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동구에 위치한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뻥튀기 아저씨가 가장 먼저 관람객을 반깁니다.
배달을 앞두고 지게에 연탄을 부지런히 싣는 연탄가게 아저씨.
구멍가게 안에 가득한 과자와 음료들은 추억 속의 달동네를 아련히 떠오르게 합니다.
박물관 곳곳에 붙어있는 벽보들은 당시 시대상을 잘 보여줍니다.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는데요.
젊은 세대들에게는 낯선 아궁이가 마냥 신기한 듯 보이고 60년 만에 물지게를 다시 지어보는 한 할아버지는 그때 그 시절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김응태 (76살)/인천광역시 주안동 : 하루 아침에 일곱 여덟 지게를 져다가 놓고서 그 다음에 출근을 해서 직장에 나가고 그랬지.]
특히 이번 전시에는 달동네에서 평생을 살다 간 한 소시민의 일기가 '시대의 기록'으로 돌아와 눈길을 더 끌고 있습니다.
지난 1945년부터 1970년까지 그리고 20대 청년에서 40대 가장으로 살아 온 고(故) 이광환 씨의 삶.
그가 꼼꼼히 기록한 일상이 일기장 27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요.
당시 서민의 생활상을 잘 보여주는 한 대목도 눈에 띕니다.
"날은 매일같이 가물어 무덥고 거기에다 잘 나오던 수도까지 단수가 돼 물난리가 났다. 밤을 새워가며 물 깃는 두레박 소리와 떠드는 소리가 그칠 줄 모른다."
1955년 8월 25일 이 씨의 일기장은 막내아들 대영 씨가 박물관에 기탁한 것입니다.
오늘날 점점 일그러지고 있는 아버지의 상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대영(44살)/故 이광환 씨 막내아들 : 어린 시절에 아버지께서 조그만 책상 위에 스탠드를 켜시고 한 글자 한 글자 꼼꼼하게 쓰시던 모습이 지금 눈에 아주 선한데요.]
5월달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5월이 되면 그때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참 그립습니다.
지난 1999년까지 달동네가 있었던 이곳에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는데요.
당시 이 지역에 살던 주민들이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자는 목소리가 반영돼 지난 2005년, 달동네 박물관이 건립된 것입니다.
[이화용/인천광역시 동구청장 : 기성세대들한테는 자꾸 잊혀져가는 우리의 옛 모습을 돌아볼 수 있게 하고 또 젊은 세대들에게는 과거 기성세대들이 어떻게 살았나 하는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고단한 삶이었지만 정겨웠던 이웃사촌과 어깨를 부비며 살았던 그때 그 시절 아릿한 향수로 우리의 추억 속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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