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친 이슬람 정부와 세속주의 지지 세력인 군부가 정면 충돌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의 정의개발당(AKP)이 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데 이어 세속주의의 보루였던 대통령 자리마저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군부가 정치 개입 움직임을 강력히 시사하고 나선 것.
여당이 내세운 유일한 대통령 후보인 압둘라 굴 외무장관에 대한 지난 27일 의회 1차 투표 유효성 여부를 놓고 야당이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하는 등 여야가 갈등을 빚자 군부는 곧바로 이번 사태에 대한 개입 의지를 내비쳤다.
터키 군부는 의회 투표 뒤 성명에서 이번 선거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으며 그 진행 과정에 참여하기를 원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성명은 "터키군은 이번 논란의 한쪽 당사자이며 세속주의의 절대적인 수호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필요한 경우 군은 그 입장과 행동을 분명히 보여줄 것이며 아무도 이를 의심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현지 관측통들은 군부의 이 같은 발언을 정부에 대한 사실상의 최후 통첩으로 보고 있다.
터키 군부는 1960년, 1971년, 1980년 세 차례에 걸쳐 쿠데타를 일으킨 뒤 권력을 민정에 이양한 바 있으며 1997년에는 군부의 압력 행사로 결국 헌법재판소를 통해 터키의 첫 이슬람 정부를 와해시킨 경험도 있다.
아타투르크가 기초한 세속주의가 친 이슬람 세력에 의해 위협을 받을 때마다 군부는 항상 정치에 개입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정부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정부 대변인인 세밀 시섹 법무장관은 군부의 성명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인 것 같다면서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강력한 어조로 비난했다.
시섹 장관은 "총리의 권한 하에 있는 군부가 민주 국가에서 특정한 문제에 대해 정부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군부의 정치 개입 움직임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터키에서 군부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 유럽연합(EU) 측도 이번 대통령 선거는 터키 군부가 민주주의를 존중하는지에 대한 시험 사례가 될 것이라면서 정부를 거들고 나섰다.
EU 순회 의장국인 독일도 성명을 내고 "선거와 헌법재판소는 외부의 압력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으며 칼 빌트 스웨덴 외무장관은 터키 군부의 성명 발표 시기와 성격은 민주적 가치와 양립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군부가 쿠데타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많지 않다.
무엇보다 현 정부는 2002년 집권 이후 민주적 제도 도입과 경제 개혁, EU 가입 추진 등으로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데다 군부를 비롯한 터키의 세속주의 세력은 EU 가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EU 집행부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섹 장관도 레젭 타입 에르도안 총리와 야사르 부유카닛 터키 군사령관과의 전화 통화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말해 군부와의 타협 가능성을 시사했다.
터키 의회의 굴 장관에 대한 2차 투표는 내달 2일 실시되며 헌법재판소는 그 이전에 야당이 제기한 1차 투표의 유효성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