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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을 만나다-35년 짬밥?

칸 영화제 폐막식이 우리 시간으로 월요일 새벽 2시 30분에 열려 일요일 오후에 출근해 수상했을 경우 현지에서 특파원이 소식을 전하고 그 뒤에 붙여 보도할만한 예상되는 아침 뉴스용 리포트로 ‘이창동은 누구인가’를 만들어 놓고 퇴근한 뒤 28일(월) 저녁 금강산에서 열리는 영화 ‘황진이’ 시사회 취재를 위해 다음날 아침 7시 서울을 출발해야 해서 새벽에 일어났더니 전도연씨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더군요. 출장 일정 때문에 칸 영화제 수상 후속 보도는 후배 기자에게 맡기고 1박 2일 짧은 출장을 다녀왔는데 금강산에서 남측 관광객과 현대 아산 관계자들만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영화사측은 원작자인 북한 소설가 홍석중 씨와 금강산 촬영시 도움을 준 북측 관계자들도 보게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복잡한 절차 등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성사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출장에서 돌아온 다음날인 수요일은 8시 뉴스에 영화 관련 리포트가 세 개 씩이나 잡혔습니다. 평소에는 영화뿐 아니라 문화 관련 리포트가 겨우 하나 정도가 나갈까 말까 한데 3개는 말 그대로 ‘장’이 선 것입니다. 오전 10시에 신라호텔에서 ‘슈렉3’ 홍보차 한국을 찾은 카메론 디아즈의 기자회견과 인터뷰가 있었고, 금강산 출장 갖다온 황진이 시사회 리포트를 만들어야 하고, 화요일 오후에 귀국한 전도연씨가 오후 4시 30분에 압구정CGV에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제 혼자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취재 일정이라 전도연 기자회견은 공연 담당인 동료 김수현 기자의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8시 뉴스에 대려면 제일 시간도 촉박하고 취재진도 많아 고생스러운 취재를 맡겨 무척 미안했습니다.

카메론 디아즈 인터뷰는 예정보다 늦은 10시 20분쯤 시작됐습니다. 자리에 앉아 마이크를 차려고 하는데 여기선 곤란하고 다른 방에서 차고 오겠다고 나가더니 또 10분이 지나버리더군요. 180센티미터 넘을 것 같은 큰 키에 금발, 파란 눈의 시원시원한 미녀인데 백인 여자들을 볼때 느끼는 공통적인 현상인 가까이서 직접 보는 모습이 화면에 보이는 매력이 많이 감소해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화면이 훨씬 낫다는 이야기입니다.

3주 동안 걸쳐 시드니, 베이징, 타이뻬이, 도쿄 등을 거치는 홍보 투어의 마지막 코스로 한국을 찾았는데 지친 기색없이 밝고 명랑한 미소와 함께 친절하게 대답했습니다. ‘실제 출연하는 연기하고 이번처럼 목소리만 나오는 연기하고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목소리 연기는 실제 출연할 때 준비해야 하는 의상, 머리같은 여러 가지 ’미친 짓들(Crazy Things)‘을 하지 않아서 너무 좋다”더군요. ‘쿵푸를 할 때는 허공에 팔다리를 쭉쭉 뻗어대고 슈렉과 키스하는 장면에서는 내 손등에 키스하고... 너무 재미있어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카메론 디아즈는 세련된 매너로 편안하게 인터뷰에 응했지만 뒤편에 자리한 PR 담당자와 한국 측 홍보 담당자, 경호원들은 촉각을 잔뜩 곤두세우고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톱스타들에게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하면 홍보담당자가 즉석에서 제지시키거나 스타 자신이 언짢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홍보한 영화에 대해서만 질문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핑크빛 염문설이나 사생활,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대문에 걸리는 우리나라 연예계 풍토와는 사뭇 다르게 엄격했습니다. 사실 홍보를 위해 와서 이거 저거 하지마라 제한이나 요구사항이 많아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너무 오만한 행태가 아니냐는 반발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여배우에게 ‘나이가 몇이냐’거나 방금 공항에 도착한 외국 스타에게 한국이 어떠냐는 것 같은 질문은 예의에 어긋나거나 좀 질문자 자신을 깎아먹는 성격의 질문이겠죠.

디아즈에 이어 ‘슈렉’의 제작사인 드림웍스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제프리 카젠버그를 인터뷰 했습니다. 카젠버그는 1984년부터 10년 동안 월트디즈니 사장으로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등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부활과 전성기를 이끈 뒤 스티븐 스필버그, 데이빗 게펜과 함께 드림웍스를 창립한 뒤 ‘슈렉 시리즈’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계의 거물입니다. 이날도 인터뷰 전에는 CJ그룹 간부와 임원을 상대로 경영 기법 등에 관련한 강연을 진행했는데 참석했던 한 간부는 ‘참 뻔한 얘기인데...카젠버그가 얘기하니까 다르게 들린다. 원고 내용이 중요한게 아니라 누가 말하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카젠버그와 인터뷰때 모 방송사 시사기획 프로그램 당당 기자가 추가 질문을 했습니다. 이 기자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기획취재를 하고 있는데 할리우드에 직접 출장까지 갔지만 원하는 유명인들 인터뷰가 부족해 보충 취재를 하러 나왔습니다. 카젠버그에게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대행사나 매니지먼트 회사들과 어떤 파트너십을 갖고 어떤 절차로 진행하는가’하고 질문했는데 대답의 내용이 조금 핀트가 어긋나더군요. 이 기자는 재차 ‘그 부분을 특정해서 다시 질문 했더니 카젠버그,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하는 대답이 이랬습니다.
"알다시피 나는 35년 동안 할리우드에서 일해오면서 대부분의 많은 스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프로듀서와 감독들이 캐스팅 희망자 목록을 적어오면 나는 그들(스타들)에게 그냥 전화해서 물어본다." 디즈니 사장을 지냈고 할리우드를 좌지우지하는 거물 가운데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인물로서 참 흥미로운 답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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