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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을 찾고 싶다

엉겁결에 이틀 연속으로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 관련 기사를 쓰게 됐다.

영화 담당기자인 동기 남상석 기자가 금강산으로 출장가서 영화 '황진이'의 시사회를 취재하고 있었던 어제, 전도연이 귀국했고, 어젯밤 늦게 출장에서 돌아온 남상석 기자가 오늘은 황진이 시사회와 카메론 디아즈 내한 관련 기사를 쓰느라 바빴기에 내가 이왕 '대타'로 뛴 것, 연속으로 뛰게 된 것이다.

덕분에 영화 '밀양'을 보게 되었다.

귀국 기자회견을 취재하러 가기 전, '사전 취재'하는 기분으로 점심도 거르고 영화를 봤다.

좋은 영화를 본 포만감으로 배도 불렀다.

영화는 '밀양'을 찾는 신애의 여정을 따라간다.

'밀양'은 '비밀의 햇볕', 'Secret Sunshine'이라는 뜻이다.

'밀양'은 남편을 잃고 서울을 떠나온 신애가 찾아온 남편의 고향 마을이기도 하고, '절망 속에서도 인간을 살게 하는, 한 줌의 햇볕 같은 희망'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밀양'을 찾고 싶어졌다.

'밀양'은 절망과 고통의 극단을 체험하는 신애를 늘 곁에서 지키는 종찬의 말대로, '다른 곳과 비슷한 곳, 특별한 게 없는 곳'이라지만, 영화 속 도시 '밀양'에 가보고 싶어졌다.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밀양' 뿐 아니라, 내 마음 속의 '밀양'도 찾고 싶어졌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오자마자, 나는 '밀양'이 아니라, '기자회견장'으로 달려가야 했다.^^

한시간 전부터 엄청난 수의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전도연과 송강호, 이창동 감독이 회견장에 들어설 때쯤에는 200여 명의 취재진이 빼곡하게 회견장을 채웠다.

이런 '공식 기자회견'은 사실 조금은 어수선하고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런 와중에도 귀에 들어왔던 얘기들, 정리해 본다.

**전도연 "'월드스타' 생각 안 한다"

"기쁘고 영광스럽다는 말 이상의 표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말로도 표현이 안 될 정도로 기쁘고 영광스러워요."

"이름이 불렸을 때부터 그 날 내내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났어요. 머리 속이 하얘져서는 어떤 사람이 보고 싶다거나, 생각났다거나 그렇지도 않고 멍했어요. 비행기에 타서도 멍하고,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나, 계속 그랬던 것 같아요."

"처음 공항에 도착해서 들은 말이 '월드스타 전도연!'이었던 것 같은데요, 그렇게까지는 생각 안해봤고요. 생각 안 하려고요. 앞으로가 중요한 거죠. 지금 '밀양'만 갖고, '칸느 수상만 갖고 그러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고요. 아직 해외작품 이런 것은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한국에서도 더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시나리오만 읽고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감독님 말씀을 듣고 나서 시나리오를 다시 읽었을 때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신애의 고통이라든지 상황이 느껴졌고요, 한번 경험해 보고 싶었어요. 고통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경험해 보고 싶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칸에서 영화를 볼 때, 관객들이 그냥 제 연기를 본 것이 아니라, 신애의 감정을 함께 느꼈다고 생각해요. 저의 영화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고스란히, 저도 반신반의했는데, 그대로 느껴주시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이 감동스러웠고 좋았던 것 같아요."

"알랭 들롱이 저한테 무슨 얘기를 안했느냐 궁금해하시는데, 알랭 들롱이 은밀하게 특별한 얘기를 했다 해도 저는 못 알아들었을 거예요. (웃음)"


**송강호 "포커스 아웃된 상태에서 연기가 가장 힘들었다"

"싫든 좋든, 좋은 때든 안 좋은 때든, 한국 영화를 늘 사랑해 주시고, 한국 영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계셨던 한국 영화 팬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어서 늘 행복했습니다."

"한국영화가 현재는 산업적으로 위축되고 많이 염려스러운 부분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런 것들이 어찌 보면 거쳐야 하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거품이 좀 있었다면, 이제는 산업적으로든 질적으로든 내적이로든 스스로 정리가 되고, 정말 내실있고 건강한 구조가 형성되는, '과도기'라고 표현하기보다는,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 아닌가, 그렇게 희망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도연 씨는 무서운 에너지를 갖고 있는 배우예요. 그 에너지가 너무 강해서 겁도 나고, 저는 항상 코너에 몰립니다."

"전도연 씨가 어렵고 힘든 감정선을 연기할 때, 포커스 아웃된 상태로 뒤에 앉아있는 장면들이 있어요. 대표적인 장면이 교도소 면회 장면, 포커스 아웃된 상태에서 앉아있는데, 굉장히 힘들었어요. 제 스스로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전도연 씨의 가장 어려운, 예민한 감정을 훼손할 우려가 있고요, 그렇다고 '그래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울어라' 식의 연기로 간다면 그것도 잘못이죠. 굉장히 당혹하면서도 신애의 감정을 훼손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아주 미묘한 감정을 포커스 아웃 상태에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영화 보신 한 감독님이 '포커스 아웃 된 상태에서 한 연기가 최고였다'고 메시지를 보냈더라고요. (웃음)"


**이창동 감독

"(차기작 계획을 묻는 질문에) "혹시 '밀양'이 '캐러비안 3'를 잡으면 국제적인 사건이 될 테니까, 할리우드로 진출해서 '캐러비안 4'를 꼭 찍으라고 주변에서 농담들을 해요. 송강호 씨도 같이 가서 '캐러비안 4'에서 해적으로 출연하되, 영어가 잘 안되니까, 벙어리 해적이 좋을 것 같다' 뭐 이런 얘기들인데, 농담이긴 한데, 한국에서 영화하는 감독들의 뼈아픈 심정도 담겨있죠."

"밀양을 만들 때 솔직히 적자를 면하면 다행이겠다, 감사할 일이겠다, 이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어쨌든 한국 관객들과 영화로 소통하고 싶어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니까, 관객 수가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관객 분들과 영화를 통해 무언가를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면 좀 더 넓고 깊었으면 합니다."

"전도연 씨는 규정하기 어렵고, 어떤 정해진 그릇에 담기 어려운 배우 같습니다. 흔히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라는 말을 하는데,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배우는 자기 얼굴 하나를 가지고 있을 뿐이죠. 진폭이 큰 감정들을 섬세하게 잘 담아내는 게 규정하기 어려운 배우라는 생각인데, 전도연 씨가 바로 그렇습니다. 전도연 씨를 제가 괴롭혔다면 많이 괴롭힌 것인데, 관객도 예상치 못한, 저도 정해놓지 않았던, 더 나아가서 전도연 씨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을 원했던 것입니다. 힘들지만, 그런 감정들이 순간순간 나오는 것을 발견했고, 이것이 화면에 담겼습니다."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보다 더 도전적이고 모험적이고 보다 실험적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대규모 배급 구조가 정착된 상황에서 모험적인 영화를 만드는 것이 어렵지만, 이럴 때일수록 도전적인 창조 정신이 나와야, 제도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핵심적인 에너지는 바로 그것이고, 그래서 관객의 사랑을 받을 것이며, 상업 영화 주류 영화에도 자극이 돼서 좀 더 영화계가 풍성해 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통하기 쉬운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관객 분들과 마음으로, 뜻으로, 더 만나고 싶습니다. 이번 수상이 A급 태풍, 쓰나미 급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 영화계가 크게 좌초되지 않고 힘을 다시 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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