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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유출, 법으로 해결될까?

기아차 전,현직 직원들이 중국 자동차 회사에 기술을 팔았다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기아차 전직 직원들이 퇴직한 뒤에 자동차 기술 컨설팅 회사를 만들었는데요.

중국 C 자동차회사의 기술 자문을 하면서 자동차의 골격에 해당하는 차체 조립 기술을 넘겼단 겁니다.

차체 조립은 대부분 자동화 돼 있는데요. 6백개가 넘는 단품을 조립해 완성차 차체를 만드는 일이 쉬운 게 아니라고 합니다. 1mm 오차만 생겨도 차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하네요.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선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고 합니다.

중국 자동차 회사는 품질 개선을 위해 일본 회사에 컨설팅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주로 SUV 같은 차를 생산하다가 승용차 쪽에도 진출하고 있다는데요.

처음 차를 만들고 외부 평가기관에서 평가를 받았을 때 '별 0'라는 평가를 받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답니다.

이 가운데 차체 부분에 대한 용역을 다시 일본 회사로부터 이들이 받은 겁니다.

그래서 6개월 남짓 중국 현지에 머무르면서 이 회사의 차체 생산 프로세스를 지켜보고 여러가지 기술 자문을 해준 거죠.

문제는 기술 자문을 할 때 불법으로 빼낸 기아차의 기술 자료를 이용했단 겁니다.

전 직장에서 친하게 지낸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기술 자료와 신차개발일정, 부품 검사기준서와 점검표 등 영업비밀들을 이메일로 건네받았습니다.

현직 직원들은 얼마 전까지 직장 선배였던 사람이 부탁하니까 별 거부감없이 자료를 보내줬습니다.

공과 사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들이 보낸 이메일 제목을 보면 '다 빼가라','다 팔아먹어라' 식 입니다.

이런 식으로 중국 C 자동차의 차체 품질 개선 컨설팅을 하고 이들은 2억 3천만원을 받았습니다.

이 계약을 끝낸 후 중국의 J 자동차와는 생산과정 전체에 대한 컨설팅 계약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계약을 따내기 위해 현대,기아차에서 빼돌린 영업 비밀을 슬쩍 이메일로 중국 회사측에 보냈다고 합니다. 현대,기아차 화성 공장의 금형 배치도를 보내줬는데요.

이것도 자동차 생산 라인을 구성할 때 장비를 어떻게 배치하는 게 효율적인지 나타나기 때문에 각 회사는 비밀로 간직합니다.

회사 견학을 하더라도 공장 생산 라인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J 자동차와는 계약이 체결되기 직전에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수사에 걸렸는데요.

이번 건은 도면 자체가 중국  회사에 넘어가거나 했던 것은 아닙니다.

유출된 자료를 토대로 C사에 자문을 했고 J사에 계약을 추진하던 과정이었으니까요.

최대 22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피해액은 현대,기아차에서 유출된 자료가 모두 중국 측에 넘어갔을 때를 가정해서 나온 겁니다.

부풀려졌다고 봐야겠죠.

사실 기술 유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엄청난 피해액이 산정되는데요.

이걸 객관적으로 산정하는 건 사실 불가능합니다.

각 기술이 제품 생산에 기여하는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객관화하는 게 힘들기 때문입니다.

피해 기업에서 그동안 투입한 연구개발비용, 유출된 기술이 적용됐을 때 상대사의 생산이 얼마나 늘어나고 자사의 매출이 얼마나 줄어들 지 예측해서 내놓는 겁니다.

어쨌든 기술 유출이 일어날 때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에도 손실을 주는 건 맞기 때문에 기업도 국가도 기술 보안에 열심입니다.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연도별 해외 기술 유출은 계속 늘어나는 추셉니다.

그만큼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이 높아졌다는 반증도 되겠죠.

그래서 산업자원부는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습니다.

올해 4월 28일부터 시행이 됐는데요.

그동안 기술 유출 관련 문제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로 처벌을 해왔는데

(최고 7년 이하 징역, 재산상 이득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 상당 벌금)

새로 만든 법에선 최고 7년 이하 징역, 7억원 이하의 벌금 부과를 규정했습니다.

국가가 '국가핵심기술'을 정하고, 이에 대해선 외국 기업에 매각, 이전 등의 방법으로 수출을 할 경우 국가의 허락을 받아야한다는 겁니다.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기술 유출을 막겠다며 이런 법률까지 만든 건데 사실 기술 유출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대책을 놓고는 논란이 많습니다.

기술 유출은 합법적인 유출과 불법적인 유출이 있습니다.

합법적인 유출은 문제가 좀 복잡합니다.

예전에 문제가 됐던 쌍용자동차의 중국 인수 경우, 하이닉스 반도체의 일부 사업 부문을 중국이 인수한 경우 등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 합법적인 M&A를 통한 것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기술 유출입니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제한할 것이냐...어렵죠.

우리 기업들도 필요할 경우 M&A를 통해 외국 기술을 획득하고 있으니까요.

앞으로 갈수록 이런 경향은 활발해질텐데 이걸 법으로 제한하는 것부터가 일단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인력 이동도 비슷한 경웁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에서 애니콜 개발의 핵심 주역이 노키아로 이직했다고 하면, 당연히 일종의 기술 유출이죠. 하지만, 본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예전 우리나라도 한참 발전할 때 IBM이나 벨 연구소 같은 미국의 우수한 곳에서 근무하던 인력들을 애국심 등에 호소해서 스카웃 해왔죠. 그 쪽에서도 따지고보면 기술 유출이었던 셈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 나라는 1년 6개월이었던가요? 동종 업계 전직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연구원들은 독소 조항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죠.

불법적인 유출은 대부분 전,현직 직원들이 경쟁사 등으로부터 고액의 대가를 받고 예전 회사의 기밀을 넘기는 겁니다. 도면 같은 걸 넘기는 경우가 해당되죠.

국정원 자료에 따르면 기술 유출을 일으킨 사람은 90% 가까이 전, 현직 직원들입니다.

기업의 보안에 대한 노력이 사실 상상 이상으로 치열하기 때문에 영화에서 보는 것같은 산업스파이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외환 위기 이후 누구에게나 '평생 직장'이란 개념은 사라졌다고 볼 수 있죠.

이 시기 이후 전반적으로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특히 연구개발 직종에 있는 사람들이 그 때 받았던 충격은 상당했습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용도 폐기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죠.

2006년 이공계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다시 태어나면 이 분야를 택하지 않았을 것"이란 대답이 80%에 가까이 나왔습니다.

사실 저도 이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요.

이러다보면 각종 유혹에 넘어가기가 아무래도 쉽지 않겠습니까?

이에 대해선 기업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보안 장비를 활용하고, 핵심 기술을 블랙박스화 하는 겁니다.

즉, 핵심 부품을 모듈로 만드는 건데요. 이렇게 하면 유지, 보수도 쉽지만 이걸 입수하더라도 뜯어봐서 재제작이 어렵기 때문에 reverse engineering 이란 방법을 통한 유출도 최소화할 수 있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연구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겁니다.

결국 기술은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사람을 통해 이동하기 때문에 사람을 붙잡아놓는 게 최선책 아니겠습니까?

경영과 관련된 책 중에 '겅호'란 책이 있습니다.

미국의 한 공장에서 있었던 실화를 책으로 만든 건데요.

문 닫기 일보직전의 공장을 인디언 출신 MBA와 새로 부임한 공장장의 노력으로 살려내는 내용입니다.

여기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 E=mc2 를 새롭게 해석하는데요.

Enthusiasm은 Mission을 부여하고 Cash와 Congratulation을 함께 줄때 생겨난다는 겁니다.

또, Congratulation 은 우선 Cash가 충족되어야 의미가 있다고 하고요.

사실 기술 유출이란 게 어디까지가 합법이고, 어디부터가 불법인지 애매할 때도 많습니다.

서로 충돌되는 가치들도 많고요. 그런만큼 법 만으로 해결될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기업이 스스로 끊임없이 기술 혁신을 해나가는 겁니다.

이동성이 커진 세상에서 정보는 계속 흘러다니더라도 경쟁 기업이 기술을 습득하더라도 상관없도록 자체 경쟁력을 계속 키워나가야 한다는 거죠.

많은 기업들이 도요타를 모방하고 있지만, 계속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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