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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카라 시장의 奇行

<오세훈 시장 부부 실종(?) 사건>

지난 19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날 밤 앙카라시 원더랜드(터키판 에버랜드쯤 될까요?)에서 열리는 서울의 날 기념 공연을 앞두고 청소년 센터 등 시내 주요 시설을 시찰하고 있었습니다.

전날 앙카라시에 도착해 전자정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서울의 날' 기념 전시회 개막식에도 참석한 터.

하지만 멜리 괵첵 앙카라 市長은 오 시장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게 많았나 봅니다.

자신이 직접 승용차 운전대를 잡고는 수행원이나 경호원도 없이 앞자리에는 통역, 뒷자리에는 오세훈 시장 부부만을 태우고 1시간 가량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파격이라면 파격일 수 있는 행보였죠.

시장을 수행하던 서울시 관계자들은 시장의 행방을 쫓느라 일대 혼란을 겪었습니다. 일명 '오세훈 시장 부부 납치 사건'입니다(오 시장은 후에 "납치라면 납치였죠"라며 웃었습니다).

뒤에 오 시장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 때 괵첵 시장은 오 시장 부부를 데리고 다니면서 재개발 지역,신축 건물,새로 조성한 공원 등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여기는 50일 만에 (우리로 치면) 판자촌 지역을 다 정리한 곳이다", "이 터널은 30일만에 지었다", "이 공원은 40일만에 만들었다"는 식의 자랑을 늘어 놓았다고 합니다.

6~70년대 한국의 '빨리빨리' 개발 방식이 오늘의 터키에서는 자랑거리인 모양입니다.

 

<야심가 괵첵 市長>

오 시장은 괵첵 시장이 재개발 지역이나 새로 조성된 공원 주변의 땅 값, 집 값 등 부동산 가격을 줄줄이 꿰고 있어 상당히 놀랐다고 했습니다.

현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재개발 지역 주변 등에는 어김없이 괵첵 시장이 자신이나 친인척,또는 측근들이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얘기입니다.

자기 스스로 도시계획을 세우고,집행하고,거기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챙기는 셈입니다.

부동산 개발을 통해 거대한 부를 축적하게 된 괵첵 시장은 조만간 黨을 만들어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소문도 현지에선 무성합니다.

괵첵 시장은 5년 임기의 앙카라 시장직을 3번 연임했습니다.

연임 제한에 걸려 시장직을 내놓아야 될 상황이 되자 20대인 자신의 아들을 차기 시장 후보로 내세울 계획까지 세워놓았다고 합니다.

이후 연임 제한이 없어지자 4번째 출마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고 합니다.

괵첵 시장의 연임 비결은 고상하게는(?) 서민들을 위한 행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제콘두라는 빈민 주택 단지를(우리식으로는 판자촌) 무자비하게 재정비하기도 하지만 서민 주택에 수도와 전기를 연결해 주고 시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원 시설을 만들기도 합니다.

부자들에게는 냉소와 비판을 받고 있지만 적당한 당근과 채찍으로 서민들에게는 높은 인기를 유지하는 게 연임의 비결인 셈입니다.

이런 걸 포퓰리즘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이겠죠. 

 

<市長은 축구狂>

2002년 월드컵 3위. 터키는 유럽 어느 나라 못지 않은 축구의 나라입니다.

서울의 날 기념 전시관에는 세뇨르 귀네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FC서울의 로고가 선명한 응원용 수건을 든 앙카라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의 날 기념 공연이 열리던 날.

공연 직전 괵첵 시장과 오 시장은 언론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의 날 기념 공연을 참관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괵첵 시장은 마침 그 시각 열리고 있던 터키 축구 프로팀의 경기를 이유로 서울의 날 기념 공연 시작을 미루자고 했습니다.

당시 경기는 갈라타사라이와 페네르바흐체 간의 빅 매치. (이 두 팀은 터키 최고 인기 구단 3개 중 2곳이라고 합니다.)

괵첵 시장은 "이 두 팀이 경기를 하면 시민들이 TV앞에만 붙어 있는다"며 "서울의 날 기념공연에 시민들이 많이 오려면 전후반 축구 경기가 모두 끝나야 한다"는 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기자회견 중에도 괵첵 시장과 수행원들은 축구 경기를 중계하는 TV 채널을 켜 놓은 채 경기 진행상황에 정신이 팔려 있었습니다.

(실제 인터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제가 TV를 꺼 달라고 요구하자 앙카라 시 관계자들은 기분이 나쁜 듯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오 시장과 괵첵 시장이 잠시 환담하던 중, 페네르바흐체팀이 골을 넣자 괵첵 시장의 비서진은 수신호로 괵첵 시장에게 골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전해줬고, 괵첵 시장은 용수철처럼 TV 앞으로 튀어 나와 마주 앉아 있던 오 시장을 무안케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간 공연단이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

축구 경기가 다 끝나고 공연을 시작한다면 자정이 넘어서야 공연이 끝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서울과 앙카라시 관계자들의 조용한(?) 옥신각신 끝에 전반전이 끝난 이후 서울의 날 기념 공연이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외교적인 결례라고도 할 수 있는 해프닝이었습니다.

어쨋든 앙카라 시장은 축구狂의 면모를 분명해 보여줬지만 그 이후 그 장면을 함께 목격했던 서울시 관계자들과 기자들은 엉뚱한 일을 하거나 무대뽀식 행동을 보이는는 사람에게 "괵첵 市長처럼......"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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