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52달러!
오늘 제가 몰고다니는 미니밴에 기름을 가득 채웠더니, 영수증에 찍힌 금액이 52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한국에선 중형차에도 10만원 어치가 들어가는데, 뭐 그것 같고 호들갑을 떠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보다 주행거리가 두 배 이상 많은 미국에서 생활하다보니, 한번 주유하는데 50달러를 넘는다는건 심리적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1리터 당 약 1천원. 요즘 미국 동부 지역의 휘발유 가격입니다.
1갤런이 3.74리터이고, 1갤런 당 4달러 가까이 치솟았으니까, 대충 계산하면 1리터 당 1천원 가까이 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문제는 휘발유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데 있습니다.
미국자동차협회(AAA)는 미국의 석유 소비자가격이 이달 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달안에 1갤런당 4달러를 넘는다는 얘깁니다.
조금 과장하면 한국이나 미국이나 기름값이 별반 다를게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인들은 그동안 자동차 연비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8기통은 물론 12기통 짜리 대형 SUV가 씽씽 달리는 것도 싼 기름값 덕분입니다.
그런데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연비를 따지는 미국인들이 주변에 부쩍 늘었습니다.
대형 픽업 트럭이나, SUV 경우엔, 7,80 달러 어치 쯤 들어가니까, 이제는 연비를 따지지 않을수가 없는거죠.
미국인들은 가격 상승 보다 가격 상승 원인을 더 걱정합니다.
미국자동차협회는 허리케인 같은 자연재해도 없고, 중동에서 새로운 군사적 긴장도 없는데 가격이 이렇게까지 치솟고 있는 사실을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원유가격 자체는 최고치보다 배럴당 10달러 이상 내렸는데, 석유 소비자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려고 하는 현상도 걱정거립니다.
한마디로 이제는 기름 적게 먹는 차로 바꿔야한다는 것이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행정부에서도, 의회에서도, 앞으로 기름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기름값은 계속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대안을 찾아야한다는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자동차 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졌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업체는 역시 일본 토요타입니다.
고급 인기차종 렉서스 RX 350(한국에서 젊은 연예인들이 타고 다니는 날씬한 SUV) 후속모델로 RX 400h를 출시했는데, 이것은 하이브리드 엔진입니다.
저속에서는 전기로, 고속에서는 휘발유로 가기 때문에 2년만 굴리면 연비 절감이 차량 값을 상쇄하고 남는다고 광고합니다.
워싱턴 DC 길거리에서 이 하이브리드 차량이 심심찮게 눈에 띕니다.
주차장에서 만난 운전자에게 물었더니, 성능과 연비에 상당히 만족한다고 대답했습니다.
미국 업체들도 앞다퉈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을 외면하던 미국 소비자들은 이제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가면 싼 기름값 덕에 큰 차 한번 타본다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돼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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