의 공격이 무서워보이지 않아 별로 실감나지 않고 클라이막스에서 교과서적인 연설 한마디로 모두 교화되는 설정은 맥이 빠지고 전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고양이가 '한없이 귀여운 표정'을 반복하는 등 시리즈 영화가 범하기 쉬운 단점들을 답습하지만 여전히 슈렉과 피오나 공주가 귀엽습니다. 두 주인공의 얼굴 클로즈업 장면에서 매혹당할 정도로요.

황진이

 

장윤현 감독은 [접속]으로 1997년 당시 한국 상업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올랐습니다. 전도연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해 오늘날 칸의 여왕자리에 있게 한 단초를 마련해준 감독이기도 합니다. 이후 [텔 미 섬딩]에서는 당시 최고의 배우라는 한석규, 심은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흥행과 비평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습니다. 이후 4-5년 동안은 제작자로 변신해 [와일드카드], [알포인트]등을 제작했고 2004년에는 미스터리 스릴러 [썸]으로 우리 곁을 찾았지만 많은 실망을 안겨줬습니다.

그러던 그가 제작비 100억원의 [황진이]를 만들어 한국영화계의 구원투수로 위기를 살리겠다며 당당하게 등판합니다. 북한 작가이자 벽초 홍명희의 손자인 홍석중의 소설 [황진이]를 원작으로 했고 하이틴 스타에서 처음 영화에 본격 도전하는 송혜교를 주연으로 내세웠고, 또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북한땅인 금강산에서 영화 마지막 부분을 촬영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장윤현 감독을 구원투수라고 했을때 데뷔초 전성기 때 구사하던 날카롭게 살아나는 볼끝이나 공의 속도도 상당히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동안 숱하게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던 황진이와는 사뭇 거리가 멉니다. 널리 알려진 역사 속 인물에 대해 다른 시각에서 해석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으로 차별화를 하는 시도까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차별화인지, 또 그 차별화된 내용이 관객들에게 '아 저런 면도 있었구나' 내지는 '이 이야기가 더 재미있는데' 정도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 못합니다. 시사회를 본 일부 인사들은 '뭐야? 황진이가 춤추는 장면이 하나도 안 나오잖아!'라고 말하던데 아마 최근 드라마로 톡톡히 재미를 본 하지원의 '황진이'의 영향 때문인 것 같습니다. 드라마 황진이는 그녀를 철저하게 '예인'으로 묘사하며 끝까지 밀어붙였습니다.

기본 얼개는 귀하디 귀한 별당아씨 황진이가 출생의 비밀을 알고 스스로 기녀로 전락하며 시대와 남성들을 철저히 조롱한다는 구조와 그녀와 끈끈한 관계를 이어나가는 노비 '놈이'와의 멜로라인이 주축입니다. 황진이와 놈이는 이뤄질 듯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의 감정을 갖고 있고 황진이가 기녀가 되었을때 놈이가 보호자가 되어주다가 이후 놈이는 의적떼 우두머리로, 황진이는 기녀로서 당시 계급사회의 모순에 맞서 싸우거나 조롱한다는 구조인데 원작에 기초해서 이것 저것 다 담아야 겠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하고 밋밋한 영화가 되 버렸습니다. 

장 감독의 테크닉이 가장 빛나는 장면은 유감스럽게도 놈이가 벌이는 호쾌한 액션 활극 부분입니다. 배우의 동작과 등장인물들의 동선, 카메라 움직임과 편집이 하나로 어우러져 관객의 손에 저절로 땀이 고이게 만듭니다. 이런 능력이 영화 전체를 관통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깁니다. 초반에서 황진이가 출생의 비밀을 알고 기녀가 되기까지는 그녀의 기구한 운명에 동감이 되며 극에 몰입하지만 나머지 뒷부분에서는 강약이나 고저 없이 그저 밋밋한 느낌이어서 지루한 느낌입니다. 송혜교의 표정이나 동작, 대사 연기는 훌륭한 성인 연기자로 변신하는데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릴만 하지만 예쁘고 매력적인 송혜교의 얼굴 빅 클로즈업이 너무 자주 등장해 답답합니다.  독특한 세트와 의상, 머리 스타일 등 미술 분야는 사극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은 처음에는 호탕한 남성성의 대명사처럼 나오다 후반으로 갈수록 음흉한 음모를 꾸미는 치사함이 드러나는 어려운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냅니다. 황진이와 첫 만남의 카리스마와 부하들을 꾸짖는 후반부의 준엄한 대사까지 흠잡을데 없는 연기가 배역과 잘 어우러지는 전형을 보여줍니다.

송혜교의 성인 연기 신고식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관람후 류승룡의 훌륭한 연기를 덤으로 챙기실 수 있겠고, 한복과 한옥의 창조적 개량을 시도한 각종 볼거리가 궁금하신 분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영화지만 뭔가 강렬한 것 한방이나 화려한 눈요깃 거리를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비추천인 영화입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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