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컨테이너선과 충돌한 뒤 침몰한 화물선 골든로즈호(3천849t급)는 왜 구조요청을 하지 않았을까?
14일 현재로서는 골든로즈호 선원 16명 전원이 실종된데다 선박 또한 수심 50m 아래 바닥에 가라앉아있는 상태여서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지만 통상적인 조난사고 사례를 비춰 몇 갈래로 추정할 수 있다.
해양경찰청은 골든로즈호가 중국 컨테이너선 진성호(4천822t급)에 부딪혀 순식간에 옆으로 전복됐다면 선원들이 구조요청을 취할 여유가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이 뱃머리끼리 부딪힐 경우 침몰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중국 다롄항에 정박돼 있는 진성호의 파손 부위가 뱃머리인 점을 감안한다면 골든로즈호는 배 옆구리를 들이받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해경의 설명이다.
선박 상부에 철재 코일 5천900t을 싣고 있었던 골든로즈호가 옆구리를 받혔다면 복원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순식간에 옆으로 넘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사고 시간대가 오전 3시 5분(현지 시간)으로 새벽이어서 선원 16명 중 2~4명만 이 근무하고 있었던데다 배가 옆으로 넘어지면 자기 몸조차 지탱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타실에 있는 무선통신기가 있다 하더라도 통신기를 쥐고 인접국 구조기관이나 인접 선박에 구조를 요청할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침몰시 자동으로 선박 위치를 발신하는 '조난위치 자동발신 장치(EPIRB.Emergency Position Indicating Radio Beacon)'가 조타실 외벽에 설치돼 있지만 골든로즈호 사고의 경우 이 장치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
EPIRB는 선박이 조난당해 침몰하게 되면 수압에 의해 자동으로 선체에서 이탈돼 수면으로 부상, 위성을 통해 선박의 위치, 선박 제원, 선사 및 연락처 등을 알리는 장비로 국제항해에 사용되는 300t급 이상 선박 등에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하는 장비다.
해경은 골든로즈호의 EPIRB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두가지 가능성을 두고 있다.
장비가 노후해 작동하지 않았거나, 침몰이 순식간에 이뤄져 EPIRB가 선박 구조물에 걸려 수면 위로 부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다.
골든로즈호의 EPIRB는 노르웨이산 TRON-30S 종으로 현재 생산이 중단된 오래된 모델이다.
제작년도가 언제인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장비 자체가 노후했다면 침몰시 선체에서 이탈돼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더라도 조난위치를 발신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골든로즈호가 중심을 잃고 옆으로 갑작스럽게 전복됐다면 EPIRB가 수면 위로 떠오르다가 선체 구조물에 걸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상대선박이 사고 발생 후 7시간이 넘어서야 신고한 점을 고려할 때 EPIRB가 제대로만 작동됐다면 중국 당국이 더 빨리 구조작업을 벌였을 수 있었을텐데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라며 "사고 경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중국 당국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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