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자실 통폐합 문제가 언론을 도배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정홍보처와 총리실 주변에서 '기자실을 없앤다'는 얘기가 조금씩 흘러 나왔기 때문에 전혀 예상치 못한 건 아니었습니다. 제가 출입하고 있는 교육부 기자실도 세종로 정부청사에 있으니까 조만간 다른 부처 기자실과 통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칼럼은 교육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출입처와 관련된 중요한 내용이라 이렇게 칼럼을 통해 여러분께 제 생각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번에 정부가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확정 발표했다는 기자실 통폐합 방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중요한 게 하나 빠져 있습니다. 그건 바로 이번 정책의 시행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입니다. 이번 정책은 누구를 위해, 또 무슨 목적을 위해 시행되는 것인지 불분명합니다.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이라는 미사 여구를 동원했지만, 아무래도 뭔가를 '선진화'하겠다는 발상은 군사독재의 잔재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여러분들께서는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언론의 취재와 관련된 세세한 부분까지 대통령이 직접 챙기면서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안 그래도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은 분이 기자실 문제와 관련해 '몇몇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기사의 흐름을 주도해 나가고 만들어 나가는 기자실의 실태 문제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까지 발언을 했으니까 말이죠. 대통령 주변에 기자 출신의 참모들도 있을텐데, 현실을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듯한 이런 발언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수백대 일의 경쟁력을 뚫고 언론사에 입사해 자기가 맡은 취재 분야에서 최신 정보와 문제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는 수 많은 기자들에게는 더욱 그럴겁니다.
그동안 저는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기사의 흐름을 주도하는 기자를 별로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사실 확인을 위해 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기자들에게 기자실은 기사를 송고하는 공간이자 일종의 거점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기자가 취재하는 분야와 기자실이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기자실의 편의성는 더해지겠지요. 불과 하루 또는 1-2시간 내에 특정 사안을 취재해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사실을 보도해야 하는 기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편의가 바로 저는 '기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협회에 등록된 7천여명의 기자들이 기사를 송고할 때마다 여기 저기서 혼란스럽게 통신라인이나 전화선, 그리고 탁자를 찾기 위해 불필요한 경쟁을 벌이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요?
지난 1월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국민건강증진계획'을 보고 받았다지요. 유시민 장관은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고 의료비를 절감하는 다양한 정책을 설명했는데, 정작 언론에서는 '출산비용 지원'이나 '대선용 정책' 등으로 축소, 보도된 것에 대한 불만과 비판에서 이번 '기자실 통폐합' 방안이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자실을 통폐합하면 대통령이 원하는대로 정부 정책의 다양한 측면이 충실하게 다 보도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언론에게 부과된 의무는 정책홍보가 아닙니다. 국정홍보처가 바로 그런 일을 하도록 만들어진 곳이지요.
언론에게는 정부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이 부과돼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비판적 역할을 하는 언론에 국민이 더 '주목'하고 '제보'라는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죠. 언론과 국민의 관계는 정권과의 관계보다 더 오래가고 믿음과 신뢰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구미 언론사에서도 이런 사실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나쁜 건 개선시키고 좋은 걸 가져오는 게 선진화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언론의 선진화는 정부 정책으로 달성될 수 있는 목표가 아닙니다.
또 저널리즘은 어느 한 개인이나 정권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저널리즘은 국민과 독자, 그리고 시청자가 평가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것이며, 사회가 선진화되면 자연스럽게 저널리즘의 수준도 한 단계씩 올라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대통령의 개인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이번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은 반드시 제고되야 한다고 봅니다. 저널리즘 선진화는 정권 차원에서 추진되야할 정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이번 정책의 목표가 정책의 충분한 전달과 홍보라고 한다면, 기자실 통폐합으로 달성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이번 정책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어둡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참여정부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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