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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13년만의 신작 '가설을 위한 망상'

미완소설 '나비야 청산가자'·산문 수록

대하소설 '토지' 한 편으로 한국문학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소설가 박경리(81)씨가 '토지' 탈고 이후 13년 만에 새 작품집을 펴냈다.

2003년 문예지 '현대문학'에 세차례 연재했던 미완의 장편 '나비야 청산가자'를 비롯해 그동안 짬짬이 내놓아 흩어져있던 산문들을 한데 묶어 정리한 것이다.

책 제목은 '가설을 위한 망상'.

1955년 김동리씨 추천으로 단편 '계산'을 '현대문학'에 발표하며 등단한 작가는 '표류도'(1959) '김약국의 딸들'(1962) '파시'(1964) '시장과 전장'(˝) 등의 장편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문단사에서 '박경리'라는 이름 석 자를 확고부동한 위치에 올려놓은 것은 '토지'.

1969년부터 무려 25년에 걸쳐 원고지 4만장 분량으로 완성한 이 작품 은 50여 년 작가의 인생과 사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토지' 이후 9년 만에 손을 댄 '나비야 청산가자'는 바로 '토지'와 직접적으로 맥이 닿아있는 작품이다.

어느 가상의 마을과 소도시를 무대로 한 이 소설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농장에 서 일했던 마름의 아들과 결혼한 해연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한쪽 다리가 불편한 해연은 자상하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바닷가에 나가 부친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으며 지낸다.

남편 석호와는 남 남보다 더욱 먼 사이다.

작가는 이들의 이야기에 해연이 흠모하는 큰 오빠의 친구 성재, 농장에서 일하는 일꾼들과 그들의 자식들을 등장시키며 이야기를 더욱 다채롭게 풀어나간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농장일꾼 정서방이 딸 미숙과 석호의 간통 현장을 발견하고 분노 해 삽으로 미숙을 내려치는 장면.

비록 원고지 440여 매 분량으로 중단되기는 했지만 스스로 '마지막 작품'이라 여기며 집필을 시작했던 소설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복잡다단하게 전개된 광복 이후 현대사를 담아내려 시도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이것(토지)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소설이지요. 사실은 내가 그 후속으로서 '나비야 청산가자', 그것을 지식인에 국한해서 쓰려고 하니깐 올이 수도 없이 많아진 거예요. 도저히 내가 감당을…태산을 무너뜨릴 수가 없어요. 그래서 혈압도 오르고 사고가 난 것 같아요."

작품집에는 소설 외에도 1998-2006년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해온 13편의 산문도 수록됐다.

세계와 인간, 문학과 삶에 대한 작가의 성찰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왜 쓰는가, 하는 물음은 왜 사는가, 하는 물음과 통합니다. 그것은 근원적인 물음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은 그 물음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게 합니다. 삶의 터전이며 조건 반사인 현실은, 그러나 완전한 것이 못되고 또한 현실은 토막 낸 한 단면도 아니며 반복도 아니며 끝없는 연속, 새로움이기 때문입니다."('작가는 왜 쓰는가' 중) 이밖에도 "난 특별히 문학을 내 인생과 갈라놓지 않았다. 내 인생이 문학이고, 지금 문학이 내 인생"이라는 작가의 삶에 대한 답변들이 담긴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 과 교수와의 대담 등이 실려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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