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지난 주 숙제(?)를 빼먹어서 죄송합니다. [스파이더맨3]와 [캐리비안의 해적3] 사이에서 작은 영화들이 선보였고 유감스럽게도 제가 본 영화가 거의 없어서 여러분들께 드릴 말씀이 없었기 때문이고 또 바이오리듬이 최저점에 달한 것처럼 쓸 의욕이 별로 생기지 않더군요. 숙제 빼먹은 학생의 궁시렁거림은 그만하고 요즘 극장가는 한국 코미디 [못말리는 결혼]의 조용한 선전이 눈에 띕니다. 개봉 2주만에 백만 관객을 모았습니다. 이 영화의 흥행 성공은 90% 이상이 남녀 주인공 보다는 중견배우 김수미씨 덕분입니다. 다행히 능력을 갉아먹는 경계에서 과잉으로 빠지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주에는 한국영화 [밀양]과 할리우드 대작[캐리비안의 해적3], 한국공포영화 [전설의 고향], 일본영화 [사무라이 픽션2-적영]이 개봉됩니다. [밀양]은 2주 전에 자세하게 소개해드린바 있어 생략하겠습니다. 하지만 꼭 챙겨 보시기 바랍니다.
디즈니랜드 놀이기구에서 출발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두리라고 예상한 사람을 별로 없었습니다. 조니 뎁이 연기한 잭 스패로우 선장은 스크린에서 머물지 않고 생명력있는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번 주 개봉한 3편은 ‘오만방자’하게도 사전 시사회 없이 바로 초파일 전날인 수요일에 개봉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소니 픽쳐스가 배급한 ‘다빈치 코드’도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사전 공개한 것 외에는 일체의 시사회가 없었습니다. 기자나 평론가들에게 미리 노출시켜봤자 흠집만 잡힐테고 어차피 볼 사람들은 다 와서 볼 것이니 필요없다는 판단인 것 같은데 그만큼 자신감이 넘친다는 것이겠죠. 국내 개봉관도 670개로 스파이더맨3보다 더 많습니다. 주말에 전국 1600개 가운데 1000개에 육박하는 상영관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시사회를 하지 않아 개봉하는 날 아침 막바로 극장으로 출근해 10여 명의 다른 열성 관객들과 함께 8시 20분 영화를 봤습니다. 168분(2시간 48분)의 상영시간의 압박이 있었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영화는 기대에 크게 어긋나지 않습니다. 주인공 캡틴 잭 스패로우는 물론 조연들과 악역까지 모두 캐릭터의 입체화가 성공적이여서 보는 재미가 더합니다. 흉측한 몰골의 데비 존스도 과거의 아픈 사랑을 간직하고 있어 불쌍해 보이고 바르보사의 숨겨진 부활 사연은 그의 행동에 당위성을 갖추게 합니다. 가장 야비하고 비열한 스완 총독까지도 최후의 순간에는 카리스마를 갖춰줘 위엄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조니 뎁의 매력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세상의 끝 소금 사막과 감옥에서는 아예 잭의 복제인간들이 떼로 등장해 우스꽝스런 상황을 묘사합니다.
스파이더맨이 뉴욕 마천루 사이를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스펙터클로 관객을 압도했다면 이 영화는 인간을 초라하게 느껴지게 하는 대양을 무대로 합니다. 영화 초반에 싱가포르 해적 소굴의 이국적인 모습과 주윤발의 악역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기 시작하고 블랙펄 호가 다니는 추운 극지방, 대형 폭포, 소용돌이 치는 바다 등 ‘지구상에 저런 곳이 과연 있을까’할 정도로 이국적이고 관객을 압도하는 화면을 보여줍니다. 특히 ‘세상의 끝’에서 탈출해 나오는 장면은 더 이상 아이디어가 없을 듯한 할리우드에서 빛나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개인적으로 엘리자베스 역의 키이라 나이틀리는 여전히 당차고 섹시하지만 상대역인 윌역의 올랜도 블룸은 꽃미남 시절이 그리워지는, 옛날이 그리워지는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또 [더 록], [글래디에이터] 등으로 우리 귀에 친숙한 한스 짐머의 대중적이고 웅장한 음악과 어우러져 사나운 바다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배신과 음모, 활극과 가슴 아픈 로맨스가 어우러지는 ‘바다위의 초대형 오페라’처럼 느껴집니다. (대작 영화인 만큼 엔딩 크레딧도 길어서 10분 정도 되는데 이게 다 올라가고 나서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화면이 나옵니다. 자칫하면 놓치실 수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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