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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불출마 선언 현장에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황급히 차에 올라타기 직전의 모습입니다.

정운찬 전 총장이 대선출마를 포기했다는 소식은 이미 들으셨을 겁니다.

본인이나 지근거리에서 도왔던 사람들은 이미 며칠전부터 알고 있었겠지만 기자들은 오늘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기자회견을 한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오전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정 전 총장을 만난 일부 기자들만이 일찍 기자회견 사실을 알 수 있었죠.

사실 제가 정운찬 전 총장을 직접 취재한 적이 많지 않아 이면의 많은 얘기를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오늘 기자회견장소에서 나간 직후까지 있었던 일만 정리해 보겠습니다.

후배인 남승모 기자가 서울대에서 "정 전 총장이 오후에 기자회견을 한답니다. 정확한 얘기는 못들었는데, 옆에 있던 이철상 전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총장에게 앞부분은 빼시고 학자로서 남겠다는 뒷얘기만 하시라고 합니다. 잘못하면 고건 씨처럼 된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직감적으로 뭔가 있구나 하는 생각은 할 수 있었지만 불출마라는 전격적인 선언을 확인할 때까지는 섣부른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심석태 선배까지 포함해서 저희 팀의 불꽃 취재가 시작됐고 다행히 낮 12시쯤에는 가장 일찍 정운찬 전총장의 불출마 소식을 자막으로 내보낼 수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기자회견장소인 세실 레스토랑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 20분쯤, 이미 현장에는 수많은 취재기자들과 사진기자들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기자들은 대충 누군지 알겠는데, 기자들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현장에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 서울시청이 있어서인지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뜨이더군요.

가장 먼저 세실레스토랑측에 언제 예약을 했는지를 물었습니다.

세실 레스토랑은 시민사회단체들의 기자회견 장소로, 양심선언 장소로 많이 이용되던 곳입니다. 서울시 의회 바로 옆 골목 안에 있습니다.

예약시점에 대해서 지배인은 한 사나흘 전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기자회견을 마치고 보충 설명을 한 정운찬 전 총장의 제자들은 이미 지난 25일 재보선 이전, 그러니까 23일에 예약했다고 했습니다.

양쪽의 말이 틀렸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8시 뉴스 보도직전 다시 세실 레스토랑에 전화를 해서 확인을 했습니다.

정확하게 27일 예약을 했다고 확인해 줬습니다.

그렇다면 왜 제자들은 23일이라고 했을 지 궁금했습니다.

아마도 재보선 결과를 보고 나서 (즉, 충청권에서 국민중심당의 심대평 대표가 당선된 것을 보고 부담을 느끼고 나서)불출마를 결심했다는 오해를 피하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됐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확인해 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정운찬 전 총장이 현장에 도착해서 기자회견문을 읽고 나갈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분 정도였습니다.

현장 생중계를 하던 SBS 조명기사가 퇴장하는 정 전 총장을 취재하던 취재진에 밀려 조명기와 함께 쓰러지기 일보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어쨌든 SBS는 정운찬 전 총장 도착 전부터 기자회견이 끝날 때까지 전 과정을 유일하게 생중계 했습니다.

정 전 총장이 현장을 떠난 뒤에 전성인 홍익대 교수(정 전 총장의 제자입니다.)가 보충 설명을 했습니다.

그 내용도 언론에는 다 나갔는데요, 저는 좀 다른 얘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세실 레스토랑을 떠나면서 전 교수와 또 다른 제자 한명과 한 5분정도 걸었습니다.

그 분들이 저한테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사실 정치권과 언론이 정전총장을 가만 두지 않고 많이 흔든 것 아니냐? 정치인들은 한 번만 만나면 밖에 나가서 정 전 총장을 어떻게든 출마시키려고 얘기를 보태서 하고, 그 얘기를 들은 언론은 그 사실을 확대 보도하고, 이런 과정들이 계속 반복되면서 정 전 총장이 많이 힘들어 했다."고 말이지요.

그 때 제 뇌리에 떠오른 말이 바로 제목에 쓴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하나 바람이 가만 두지 않는다'는 말이었습니다.

정 전 총장 스스로도 "사람들은 저에게 학자로서의 고고함을 유지해주기를 바라는데, 정치인이 된다면 그 것을 지키기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도 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도 아닌데, 선비와 정치인의 경계에서 늘 자신을 경계하고 학같은 삶을 추구하는 선비의 모습도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정 전 총장은 본의 아니게 흠집이 많이 났을 것 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다음 대통령은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경제 전문가로서의 이미지가 강조돼온 정 전 총장에 대해 비우호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노 대통령은 고건 전 총리한테는 "실패한 인사"라는 말을 했군요. 그 다음에 고건 전 총리도 중도 포기를 했고요)

하여튼 정 전 총장이 이 상황을 추스르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듯도 싶었습니다.

아, 그리고 현장을 떠나기 직전 한 정치권 인사가 했던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정치인이 욕먹고 정치판이 쓰레기 같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사랑도 아무나 하지 않는다는데 자기의 치부까지 모두 드러내야 하는 정치, 아무나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 보고 정치 한 번 해보실래요 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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