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자만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일념 뿐이었죠."
2003년 봄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연습생이란 꼬리표를 달고 소속사 문턱을 밟을 때의 벅찬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지은(본명 김지은, 26)은 이 곳만이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곳이라 확신했다.
다른 음반기획사의 손짓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그의 기약없는 기다림은 이렇게 시작됐다.
YG의 트레이닝 시스템 모토는 '적자생존(適者生存)'.
세븐·빅뱅이 거친 과정으로 자신과의 싸움이 최대의 관건이다.
그리고 만 4년이란 시간 끝에 지은은 1집 '레인(Rain)'을 발표했다.
이미 그는 2년 전 YG패밀리 '땡큐 콘서트'에서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기차게 불러 화제가 됐고, 렉시의 3집 타이틀곡 '하늘 위로'의 멜로디 라인을 맛깔스럽게 불러 데뷔를 암시했다.
YG에 몸 담은 건 우연이었다.
YG와 친분있는 친구가 자신을 추천했고 데모 음반을 내고 오디션을 볼 기회를 얻은 것.
YG의 양현석 이사는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와 가스펠을 부르는 지은의 실력을 당장에 칭찬하진 않았다.
일주일 후 양 이사가 지은에게 남긴 한마디.
"와서 연습해라." "트레이닝 기간 동안 혼자서 참 많이 울었죠.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활동하는 가수들을 보며 소외감도 느꼈어요. YG에선 일개 연습생에겐 아무도 눈길을 안주거든요. 하지만 무엇보다 변해가는 주위 시선에 더 힘들었어요. 청주가 고향인데 '너 음반 언제 나오냐' '서울 올라가서 음반도 못 내고 망했다더라'는 친구들의 말에 때론 깊이 상처받았거든요."
노래 실력 만큼은 양 이사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소속사 가수들이 박수를 보낼 정도로 뛰어나다.
부담스럽게 허스키하지도, 매력없이 갸냘프지도 않은 음색은 팝송을 부를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청량음료 같은 시원한 음색이어서 본명인 지은 대신, '사이다'란 이름으로 나올 뻔 했다.
데뷔 음반은 2년에 걸쳐 만들어졌다.
타이틀 곡은 이현정이 작곡한 '어제와 다른 오늘'.
이 밖에도 휘성이 피처링한 '선택', 전승우가 작곡한 '레인(Rain)', 로빈과 송백경이 작곡한 '원 나이트 러버(One Night Lover)', 양현석이 작사한 '한번만 말해줘' 등 곡마다 속이 꽉 찼다.
애드리브나 기교를 부리지 않고 멜로디에 충실하게, 정직하게 불렀다.
그가 추구하는 보컬은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
"라이브 무대마다 머라이어 캐리의 음색은 느낌이 달라요. 노래를 부르는 머라이어 캐리의 그날 그날 다른 감정이 실려있거든요. 같은 노래지만 때론 더 슬프죠. 누구나 그렇듯 목 상태가 안 좋을 때도 있지만 노래하는 것 자체만으로 아름다운 가수예요."
지은은 이제 '진짜' 시작이라고 기지개를 폈다.
가수하라고 서울 보낸 지 거의 10년 만에 나온 첫 음반에 감개무량해 하던 어머니, 잔칫집 분위기가 된 지방 집을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도 짓게 된다.
"보통 가수의 전속 계약의 효력은 첫 음반이 나온 시점부터 잖아요. 전 계약 기간 이런 거 생각 안해요. 그냥 YG에 뼈를 묻겠단 생각입니다. 여기선 계속 노래를 부를 수 있으니까요."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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