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짓는데 필요한 돈을 개인이나 건설업체로부터 받아내는 게 바로 학교용지 부담금입니다. 도시가 갈수록 팽창하고 과밀화되는데 따른 학교 설립을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죠. 물론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시행하는 나라에서 학교 건립의 부담을 국민에게 떠안기는 게 적절한 지 여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갖고 계시는 분들도 적지 않지만, 아무튼 현행 관계 법령에는 학교용지 확보를 위해 부담금을 징수할 수 있다는 부분이 명시적으로 규정돼있습니다.
학교용지 부담금을 걷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고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주문을 자세히 보면 정확하게 내용을 파악하실 수 있을 것 같아 인용하고자 합니다. 학교용지 부담금에 대한 위헌 결정은 지난 2005년 3월에 내려졌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학교용지에 관한 특례법 중에서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하여 시행하는 개발 사업지역에서 공동주택을 분양받은 자에게 학교용지 확보를 위하여 부담금을 부과, 징수할 수 있다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습니다.
판결문이나 주문을 볼 때는 조건과 부가 사항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주택건설촉진법과 공동주택을 분양받은 자가 조건이 될 수 있겠지요. 헌법재판소 주문에 언급된 주택건설촉진법은 지난 2000년 1월과 2002년 2월에 개정된 법률 제6219호와 제6656호의 제5조 1항과 제2조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2002년 2월 이후 개정되거나 제정된 학교용지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 중에서 주택건설촉진법과 주택법, 택지개발촉진법, 건축법, 도시재개발법 등에 나와 있는 학교용지 확보 관련 조항과 그에 따른 부담금 부과, 징수는 위헌이 아니라는 게 당국의 설명입니다.
게다가 교육부에서는 위헌 결정이후 과도한 시혜적 소급입법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1999년 4월 택지초과소유부담금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1조1천3백억 원이 미환급분을 돌려주기 위해 특별법 제정 청원이 접수됐지만, 건교위에서 폐기됐습니다. 지난 94년 7월 토지초과이득세법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을 때에도 7천3백억 원의 미환급이 발생했지만 환급해주지 않았다며, 학교용지부담금 납부자에게만 소급 환급을 하는 것은 헌법 제11조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교육부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현재 위헌 결정을 받은 3백여 건의 법률조항 가운데 조세, 부담금, 연금, 보상금 관련 법률은 모두 60건에 달하고 있으며, 소급을 인정할 경우 국가가 환급, 반환, 지급, 보상해야 할 법률이 모두 54건에 이르고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행정 과정에서 잘못된 법률로 민원인들에게 발생시킨 피해가 적지 않다는 반증이겠지요. 소급입법의 선례를 만들면 앞으로 위헌 결정이 있을 때마다 이해 당사자들이 소급입법을 요구해 법적 안정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당국의 우려는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사회적 혼란과 재정 부담을 우려하는 태도만 보이는 건 정의롭지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법치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 현행법을 준수하는 건 의무이겠지요. 헌법재판소법 제47조는 헌재 결정의 불소급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쟁송기간 내 불복을 청구한 자에 대해서만 구제가 가능한 불합리한 경우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일부 의원들은 헌법재판소법 제47조의 불소급 원칙에도 불구하고, 학교용지부담금 납부자 전원에 대해 환급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미납자의 경우에는 납부 의무를 원천적으로 면제하는 특별 법안을 지난 2005년 4월에 발의했습니다. 위헌결정에 따른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등에 관한 특별 법안은 지난 2월 국회 교육위를 통과했으며 지난 3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습니다. 그동안 위헌 결정된 조세나 부담금에 대해 소급 입법을 한 선례가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금까지 당국에서 징수한 학교용지부담금 총액은 5천6백억 원 정도입니다. 이 가운데 쟁송 기간에 불복을 청구한 6만6천 명에게 1천1백억 원을 환급해줬고, 나머지 4천5백억 원은 미환급액으로 남아 있습니다. 환급인원은 무려 24만9천명에 달하는데, 지금으로써는 이 돈을 환급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현행 법으로는 환급이 해줄 수 있는 근거가 없고, 특별법을 법적 안정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국회 통과가 난망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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