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에서 나얼(29)이 찾으셨어요?"
고개를 젓자 다섯 남자가 "우하하~" 박장대소다.
신인가수 에코 브릿지(본명 이종명·29)의 1집 타이틀곡 '나이트 앤드 데이(Night and Day)' 뮤직비디오에 나얼이 깜짝 숨어 있단 소리.
"남궁연 씨가 카메오로 출연했는데 보충 촬영이 필요한 거예요. '빡빡이' 헤어스타일. 당연히 누가 나섰겠습니까. 아까 개 안고 있는 남궁연 씨 뒤통수가 나얼이에요. 우하하. 킬킬킬."(에코 브릿지)
시끄러워 죽겠다. 한 마디만 해도 애드리브가 세 개, 네 개다. "그 개 진짜 귀엽죠. 우리 집 개 탱자예요. 큭큭."(하바다) 이런 식으로.
소란스런 다섯 남자를 소개하겠다.
에코 브릿지와 그의 음반 재킷 사진과 디자인·뮤직비디오를 담당한 아트 유닛 '에이프릴 샤워(April Shower)' 4인방.
브라운 아이즈 출신인 가수 겸 작곡가 나얼(아트 디렉터)을 주축으로 최정훈(재킷 디자이너), 송원영(뮤직비디오 감독), 하바다(사진작가)가 뭉친 창작 집단이다.
몇년 만에 언론과 첫 정식 인터뷰에 나서는 나얼은 에코 브릿지·하바다와 고등학교 동창, 최정훈과 초등학교·중학교 동창, 송원영과 대학교 동창으로, 모두 친구가 됐다.
"뮤직비디오 여자 모델이 40대 아이 엄마라는 거예요. 꿈이 산산조각 깨졌죠. 그런데 직접 만나뵙고 불신의 벽이 사라졌어요. 서구적인 이미지로 모델계 대모이신 최미애 씨더라고요."(에코 브릿지), "이거 봐요~. 우정요? 별거 아니에요."(송원영)
나얼과 에코 브릿지의 인연은 서울 쌍문동 선덕고등학교 1학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주 수학여행 때다. 두 사람은 노래방 기기 반주에 맞춰 부활의 '사랑할수록'을 듀엣했다. 일명 팀 이름은 블랙커피.
"사실 나얼이가 가수로선 선배지만 언더그라운드에선 데뷔 동기죠. 그땐 나얼이가 음정을 잘 못 잡아서 제가 참 고생했는데…."(에코 브릿지) 나얼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그는 음반 작업이 마무리되던 즈음, 나얼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얼은 단국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미술학도로 이미 수차례 전시회 개최 경력이 있는 실력파.
"공교롭게도 에코 브릿지가 전화했을 때 각자의 영역(영상·사진 등)에서 활동하던 친구들과 '뭔가를 해보자'고 준비 중이었어요. 에코 브릿지의 음반이 에이프릴 샤워의 첫 작품인 거죠. 친구여서 가능했어요."(나얼)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선 조감독, 스태프 역할이 따로 없었어요. 사진 찍던 제가 반사판도 들었으니까."(하바다), "난 너랑 재킷 사진 찍다가 갑자기 심부름도 다녀왔잖아."(에코 브릿지)
음반 재킷은 에코 브릿지의 의견대로 여행을 상징하는 소품인 가방을 부각시켰다.
송원영은 "획일적인 드라마 형식의 뮤직비디오에서 벗어났다"며 "특이하면서도 동화 같다. 영상을 보면 각자가 스토리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에코 브릿지는 "난 인복(人福)이 많은 것 같다"며 "내가 잘돼야 친구들도 빛을 보니까…"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에 나얼은 "지금껏 해온 것처럼 감각이 아닌 감성을 사랑하는 음악가가 되길 바란다"고 조언한 뒤 따끔한 충고 한방을 날린다.
"5명이 모여 고깃집에 가면 소주잔 5개를 받아요. 에코 브릿지만 소주를 먹고 나머진 사이다를 마시죠. (장난기 있는 표정으로) 저 술 먹고 담배 피우는 놈이랑은 얘기 안해요."(나얼)
◇에코 브릿지(Eco Bridge)는 생태 통로. "도로, 댐 건설로 서식지가 절단되는 것을 막으려고 야생동물을 위한 길을 만든 게 에코 브릿지잖아요. 척박한 가요계에서 섬세한 감성으로 음악과 대중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 붙였어요."
그는 전곡을 작곡한 1집으로 늦깎이 데뷔를 했다. 고교 스쿨 밴드를 했고 라이브 클럽서 피아노를 치며 재즈, 블루스 음악을 연주했다. 또 유진박을 시작으로 수많은 가수의 건반 세션으로도 참여했다.
"2000년 해군홍보단에 들어갔고 2002년 제대해 작곡을 시작하며 CCM 음반 프로듀싱도 했어요. 재즈 피아니스트지만 2005년부턴 노래하는 음반을 내고 싶더군요."
2년간 준비한 1집에서는 다양한 색깔로 욕심을 많이 부렸다. "곡 전체적으로 이별의 여러 색깔을 담았어요." 재즈·솔·록 등 기호대로 고를 수 있다. '퍼니 보이(Funny Boy)'는 펑키한 재즈 피아노와 경쾌한 멜로디가 돋보이며,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정엽이 피처링한 '유 새드 굿바이(You said goodbye)'는 호소력 짙은 음색에 반한다.
◇에이프릴 샤워는 '4월의 소나기가 5월에 꽃을 피게 한다'는 뜻. "성경 말씀 중 '하나님의 때에 일을 하신다'는 구절이 있어요. 살면서 많은 고난이 있더라도 하나님의 땅에서 5월의 꽃처럼 피어나자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았죠."(나얼) 이 말에 에코 브릿지는 "내 음반이 4월에 나왔으니 5월에 꽃을 피우면 되겠다"고 표정이 밝아진다.
경기도 의정부가 근거지이며 아직 법인을 설립한 상태는 아니다. 디자인·영상·사진을 공부한 이들이 만나 자유로이 창작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최정훈은 "공교롭게도 친구들이 다르면서도 비슷한 영역에서 전문가들"이라며 "디자인ㆍ영상·사진을 조율하는 나얼이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린 삼각형이라 해도 나얼이는 사각형이라 말할 줄 안다, 별명도 유 회장"이라고 치켜세웠다.
"순수한 동기로 모여 아직 회사의 모양새를 갖추진 않았어요. 자기 만족, 감성이 위주죠. 사실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친구랑 작업하면 안돼요. 하하. 노력한 만큼 돈이 안되니…."(나얼)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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