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특목고, 특성화고교라는 말을 한두 번쯤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사실 외고와 과학고를 비롯한 특목고가 늘어나면서 고등학교를 구분하는 이런 용어들도 혼란을 줄 때가 있습니다. 평준화의 기본 틀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런 특수고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지 판단이 안서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내년 3월 개교하는 공립 서울국제고 입시요강이 발표되면서, 교육부와 교육청 사이에서도 학교 분류를 놓고 혼선을 빚고 있습니다. 서울교육청에서 발표한 서울국제고의 설립취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국제 분야에 관심과 소질이 있는 학생들을 조기에 발굴해 미래 한국의 지도자, 국제문제 전문가나 지역 전문가, 나아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세계 시민을 육성하기 위해 설립하는 국제계열의 고등학교이다."
그럼 신설되는 서울국제고는 특수목적고일까요? 아니면 특성화고등학교일까요? 서울국제고는 2년 전부터 사업이 추진됐으며, 설립근거는 특수목적고였습니다. 그런데 신입생 모집요강이 발표된 날, 시교육청과 교육부는 전혀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더군요. 교육부에서는 사전협의 과정에서 특목고로 분류하도록 했다고 답한 반면, 교육청에서는 특목고로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최근 특성화고교로 지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쪽에서 특목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특성화고로 보고 있는 상황, 그것도 교육당국에서 전혀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게, 여러분은 이해가 되십니까?
현행 초, 중등교육법은 고교를 일반계 고교, 실업계 고교, 특수목적고, 산업체 부설고, 방송통신고, 특성화고교 등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특수목적고를 제외한 다른 고교들은 평준화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업계와 특성화고교는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목적으로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들입니다. 특히 특성화고교는 기존 실업계고교의 대안으로 만화와 요리, 영상, 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과 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교육하는 학교를 말합니다.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시는 대안학교가 바로 특성화고교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시교육청이 당초 계획과 달리 서울국제고를 특성화고등학교로 지정한 것은 특목고 신설에 따른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꼼수’가 아닐까 하는 의혹을 갖게 만듭니다.
시교육청은 서울국제고에 훌륭한 외부 인사를 초빙해 교원으로 배치하려다보니 불가피하게 특성화고교로 지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교육부에서도 서울국제고를 특성화고교로 지정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사교육비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특목고 신설을 막기 위해 교육부는 올해초 관계법령을 고쳐 특목고 지정 과정에서 사전에 교육부장관과 협의하도록 했습니다. 특목고 지정의 교육감의 권한사항이기는 하지만, 사회적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부장관과의 사전협의제를 도입한 것이죠. 그런데도 서울국제고 신설과정에서 교육부와 사전협의를 충분히 하지 않고 학교 분류를 놓고서도 혼선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시교육청이 신입생 모집요강을 발표한 것입니다.
교육부에서 공고한 초중등교육법 개정령의 제안 이유를 보면, 위에서 제가 말씀 드린 내용이 보다 명확해질 것 같습니다. "평준화 정책을 보완하고 학교체제의 다양화, 특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특성화중학교, 특수목적고등학교가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기관화함으로써 사교육의 심화는 물론 지역별로 설치 경쟁이 가속화되는 등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어 시,도교육감이 특성화중학교 및 특목고를 지정고시할 경우 사전에 교육부장관과 협의하도록 하여 국가수준에서 교육제도 운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지역단위의 교육정책 결정에 최소한의 역할을 제도화하고자 함."
특목고가 설립취지에서 벗어나 입시기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올해 서울지역 6개 외고 졸업생의 절반이 서울대와 연세, 고려대 등 3개 대학에 합격, 등록했습니다. 이른바 상위권 명문대 합격이 보장되는 특목고를 들어가기 위한 입시경쟁은 불 보듯 훤한 게 현실입니다.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위해 교육당국이 이런 저런 대책을 내놓았지만, 사실상 백약이 무효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명문고 중에서 최고의 명문고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제고를 서울에다 그것도 공립으로 신설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 최선의 선택인지 저는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국제고 교과과정인데요. 외고와 달리 국제고에는 과학과 수학 등의 다양한 과목군이 편성되며, 대학처럼 무학년 교과목 선택제가 도입된다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과 전공 희망에 따라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서 이수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오히려 외고보다 훨씬 더 유리한 고지에서 학생들이 대학입시를 준비할 수 있게 됩니다.
지역간의 경쟁심리 또는 공약사항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국제고 신설을 추진한 게 아니냐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서울교육감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부산과 경기에도 국제고가 있는데, 왜 서울에는 안 됩니까? 저희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과연 교육감의 말이 맞는지 꼭 서울국제고 입시를 몇 차례 치러봐야 그 해답을 알 수 있을까요? 교육을 담당하는 기자로서 저는 그렇게 답답한 하루를 보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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