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에 오고나서 정치인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할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보통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술을 한잔, 두잔 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런 술자리가 너무 자주 생기면 피곤이 쌓이고, 쌓여서
그 자리에서 졸음이 밀려온다는 사실입니다.
보통 이런 자리에는 다른 방송국, 신문사, 인터넷 등 언론사 기자들이
함께 참석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저녁 식사 자리에 참석하고도,
졸다가 물을 먹는(낙종하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 졸음이 밀려와도
눈에 힘을 꾹 주며 잠을 쫓곤 합니다.
그런데 이런 피곤한 저녁 자리에서도 가끔씩은
눈이 번쩍! 뜨이면서, 잠이 확! 깨는 일이 있습니다.
이런 저런 장황한 말을 늘어놓던 정치인이
(정치인들은 정말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이건 오프(off)인데..." 라면서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순간입니다.
'오프'라고 하면 기자와 취재원간 서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약속으로,
상호간 신뢰를 전제로 하는 내용입니다. 그만큼 중요하고, 정치 현안 저간의 사정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경우가 많아서 기자로서는 놓쳐서는 안되는 말씀(?) 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리 졸린 상황이라고 해도 '오프'가 발동되면
신기하게도 잠이 확 깨는 놀라운 체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그런데 요즌은 생각이 좀 바뀌고 있습니다.
전날 저녁 '오프'를 전제로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한 정치인들의 말을 곱씹어 보면,
'오프'라지만 전혀 '오프'답지 않은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다는 겁니다.
비밀스러운 내용이거나, 정치권 물밑의 사정을
훤히 알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내용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신상과 관련된 극히 사적인 내용이
'오프'라는 꼬리표를 달고 전달됐다고 할까요?
그렇게 해야 기자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정치인들은 그동안의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 같습니다.
'오프'가 '오프'답지 않은 상황으로 바뀌게 되면
이제는 어떤 이야기를 들어야 저녁 자리에서 잠이 확! 깰까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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