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5월 2일)은 아침부터 공연 리허설 취재가 있는 날이었다. 정명훈 씨가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 리허설이었다. 정명훈과 라디오 프랑스 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끌만한 공연이었지만, 여기에 협연자로 김선욱 군이 나선다는 것은 더욱 흥미로웠다.
김선욱 군은 지난해 리즈 콩쿠르 우승 이후 차세대 대표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피아니스트. 콩쿠르 우승 이후 전세계 음악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는 중이다. 앞으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 일정이 앞으로 줄줄이 잡혀 있고,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이번 무대는 그 본격적인 스타트인 셈이다.
정명훈 씨는 김선욱 군의 어린 시절부터 우상이었다. 여덟 살 때 정명훈 씨의 지휘 모습을 처음 본 이후 열혈 팬이 된 김군은 지휘자가 되겠다는 꿈을 품게 됐다. 김 군은 정명훈 씨의 공연을 보러 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그가 녹음한 음반을 사모으는 것도 모자라, 경매에 나온 지휘봉까지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또 리즈 콩쿠르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피아니스트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던 정명훈 씨는 지난 1975년 이 콩쿠르에 출전해 4위를 했다.
일단 이 정도면 충분히 '기사 거리'가 된다고 판단하고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공연 리허설을 취재하기로 했지만, 인터뷰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공연 기획사측과 협의해 리허설 도중 쉬는 시간에 잠시 인터뷰를 하기로 했지만, 약간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야말로 '후닥닥' 인터뷰가 될 터인데, 짧은 시간에 '쓸만한 멘트'가 나올까. 이번 공연과 관련한 두 사람의 인터뷰 기사는 몇몇 신문에 이미 실렸다. 이런 경우 방송 기자의 인터뷰란 몹시도 '의례적'이 되기 쉽다. 공연 당일에, 무척 바쁜 와중에, 카메라 앞에서 잠시 하는 인터뷰, 게다가 이미 비슷한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을 터이니, 좀 심하게 말하자면, '단 물 다 빠진 다음' 하는 인터뷰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리허설이 생각보다 길어져 인터뷰는 예정됐던 시간보다 1시간 가까이 늦어져 시작됐다. SBS 뿐 아니라 KBS와 MBC, YTN까지 모두 취재하러 왔기 때문에, 시간 절약을 위해 4사 공동으로 진행됐다. 편의상 '대표 질문자'로 내가 나섰다. 다행스럽게도, 짧은 시간에 했던 인터뷰 치고는 귀에 확 들어오는 말들이 좀 있었다. (인터뷰 내용은 따로 정리하기로 한다)
물론 정명훈 씨와 김선욱 군이 오늘 인터뷰에서, 다른 기사에서 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얘기를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기사를 쓰고, 리포트 편집을 하면서, 인터뷰 대상자의 생생한 얼굴 표정과 말투를 그대로 전할 수 있다는 것이 방송 뉴스의 큰 장점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공연 '화면'이 없으면 기사를 쓸 수 없다는 건 방송 문화뉴스의 한계다. 그래서 공연 한참 전에 인터뷰를 하고, (대면 인터뷰든, 서면 인터뷰든, 전화 인터뷰든) 공연 관련 기사를 쓸 수 있는 신문과 비교하면, 공연이 임박해 리허설 화면이라도 찍고, '직접' 인터뷰를 해야만 쓸 수 있는 방송 뉴스의 공연 기사들은 그 내용만으로 보면 '구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공연 장면을 잠깐이나마 그대로 보여주고, 들려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흐뭇한 눈길을 보내며 김선욱 군의 등을 두드리거나, "나 18살 때는 이런 수준은 꿈도 못 꿨죠~' 하며 너털웃음을 짓던 정명훈 씨, 지휘하는 정명훈 씨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연주하던 김선욱 군의 표정, 연주 도중에도 두 사람이 교감하며 나누던 무언의 대화 같은 것은, 백 마디 말로도 실감나게 표현할 수 없는 것일 터. 이럴 때는 방송 기자가 된 것을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까.
그러나 저러나, 오늘 아침부터 공연 리허설을 취재한 방송사 4곳의 기자들 중에, 저녁 본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기자는 나 하나 뿐이었다. 다른 회사 기자들은 취재 마치고 회사 들어가서 기사 쓰고 편집하는 데 시간이 걸려, '기사는 쓰고 공연은 못 보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나마 SBS는 '한 시간 빠른 8시 뉴스'로 다른 회사보다는 업무 진행이 빠른 편이라, 나는 겨우겨우 일을 마치고(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끝까지 편집 과정을 지켜보지 못하고, 편집자에게 마무리를 맡긴 채로) 공연장으로 '허겁지겁' 달려갈 수 있었던 것이다. 공연은 아주 만족스러워서 그렇게 허겁지겁 달려간 보람이 있었다.
오늘은 어떻게 운이 좋아 공연을 볼 수 있었지만, 리허설을 취재해서 실컷 기사는 내보내고도, 정작 공연은 못 보는 일이 비일비재. 그렇다고 기사는 안 쓰고 공연만 보러 다니면 안 될 일이니, 이건 또 방송 기자의 설움이라고 할까.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